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양식은 채웠으나 당신이 고픈 저녁
퇴근하고 바로 도서관에서 책을 읽었어.
내가 좋아하는 시간이고 내가 좋아하는 공간인 거 알지?
퇴근 후에 거리낄 것 없는 시간이 편안하게 다가왔어. 학교 앞에 도서관이 있다는 게 너무 좋더라. 나에겐 너무 고맙더라고.
서쪽으로 난 창 앞에서 다리를 뻗고 등을 기대어 3시간쯤 앉아서 책을 읽었어.
몇 년 전 전철 타고 퇴근해 오는 막내를 기다리면서 책을 읽었던 그 시간이 생각이 나더라. 막내를 데리고 같이 들어오는 모습을 좋아했지?
금요일 저녁 조용히 도서관에서 시간을 보내는 게 참 좋더라.
내가 좋아하는 박완서 작가님의 책을 읽으면, 그의 글들은 나의 머릿속에 영상이 되어 나만의 영화가 시작되는 게 너무 재밌어. 하긴 그 맛에 내가 책을 읽지.
그 한 권을 다 읽고 반납하면서 이 시간을 아주 멋지게 보냈다는 것이 참 뿌듯했어.
배고픈 것도 모르겠더라. 매번 그렇지만 도서관에 들어갈 때는 살짝 출출했는데, 책은 마음의 양식이라더니 책을 읽고 나올 때는 늦은 시간인데도 배가 고픈 줄 모르겠어. 책은 마음의 양식이라는 게 정말 맞는 말인가 봐.
2층 계단을 내려오면서 여보 생각을 안 하려고 했어.
내 요즘 버릇이 뭔 줄 알아? 여보 생각을 하면 내가 어금니를 물더라고.
여긴 도서관이라 내가 갑자기 눈물 흘리면 이상할 것 같아서 어금니를 꽉 물었어. 이렇게 자주 어금니를 깨물다 보면 난 당신이 좋아하는 치과 의사, 그 의사를 조만간 만나러 가야 할 것 같아. 중앙통 금은방 2층에 있는 그 치과 말이야.
괜찮다. 괜찮다 했는데 안 괜찮더라.
그만 책 읽고 빨리 오라고 재촉할 여보 없으니까 속상하더라.
늦게 올 줄 알았는데, 일찍 와서 나를 찾았던 어떤 날이 미안해.
기다리게 했던 날이 미안해.
보고 싶다는 그 신호를 몰라줘서 미안해.
고요함 속에 가로등이 불을 밝히는데, 누구도 나에게 언제 올 거냐고 묻는 사람이 없어.
자유롭게 마음껏 시간을 보냈는데, 나를 붙잡는 사람이 없는 게 못내 슬프네.
오늘은 눈물이 좀 난다.
아직 여보랑 헤어진 지 한 달도 안 됐는데 이렇게 그리워해 줘야지. 그게 사랑에 대한 예의지. 그렇지?
이렇게 눈물 좀 흘려줘야지.
그래야 자기가 기쁘지 않을까?
기름졌던 퉁퉁한 얼굴도, 부석 하게 부은 얼굴도, 담백하게 마른 얼굴도,
나를 바라보던 얼굴도, 눈 감은 얼굴도 그립다.
보고 싶다 여보야!
보고 싶다 여보야!
아직 한 달도 안 됐는데 오래된 것 같아.
여보야, 거긴 좋니?
여보야, 거긴 좋니?
여보도 거기서 나보고 싶어서 우니?
나만 여보 보고 싶어 하는 거면 억울해서 어떡하지?
나 모르게 많이 울었을 여보가 목메게 그립다.
여보가 좋아하는 주황색 장미꽃을 주문했어.
내일은 장미꽃 들고 자기 흔적이 있는 곳으로 갈게.
거기에 여보가 없는 거 아는데 거기가 우리 마지막 헤어진 곳이니까 거기로 보러 갈게.
조금만 기다려.
내일 만나...
아니, 오늘 밤에 만나러 와도 좋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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