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의 페달링
출발한 지 한 시간쯤 지났을 때,
사랑은 심장이 아니라
허벅지에서 먼저 왔다.
처음엔 그냥 뻐근했다.
몸이 놀라는 정도라고 생각했다.
조금 더 갔고,
몸은 풀리지 않았다.
허벅지 안쪽이
누가 꽉 조여 놓은 것처럼 굳었다.
페달을 밟을 때마다
체인이 짧게 울렸다.
짤깍, 짤깍.
한 번 더 밟으면
안에서 무언가 끊어질 것 같았다.
땀이 인중을 타고 흘러
입 안으로 들어왔다.
짰다.
“잠깐.”
진용이 말했다.
멈춰 서자
다리가 자기 것이 아닌 것 같았다.
힘을 빼면
바로 주저앉을 것 같아서
괜히 더 버텼다.
대진도 말이 없었다.
헬멧 아래로
땀이 뚝뚝 떨어졌다.
무환이 물병을 내밀다가
한 번 놓쳤다.
뚜껑이 굴러갔다.
“야, 물도 도망가네.”
툭 던진 말이었다.
셋 다 웃진 않았지만,
입꼬리가 조금씩 올라갔다.
다시 달렸다.
잠깐 뒤에서
대진이 말했다.
“야.”
무환이 숨을 몰아쉬며 물었다.
“왜.”
“엉덩이골 보인다.”
무환이 고개도 안 돌리고 말했다.
“그래?”
잠깐 뒤를 보던 진용이 말했다.
“바람 잘 들어가겠다.”
잠깐 침묵.
무환이 말했다.
“야.”
대진이 물었다.
“왜.”
“이러니 여자들이 환장하지.”
대진이 웃음을 터뜨렸다.
“미친놈.”
그래도
셋 다 조금 웃었다.
덜컹—
짐받이에서 소리가 났다.
텐트가 풀린 채
아스팔트를 긁고 있었다.
“야!! 우리 집 나간다!”
대진이 소리쳤다.
무환이 뛰어가서
끈을 묶었다.
매듭이 한 번 풀렸다.
“가만히 좀 있어라.”
누구한테 하는 말인지 모를 투였다.
다시 묶였다.
“됐다. 다음엔 더 꽉 묶자.”
진용은
가방 끈을 고쳐 멨다.
어깨가 눌렸다.
상자가 안에 있었다.
단단한 모서리가
등뼈 가까이를 눌렀다.
버릴 생각은 없었다.
괜히 더 깊이 눌러 넣었다.
그 무게가
허벅지보다 먼저 티를 냈다.
다시 출발.
차 소리가 달라졌다.
표지판이 보였다.
고속도로 진입 금지.
자전거 통행 불가.
셋은 동시에 멈췄다.
사이렌이 울렸다.
경찰차였다.
“여기 자전거 못 다닙니다.
위험해요. 돌아가세요.”
짧았다.
대진이 입을 열었다.
“조금만—”
“안 됩니다.”
끝이었다.
경찰차가 떠나자
대형 트럭이 옆을 스쳤다.
바람이 밀어냈다.
셋의 자전거가 동시에 흔들렸다.
“와, 진짜 날아갈 뻔.”
대진이 중얼거렸다.
진용은
자전거로 가자고 말한 게
자기였다는 걸 떠올렸다.
괜히 더 페달을 세게 밟았다.
고작 12km.
지도에서는
점 하나도 줄지 않은 거리였다.
대진이 숨을 몰아쉬며 말했다.
“야… 12km면
우리 학교 세 번 왕복이다.”
무환이 대꾸했다.
“188 남았다.”
대진이 잠깐 멈췄다.
“잠깐만.”
숨을 고르며 말했다.
“그럼 우리…
지금 6% 온 거냐.”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
셋은 결국
작은 그늘 아래 멈춰 섰다.
숨이 정리될 때까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다 대진이 툭 던졌다.
“사랑은…
허벅지부터 오는 거 맞네.”
이번엔
진용도 웃었다.
“그럼 아직 사랑 초입이네.”
무환이 물병을 흔들었다.
“말은 나중에.
페달.”
셋은 다시 올라탔다.
아직 멀었다.
그래도,
멈춘 건 아니었다.
방향은
바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