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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쿼렌시아 Oct 20. 2024

휴먼카인드

기존의 믿음을 뒤엎는 인간 본성에 대한 희망을 품게한 책

 예로부터 인간 본성에 대한 연구는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와 같은 순환 논리에 버금가는 다양한 학자들 간에 끊임없이 논의되어 온 테마이다. 성선설, 성악설과 같은 극단적인 믿음이 아닐지라도,

누구나 모호하게나마 어느 한 편으로 조금은 더 기울어진 자신만의 시각을 가지고 있으리라 생각된다. 


어린 시절부터 난 성선설에 대한 집착 어린 미련을 가지고 있었지만, 애석하게도 그 믿음은 점차 무너지기 일쑤였다. 수많은 전쟁의 참혹성이라든지 '짐바르도의 스탠퍼드 교도소 실험', '스탠리 밀그램의 전기충격 실험' 과 같이 과학적으로 입증되었다고 알려진 사례들에 의해 부정적인 방향으로 변화해 갔고, 또 확증편향처럼 그 믿음을 강화시키고 있는 나를 발견하곤 했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의심 없이 수용했던 인간내면의 원초적인 악의 민낯을 보여준 과학적 정보들이 사실은 이미 부정적 결과를 유도한 초기 설정의 오류를 지녔거나 왜곡되었고, 이것이 언론을 통해 그릇된 방향으로 과장되고 확대 재생산되었다는 사실을 폭로한다.


또한 우리의 굳건한 믿음을 뒤흔드는 따뜻한 인간의 선한 본성을 일깨우며 이것이 마냥 낙관적이고 이상적인 가치관이 아니라는 것을 논증하려 애쓴다. 


인간의 복잡한 자아를 한쪽에 무게를 실어 삐딱하게 바라보는 것은 인간의 악에만 초점을 두는 것과 마찬가지의 오류를 범하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와 별개로 단순 낙관론이 아닌 인간 본성의 선한 자아를 과학적인 논리로 뒷받침하고자 하는 저자의 노고가 지금은 오히려 감사하다. 

마지막 책장을 덮는 순간 그 희망의 메시지를 못 이기듯 따라가고 싶은 마음이 내 안에서 꿈틀거리고 있었던 것이다. 


500여 페이지의 분량이 부담스러운 분은 일단 앞부분의 '정재승'의 추천사를 보시라고 권하고 싶다.


남성이 인간을 대표하지 않도록 '맨카인드' 대신 '휴먼카인드'를 사용하고 있음과 

'인간은 친절하다'라는 중의적 의미를 가진 책의 제목을 매력 있게 설명하면서도,

 그 안에 담긴 에센스를 충실하게 담아내고 있기에.

서너 페이지의 추천사를 읽다 보면 자연 스레 본문 내용을 훑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휴먼카인드/뤼트허르 브레흐만/ 인플루엔셜 /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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