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달〉 5회

지옥의 페달링

by 김성훈


출발한 지 한 시간쯤 지났을 때,

사랑은 심장이 아니라

허벅지에서 먼저 왔다.


처음엔 그냥 뻐근했다.

몸이 놀라는 정도라고 생각했다.


조금 더 갔고,

몸은 풀리지 않았다.


허벅지 안쪽이

누가 꽉 조여 놓은 것처럼 굳었다.


페달을 밟을 때마다

체인이 짧게 울렸다.


짤깍, 짤깍.


한 번 더 밟으면

안에서 무언가 끊어질 것 같았다.


땀이 인중을 타고 흘러

입 안으로 들어왔다.


짰다.


“잠깐.”


진용이 말했다.


멈춰 서자

다리가 자기 것이 아닌 것 같았다.


힘을 빼면

바로 주저앉을 것 같아서

괜히 더 버텼다.


대진도 말이 없었다.


헬멧 아래로

땀이 뚝뚝 떨어졌다.


무환이 물병을 내밀다가

한 번 놓쳤다.


뚜껑이 굴러갔다.


“야, 물도 도망가네.”


툭 던진 말이었다.


셋 다 웃진 않았지만,

입꼬리가 조금씩 올라갔다.


다시 달렸다.


잠깐 뒤에서

대진이 말했다.


“야.”


무환이 숨을 몰아쉬며 물었다.


“왜.”


“엉덩이골 보인다.”


무환이 고개도 안 돌리고 말했다.


“그래?”


잠깐 뒤를 보던 진용이 말했다.


“바람 잘 들어가겠다.”


잠깐 침묵.


무환이 말했다.


“야.”


대진이 물었다.


“왜.”


“이러니 여자들이 환장하지.”


대진이 웃음을 터뜨렸다.


“미친놈.”


그래도

셋 다 조금 웃었다.


덜컹—


짐받이에서 소리가 났다.


텐트가 풀린 채

아스팔트를 긁고 있었다.


“야!! 우리 집 나간다!”


대진이 소리쳤다.


무환이 뛰어가서

끈을 묶었다.


매듭이 한 번 풀렸다.


“가만히 좀 있어라.”


누구한테 하는 말인지 모를 투였다.


다시 묶였다.


“됐다. 다음엔 더 꽉 묶자.”


진용은

가방 끈을 고쳐 멨다.


어깨가 눌렸다.


상자가 안에 있었다.


단단한 모서리가

등뼈 가까이를 눌렀다.


버릴 생각은 없었다.


괜히 더 깊이 눌러 넣었다.


그 무게가

허벅지보다 먼저 티를 냈다.


다시 출발.


차 소리가 달라졌다.


표지판이 보였다.


고속도로 진입 금지.

자전거 통행 불가.


셋은 동시에 멈췄다.


사이렌이 울렸다.


경찰차였다.


“여기 자전거 못 다닙니다.

위험해요. 돌아가세요.”


짧았다.


대진이 입을 열었다.


“조금만—”


“안 됩니다.”


끝이었다.


경찰차가 떠나자

대형 트럭이 옆을 스쳤다.


바람이 밀어냈다.


셋의 자전거가 동시에 흔들렸다.


“와, 진짜 날아갈 뻔.”


대진이 중얼거렸다.


진용은

자전거로 가자고 말한 게

자기였다는 걸 떠올렸다.


괜히 더 페달을 세게 밟았다.


고작 12km.


지도에서는

점 하나도 줄지 않은 거리였다.


대진이 숨을 몰아쉬며 말했다.


“야… 12km면

우리 학교 세 번 왕복이다.”


무환이 대꾸했다.


“188 남았다.”


대진이 잠깐 멈췄다.


“잠깐만.”


숨을 고르며 말했다.


“그럼 우리…

지금 6% 온 거냐.”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


셋은 결국

작은 그늘 아래 멈춰 섰다.


숨이 정리될 때까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다 대진이 툭 던졌다.


“사랑은…

허벅지부터 오는 거 맞네.”


이번엔

진용도 웃었다.


“그럼 아직 사랑 초입이네.”


무환이 물병을 흔들었다.


“말은 나중에.

페달.”


셋은 다시 올라탔다.


아직 멀었다.


그래도,

멈춘 건 아니었다.


방향은

바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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