마을공동체와 마을만들기, 그리고 네트워크
마을살이는 항상 마을공동체와 마을만들기에 대한 우리의 고민이 많은 시민들과 공감되기를 바랐어요. 형식적이고, 이론적인 이야기보다는 마을 현장에서 활동하고 있는 사람들의 목소리로 서로에게 마을을 배울 수 있는 교육을 희망했죠.
뜻밖에도 작년 말 수원시정연구원의 ‘수원학연구센터’와 이야기를 나누던 중 이런 교육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듣고, 너무나 반가웠어요. 다른 사람의 입에서 우리와 같은 이야기가 나오는 경험은 소중하니까요. ‘수원학 강의 민간단체 지원사업’이라는 공모의 형태는 아쉬웠지만, 놓칠 수 없는 기회라 생각해 열심히 교육 프로그램을 준비했어요.
‘마을공동체 마을만들기와 수원학이 무슨 관계가 있을까?’ 생각하셨죠?
저희는 수원의 마을공동체 마을만들기를 수원 지역의 인문환경을 이해하는데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했어요. 수원이 정조의 위민도시(爲民都市) 사상과 실사구시(實事求是)의 실학을 바탕으로 조성된 계획도시로서 수원의 역사적 상징성을 동시대적으로 해석해 문화도시 수원의 비전을 ‘서로를 살피고 문제에 맞서는 문화도시 수원’으로 세운 것처럼, 서로를 살피고 지역의 문제를 함께 해결해 나가는 수원의 마을공동체 마을만들기 역시 수원스러움을 담아내는 중요한 요소이니까요.
수원의 특징을 담은 마을만들기를 소개하려다 보니, 함께 나누고 싶은 이야기가 참 많았어요. 그리고 어떤 분들을 만나게 될지, 이분들과 어떻게 하면 마을만들기를 함께 할 수 있을지 고민하다 보니 매주 한 번 12주의 교육과정이 만들어졌어요. 모두 필요한 프로그램이지만, 누가 12번을 매주 올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교육과정을 특성별로 3가지로 구분해 선택적으로 참여하게 하기로 했어요.
첫 번째 과정은 ‘이론 교육’으로 기획했어요. 활동의 경험이 없어서 ‘마을공동체’가 무엇인지, ‘마을만들기’가 무엇인지 잘 모르는 분들 그리고 마을공동체 마을만들기 활동을 하고 있어도 무엇인지 잘 모르겠는 분들에게 그 의미를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보면 좋을 것 같았어요.
교육내용과 강사풀을 구성하기에 앞서, 마을살이 식구들은 각자 아직도 마음에 품고 있는 강의들에 대해 이야기 나눴죠. 수원 마을만들기 시민연구모임 대동계 때부터 공부와 연구모임으로 수많은 학습을 해 온 우리다 보니 많은 명강의가 언급되었죠. 그중에서도 마을공동체성에 대해 깊게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를 주었던 故 이근호 센터장님 강의 이야기가 정말 많았어요. ‘줄탁동시(啐啄同時)’, ‘조정경기와 래프팅에서의 리더의 자리’, ‘바라보는 방향에 따라 다른 막대의 숫자’ 등 많은 비유는 우리가 마을공동체 마을만들기 활동을 하면서 끊임없이 스스로에게 던져 볼 질문을 남겨주셨죠. 우리는 지금 마을만들기를 시작하는 분들도 이런 질문들을 마음에 품고 활동을 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돌아가신 이근호 센터장님을 모셔 올 수는 없으니, 이 이야기를 우리 안에서 또 이웃에서 잘 전달할 수 있는 사람을 찾아보자 했죠. 결국 세 분의 강사를 정해 각각 ‘마을공동체’, ‘마을만들기’, 그리고 이들의 ‘네트워크’에 대해 배워보는 이론교육 시간을 만들었답니다.
[이론교육 과정]
7월 16일 수원마을학 첫 시간. 신청서에 처음 보는 이름도 많았기 때문에 어떤 분들을 만나게 될지 설레는 마음으로 선경도서관 대강당의 문을 열었어요. 미리 도서관 안에 홍보 배너를 세워둔 덕인지 도서관을 방문했다가 마을학이 무엇인지 궁금해 오게 되었다는 분들도 계셨어요.
“마을공동체의 이해” 강의를 맡은 고경아 선생님이 첫 시간이라 수원마을학에 참여하신 분들이 수업에 적응하고, 필요를 알아차릴 수 있도록 많은 준비를 해주셨는데요. ‘감정 카드’를 두 장씩 뽑아 수업과 마을에 대한 감정, 기대 등을 이야기 나누어보는 시간이 인상 깊었어요. 긴 수업을 함께 할 분들이다 보니 어떤 마음으로 참여하시는지 정말 궁금했거든요.
첫 수업은 왜 현대사회에 ‘마을공동체’가 다시 필요하게 되었는지, 집중과 경쟁의 시대가 낳은 사회문제들의 해결방법으로 방향전환이 필요함을 느끼는 것으로 시작했어요. 그리고 ‘마을’, ‘지역’, ‘개인’, ‘공동체’, ‘마을공동체’, ‘지역공동체’, ‘정책공동체’ 등 ‘마을공동체’와 관련된 많은 단어들로 ‘마을공동체’에 대해 생각해 보았죠. 또 다양한 이미지들로 ‘마을공동체’를 어떤 마음으로 해야 좋을지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도 가질 수 있었어요. ‘욕구 카드’를 두 장씩 뽑아 마을활동으로 무엇을 이루고 싶은지도 이야기 나눴고요.
