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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쿼렌시아 Oct 20. 2024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

삶의 동력을 얻는 회복의 과정을 그려낸 책

브런치 당선 작품이 독자 요구로 출판까지 이르게 된 소설이라고 한다.


최근에 <불편한 편의점>을 읽었는데 왠지 표지 디자인이 비슷하여 큰 기대 없이 읽었다. <불편한 편의점>도 흥미롭게 읽히는 수작이지만, 좀 다른 방식으로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의 잔잔한 여운이 길게 남았다.


삶에 지쳐 과감히 하던 일을 접었던 '영주'라는 인물이 독립서점을 열며 또 다른 삶의 동력을 얻는 회복의 과정을 그리고 있다. 하지만 그 출발에선 무언가 새 출발 한 자를 그리는 여느 소설의 설렘은 보이지 않는다. 

그저 현실에서 밀쳐내진 사람처럼.


주인공을 둘러싼 인물들도 마찬가지이다.


바리스타, 작가, 고등학생과 그의 엄마 등등 각자 저마다의 사연을 지닌 다양한 삶들은 쳇바퀴 도는 일상에서의 염증으로 정상궤도에서 이탈했거나 또는 수용 범위의 임계점에 다 달아 태연하게 일상에 던져지기에는 버거운 치유가 필요한 삶들이다.


독립서점은 이들을 위한 쉼터였고 특색 없던 도심 속 작고 흔한 이 장소는 여러 사람들의 얽힘 속에서 온기를 얻게 되며 그들과 함께 성장해 간다.


내가 특히 이 책에서 매력을 느낀 게 된 지점은 뻔한 서점의 성공담이나 난관 극복의 드라마틱한 해피엔딩 따위로 전개되지 않는 글의 묘사방식 때문이다. (실제로 두고 되새김직한 문장들이 많다.)


어느 삶이나 이면에는 그늘이 존재하고 어느 시기에나 자신 인생의 재점검 시간은 필요하다는 것.

또 하나의 산 뒤에는 넘어야 할 크고 작은 오름이 존재할 것이라는 지극히 당연한 삶의 깨달음을 통해 다시금 담담하게 살아내는 인물들의 모습으로 거부감 없이 전개해 나간다.


사람사이에 일정한 거리가 필요하듯 자신의 삶에도 때론 거리 두기가 필요하다는 것.

서로 마주할 때 굳이 드러내지 않아도 그 안에 공통된 각자의 고뇌와 상처가 있다는 것을 알기에,

일정한 시간 뒤에는 동병상련의 마음으로 서로를 보듬어 주며 그 안에서 그렇게 또 이어질 각자의 삶을 다시 준비하고 걸어가게 하는 에너지를 찾아가는 사람들.


때로는 인간관계에 지쳐도 결국은 또 서로를 의지하며 살아가야 하는 우리네 모습과 참 닮아서

미소 짓게 만드는 책.

그래서 이 책을 본 많은 이들이 공통적으로 내 집 앞의 휴남동 서점 같은 안식처를 희망하게 되나 보다.

                황보름/ 클레이 하우스/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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