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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규린종희 May 27. 2024

붉은 순간


너는 순간에 고인 고요
사막의 바닥이 드러나는 때
아찔한 화석으로 발견될 붉은 뮈토스
침묵이 당도하기 전
황홀한 음조의 순례 행렬
그림자도 붉은 모든 날의 갈대
낯선 풍경 곁으로
붉은 문장 속으로
너의 어제로부터 박리된
나의 오늘은 여전히 물드는 중이다
밤낮으로 월담하는 것도 모자라
수시로 킁킁대는 금목서
능청스러운 향기에 손목 잡힌 새벽
어부의 아내가 되고 싶었다
거친 밤의 그물에 잠긴 다양한 비늘
파닥거리는 도마를 누르는
무쇠손바닥 무른 속살 같은 언어를 건지고 싶었다
바다에 누워 노을을 기다리는 시간
나는
나를 건지는 중이다

-그림. 김설희. 종이에 색연필. 1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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