앞으로 우리가 함께 할 수원 마을학에 어떻게 참여하면 좋을지 생각할 거리를 풍부하게 던져주는 강의였어요. 참여하신 분 중에는 앞으로의 강의가 더욱 궁금해지는 강의였다는 후기를 남겨주신 분도 있었답니다. 고경아 선생님 강의 내용처럼 앞으로 공동체라는 새로운 세계로 알을 깨뜨리고 나올 참여자분들이 기대됩니다.
새는 알에서 나오려고 애쓴다. 알은 새의 세계이다.
태어나려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깨뜨리지 않으면 안 된다.
헤르만헤세 「데미안」
7월 23일 진행된 두 번째 강의는 “마을만들기의 이해” 강의였고, 우리 수원과 함께 오랫동안 마을만들기 활동을 축적하고 있는 안산 YMCA 사무총장이신 이필구 선생님이 강의를 맡아주셨어요.
마을만들기 운동이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다양한 사례를 보여주시면서 이야기해 주셨는데 마치 옛날이야기를 듣는 것처럼 재미있었답니다. 선생님은 마을만들기 운동을 3개의 시기로 나누어 설명해 주셨는데요. 사회운동으로 시작된 1990년대의 마을만들기 이야기가 제일 반갑더라고요. ‘연결하고 싶은 마음’, ‘문제를 해결하고 싶은 바람’, 이런 주민의 욕구로부터 시작된 마을만들기 사례로 대구의 삼덕동 사례, 부산 반송 희망세상 사례, 서울 사당동 양지공원 사례를 만나보았어요. 마을만들기를 공모사업이나 정책사업으로 먼저 접한 분들에게 마을만들기가 어째서 운동으로 시작되었는지 알려드릴 수 있는 좋은 시간이었답니다.
다음으로 주민과 행정이 함께 만드는 마을만들기가 주를 이룬 2010년대의 마을만들기를 이야기해 주셨는데, 마을만들기 운동이 전국적으로 확산되며 전국 의제 21 실천협의회와 지방정부, 중앙부처에서 마을만들기 운동을 정책과제로 삼고 시범사업을 추진하는 시기였어요. 이 시기의 중요한 사례로 우리 ‘수원의 마을르네상스’도 만나볼 수 있었지요.
마지막으로 2017년 이후는 누구나 마을을 이야기하는 시대로 ‘마을자치’가 화두가 되는 마을만들기 운동을 이야기해 주셨어요. 지속가능한 사회 운영을 위해 마을만들기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된 것이지요. 하지만 아직도 마을만들기를 접하지 못 한 시민들이 많이 있으니, 수원마을학을 더욱 널리 알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필구 선생님의 강의 중 정현종 시인의 「섬」을 들려주시면서 마을만들기는 사람과 사람, 사람과 마을, 마을과 마을을 이어 내 삶과 공동체를 더욱 튼튼하게 하는 것이라 말씀해 주신 것이 가장 기억에 남는데요. 사업보다는 관계 우선으로, 공동체 방식으로 의미 있는 과정을 만들어 가며 마을만들기를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생각을 다시 한번 해볼 수 있었어요.
사람들 사이에 섬이 있다.
그 섬에 가고 싶다
정현종, 「섬」
7월 30일은 이론교육 과정의 마지막 수업인 “마을만들기 네트워크의 이해” 강의는 정지혜 선생님이 맡아주셨어요. 수원의 마을만들기 활동을 하던 마을공동체들이 왜 네트워크를 고민하게 되었는지, ‘수원 마을만들기 시민연구모임 대동계’라는 네트워크의 구성과 성장 과정을 통해 설명해 주셨죠. 그동안 우리 마을살이가 대동계라는 네트워크를 통해 연구모임 및 학습활동, 대화모임 등의 교류활동, 충전과 기획 활동 등을 함께하며 주민이 주인공이 되고, 마을의 특성이 담긴 마을만들기를 지속해 가는 방법을 고민해 온 과정이 수원마을학 참여자들에게 소개되어 뿌듯한 시간이었어요.
그리고 수원 마을의 특성을 이루고 있는 주제별 네트워크와 지역(공간)별 네트워크에 대해서도 소개해 주셨어요. 마주넷으로 시작된 주제별 네트워크는 ‘마을미디어’, ‘마을신문’, ‘음악’, ‘조경’, ‘마을안내’, ‘조력자’, ‘마을공간’, ‘기후위기’ 등 다양한 마을 이슈를 주제로 활동하고 있는 마을만들기 주체들이 함께 하고 있었죠. 또 수원 행궁동의 우동이(우리동네이야기), 동(洞)마을만들기 협의회, 주민자치회와 같은 지역(공간) 단위의 마을 네트워크의 의미도 다시 짚어볼 수 있었어요.
수업 중에 간디의 격언을 소개해 주셨는데, 사람들은 우리가 좋은 사람이 될 필요가 없는 그런 완벽한 시스템을 찾고 있지만 그런 시스템은 있을 수 없고, 그보다는 지역거버넌스를 이루고 있는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이 좋은 사람이 될 필요가 있다는 말씀이 기억나네요. 건강한 마을공동체 마을만들기 네트워크를 위해 참여하는 개별 주체들의 건강성이 확보되어야 한다는 것, 차이를 존중하고 소통하는 마음과 훈련의 과정 등 서로 연결되기 위한 우리의 자세도 점검해 볼 수 있는 시간이었어요.
사람들은 우리가 좋은 사람이 될 필요가 없는 그런 완벽한 시스템을 찾고 있다.
마하트마 간디
별나고 재미있는 수원의 마을공동체, 마을만들기, 네트워크 이야기 더 궁금하시다면 다음 수원마을학 이야기로 건너오세요~
※ 본 콘텐츠는 수원시와 수원문화재단, 수원시미디어센터의 지원사업을 통해 제작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