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장. 함께하는 아침
한 달 하고도 일주일이 지난 금요일. 민희는 새벽 5시 30분에 참사랑의 집에 도착했다. 이제는 눈을 감고도 주방까지 갈 수 있을 것 같았다. 현관 손잡이의 위치, 복도를 지날 때의 발걸음 소리, 주방 문을 열 때 나는 소리까지 모두 익숙해졌다.
주방 불을 켜려는데, 이미 불이 켜져 있었다.
"어?"
안에는 정희 씨가 있었다. 그런데 혼자가 아니었다. 민수와 혜진, 그리고 동준이까지 함께 있었다.
"무슨 일이세요?"
민희가 놀라서 물었다.
"민희 선생님, 깜짝 파티예요!" 혜진이 환하게 웃었다.
"깜짝 파티요?"
"네! 오늘이 선생님 오신 지 한 달 되는 날이에요!"
민수가 말했다. 손에는 작은 꽃다발을 들고 있었다.
"선생님... 고마워요..."
동준이가 작게 말했다. 이제 동준이는 한 마디씩 말을 하기 시작했다.
민희의 눈가가 뜨거워졌다.
"여러분... 이걸 준비했어요?"
"네, 유미 선생님이랑 정희 시설장님이랑 다 같이요!" 혜진이 자랑스럽게 말했다.
정희 씨가 웃으며 말했다.
"사실 어젯밤부터 준비했어요. 거주인들이 선생님을 위해 뭔가 하고 싶다고 해서요."
"저희가 준비한 거 맞아요?" 민수가 물었다.
"그럼, 너희가 다 준비했지."
민수와 혜진이 박수를 쳤다.
"자, 그럼 오늘 아침은 특별하게 우리가 함께 만들어요."
정희 씨가 앞치마를 하나 더 꺼냈다.
"함께요?"
"네, 오늘은 선생님도 쉬면서 우리랑 같이 만들어요."
민수가 손을 씻고 앞치마를 둘렀다.
"저 계란 깨는 거 잘해요!"
혜진도 손을 씻었다.
"저는 야채 씻는 거 할래요!"
동준이는 조용히 서 있었다. 하지만 눈빛이 기대에 차 있었다.
"동준아, 너는 뭐 하고 싶어?" 민희가 물었다.
"밥... 퍼요..."
"그래, 밥 퍼는 거 부탁할게."
모두가 함께 움직이기 시작했다. 민수는 계란을 하나씩 조심스럽게 깼다. 가끔 껍질이 들어가기도 했지만, 민희는 아무 말하지 않고 살짝 건져냈다.
혜진은 상추를 씻었다. 물을 너무 많이 튀겨서 주방이 온통 젖었지만, 모두 웃으며 닦았다.
동준이는 밥을 하나씩 정성스럽게 퍼냈다. 12개의 밥그릇에 똑같은 양으로.
"와, 동준이 진짜 잘하네!" 민희가 칭찬했다.
동준이가 작게 미소 지었다.
이때 다른 거주인들이 하나둘씩 나타났다.
"어? 뭐 하는 거야?" 준호가 물었다.
"우리 선생님 환영 파티 준비하는 거야!" 민수가 자랑스럽게 말했다.
수정이 조용히 다가왔다.
"저도... 도와주고 싶어요..."
"수정 언니도?" 혜진이 반가워했다.
"그럼, 수정 씨는 국 간 맞추는 거 도와줄래요?" 민희가 물었다.
수정이 고개를 끄덕였다. 정희 씨가 끓이던 된장국을 수정이에게 맡겼다.
수정은 조심스럽게 국을 한 숟가락 떠서 맛봤다.
"조금... 더..."
"뭐가 필요해?" 정희 씨가 물었다.
"된장... 조금만..."
수정이 된장을 아주 조금 더 넣었다. 그리고 다시 맛봤다.
"이제... 좋아요..."
영미도 나타났다. 말없이 주방 입구에 서서 지켜보다가, 천천히 안으로 들어왔다.
"영미 씨도 같이 해요." 민희가 손을 내밀었다.
영미가 민희의 손을 잡았다. 그리고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영미 언니는 밑반찬 꺼내는 거 도와줘!" 혜진이 말했다.
영미는 냉장고에서 김치, 나물, 조림을 하나씩 꺼냈다. 그리고 예쁘게 그릇에 담았다.
진우도 나타났다.
"나도 할래."
"진우야, 너는 수저 놓는 거 해줄래?" 정희 씨가 물었다.
진우가 고개를 끄덕이고 수저를 하나씩 정성스럽게 놓기 시작했다. 그의 방식대로, 하나씩 순서대로.
주방은 이제 사람들로 가득했다. 12명의 거주인과 정희 씨, 그리고 민희. 모두가 함께 아침을 준비하고 있었다.
