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며
내가 울린 사랑스러운 사람들의
안온한 귀가를 바라며.
지금까지 내 삶은 모두 강릉이라는 조그마한 도시에 있는 우리 집으로 돌아가는 과정이었다. 유치원,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까지 이십여 년이 넘는 시간을 이 집에서 보내왔기에 친구들이 하나둘 타지로 상경하는 동안에도 나는 감히 이 집을 벗어날 엄두를 내지 못하고 항상 돌아왔다. 이곳에 남아 살기 위해 부단히 노력도 했었다. 그런 내가 본의 아니게 부천으로 올라와 살게 되면서 생각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부천에 오면 부천 집에서 사는 것이 좋고 강릉에 오면 강릉 집에서 사는 것이 좋았다. 과연 나는 원래 우리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내 집은 과연 어디일까? 사람이 사는 곳이 바뀐다는 것은 단순히 위치의 변화만이 아니다. 강릉의 조그마한 우리 집이 지금까지의 내 삶을 규정하는 데 영향을 미쳤다면 앞으로 살집은 내 미래를 규정하는 데 영향을 미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집이란 사람의 인생을 결정하는 중요한 일인 것이다.
이와 더불어 서울로 상경해서 살아가는 사람들이나 지방으로 귀촌해 살아가는 사람들의 얘기는 많이 다뤄졌지만, 그에 비해 지방에서 살아왔고 앞으로의 삶의 터전을 어디로 잡아야 할지 고민하는 사람들의 얘기는 잘 다뤄지지 않은 것 같다. 그렇다고 이런 고민을 하는 사람이 적지도 않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을 택할지 새로운 집을 찾아 떠날지 고민하는 사람들의 얘기를 대단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무시하기엔 큰 수술 후 1년간의 내 삶의 행적을 중심으로 나눠보고 싶다. 또한 내가 피치 못하게 집을 옮겨와야 했던 다소 개인적인 사연을 통해서 누구나 한 번쯤은 겪게 되는 신체적, 정신적 아픔, 특히 젊은 나이에 아프게 된 사람들 스스로와 그들 주위 사람들도 아픔을 바라보고 이해하려는 자세를 다시금 생각해 보았으면 한다. 사실 아직도 이 아픔은 내 인생에 있어 큰 지분을 차지하고 있다. 그런데도 이 이야기를 공간이라는 간접적인 방식으로 함께 드러내고자 한 데에는 누군가 이런 내 모습을 혹여라도 신파극처럼 곡해하지 않기를 바라는 나의 조심스러운 마음 때문이리라. 마음껏 보시되 그런 쓴 생각은 본인 마음 구석에 고이 접어주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