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톡 프로필에 내 얼굴 사진을 올렸다.
시시콜콜 일상을 묻는 딸에게 보내고자 이사한 아파트의 커뮤니티센터에서 지난 주말 책을 읽다가 셀카를 찍은 사진으로 말이다.
가까운 이들은 반갑게 전화를 걸어 안부를 묻지만, 한 발치 떨어져 나를 지켜보는 친척과 지인들은 선뜻 휴대전화를 누르기가 어렵다는 얘기를 들었다. 궁금하고 마음이 쓰이면서도, 혹여나 나의 평화를 깰까 봐 용기가 필요하다는 그들의 고백을 들었다.
"나는 이제 평온한 일상을 잘 살고 있어요."
이 한마디를 일일이 전하기엔 아직 나의 에너지가 조금 벅찼기에, 긴 말 대신 사진 한 장을 올리기로 마음먹었다.
갤러리 속 예전 사진들을 쭉 훑어보았다. 카메라 렌즈만 마주하면 기계적으로 지어 보였던 미소들이 가득했다. 얼핏 보면 눈가에 주름이 잡히고 입꼬리가 올라간 진정한 행복에서 나오는 '뒤센 미소(Duchenne smile)' 같지만, 가만히 들여다보니 입 주변 근육만 사용하는 '팬암 미소(Pan Am smile)'였다. 승무원들의 직업적 미소에서 유래했다는 그 가짜 미소를 짓고 있는 나와 마주했다.
어둑한 터널 같은 시간을 지나왔다. 허허벌판에 시린 몸을 누이며 지내온 날들인데, 그 상황에서 진짜 미소가 가당키나 했을까. 사진 속의 나는 최대한의 예의로 웃고 있었지만, 그 예쁜 미소 너머에는 꾹 참고 있는 눈물이 고여 있었다.
어제 만난 친구는 내가 참 편해 보인다고 했다. 정말 그렇다. 요즘 사진을 찍으면 그 편안함이 얼굴에 묻어난다. 아직 행복 가득한 '뒤센 미소'까지는 아닐지라도, 적어도 눈물이 스며있지 않은 내 얼굴이 보인다.
어제저녁, 막내딸과 미뤄두었던 사망 보험금 청구 서류를 정리했다. 남편의 부재로 인해 남겨진 숙제들을 해결하며 우리는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눴다. 해야 할 일들이 많다며 투덜대기도 했지만, 곧 새로운 희망을 이야기하며 웃음꽃을 피웠다. 딸아이의 풋풋한 연애 이야기에 우리는 아주 맑게 웃었다.
그가 병실에 누워 있을 때, 우리는 바람 앞의 촛불처럼 위태로웠다. 혹여나 아픈 그가 서운함을 느낄까 봐, 외롭다고 생각할까 봐 우리의 모든 감각은 그에게만 맞춰져 있었다. 하지만 그가 편안히 주님 곁으로 떠난 것을 확인한 후, 우리는 서서히 우리의 일상을 살아내는 데 집중하기 시작했다.
고요한 일상이 이어진다. 꼼꼼했던 남편이 우리가 마음 놓고 살 수 있도록 촘촘히 준비해 둔 배려들에 감사하며, 나지막한 웃음으로 하루를 채운다.
나를 위해 걱정하고 기도해 주는 많은 분에게 이 평온함을 전하고 싶어 사진을 바꾼 것이다. 마음의 짐을 덜어서일까, 미소가 한결 자연스럽다. 불안 대신 그리움이 깃든 눈빛이지만, 이전보다 훨씬 편안하게 다가온다.
이렇게 평안할 수 있도록 도와준 기도의 손길들에 고마움을 전한다. 오늘도 나는 하나님의 일하심 속에 평안히 머문다. 사무치는 그리움은 내 평생 짊어지고 가야 할 작은 마음의 십자가라고 해두자.
"덕분에 평안한 일상을 삽니다. 덕분에 제가 웃습니다."
오늘도 저를 위해 애써 주시고 사랑으로 기도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참으로, 모든 것이 당신들 덕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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