"와, 진짜 북적북적하네!" 혜진이 웃었다.
"좋아요... 이렇게... 같이..." 수정이 말했다.
유미가 출근해서 주방을 들여다봤다.
"어머, 무슨 일이에요?"
"유미 선생님! 우리 민희 선생님 환영 파티 하는 거예요!" 민수가 외쳤다.
"아, 맞다! 오늘이 딱 한 달 하고 일주일 되는 날이네요."
유미가 들어와서 함께했다.
"그럼 저는 뭘 도와드릴까요?"
"유미 선생님은 테이블 세팅 부탁해요." 정희 씨가 말했다.
모두가 각자의 역할을 하며 움직였다. 아침 준비는 평소보다 오래 걸렸지만, 누구도 서두르지 않았다. 오히려 즐겼다.
드디어 아침 식사가 준비됐다.
"자, 이제 다 같이 먹어요!"
정희 씨의 말에 모두가 테이블에 앉았다.
민희가 자리에 앉으려는데, 민수가 말했다.
"선생님, 잠깐만요!"
민수가 뒤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작은 편지봉투였다.
"이거... 우리가 쓴 거예요."
민희가 봉투를 열었다. 안에는 삐뚤빼뚤한 글씨로 쓴 편지가 있었다.
'민희 선생님께,
우리 선생님이 해주시는 밥이 세상에서 제일 맛있어요. 엄마 밥만큼 맛있어요. 아니, 더 맛있어요! 앞으로도 계속 우리랑 같이 있어주세요. - 민수'
'선생님, 항상 제 이야기 들어주셔서 감사해요. 선생님 덕분에 매일매일이 행복해요. - 혜진'
'선생님... 고마워요... 밥... 맛있어요... - 동준'
'선생님이 만든 음식은 냄새가 좋아요. 저를 생각해 주셔서 감사해요. - 준호'
'선생님, 저도 이제 말할 수 있어요. 선생님 덕분이에요. - 수정'
'말은 안 했지만 항상 감사했어요. 선생님이 저를 봐주는 걸 알았어요. - 영미'
민희의 눈에서 눈물이 떨어졌다.
"여러분... 고마워요..."
"선생님이 더 고마워요!" 혜진이 말했다.
"우리 이제 가족이에요!" 민수가 외쳤다.
민희는 고개를 끄덕였다. 맞다. 이들은 이제 가족이었다.
함께 아침을 먹기 시작했다. 민수가 깬 계란프라이, 혜진이 씻은 상추, 동준이가 퍼준 밥, 수정이 간을 맞춘 된장국, 영미가 담은 반찬, 진우가 놓은 수저.
모두의 손길이 담긴 아침 식사였다.
"맛있어요!" 민수가 말했다.
"정말 맛있어!" 혜진이 동의했다.
"우리가... 만들었어요..." 수정이 자랑스럽게 말했다.
민희는 밥을 한 숟가락 떠서 입에 넣었다. 그리고 천천히 씹었다.
맛있었다. 완벽하지는 않았지만, 세상에서 가장 맛있었다. 왜냐하면 이 밥에는 사랑이 담겨 있었기 때문이다.
식사 후, 정희 씨가 민희에게 말했다.
"선생님, 한 달 동안 정말 고생 많으셨어요."
"아니에요. 제가 오히려 많이 배웠어요."
"거주인 분들이 변했어요. 선생님 덕분에."
"저도 변했어요. 이분들 덕분에."
정희 씨가 웃었다.
"서로가 서로를 변화시킨 거네요."
"그런 것 같아요."
유미가 다가왔다.
"선생님, 앞으로도 계속 우리랑 함께해 주시죠?"
"당연하죠. 여기가 이제 제 집 같아요."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민희는 생각했다.
한 달 전, 처음 이곳에 왔을 때는 모든 게 낯설었다. 주방도, 사람들도, 일하는 방식도.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이제 이곳은 단순한 직장이 아니라 가족이 모이는 집이었다.
그리고 매일 아침 함께 먹는 식사는 단순한 식사가 아니라, 서로를 확인하고 사랑을 나누는 시간이었다.
그날 밤 일기에 썼다.
'열 번째 깨달음: 함께하는 아침은 단순히 음식을 먹는 시간이 아니다. 서로의 존재를 확인하고, 서로를 위해 무언가를 하고, 서로에게 감사하는 시간이다. 한 달 동안 나는 거주인들에게 밥을 해줬지만, 사실은 그들이 나에게 더 많은 것을 줬다. 진정한 가족의 의미, 무조건적인 사랑, 그리고 존재 자체로 소중한 사람들이라는 것.'
민희는 행복한 마음으로 잠들었다.
내일도, 모레도, 민희는 이들과 함께 아침을 맞이할 것이다. 그리고 그 아침마다 새로운 이야기가 시작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