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존 도우]

가짜로 시작된 외침이 진짜 목소리가 되는 과정에서 무엇에 귀 기울이는가?

by 에밀리


"시청 옥상에서 가장 행복할 성탄절에 다 보는 앞에 뛰어내리겠습니다"


잿빛 거리에 떨어진 이 문장은, 허구였으나 곧 진실의 형식을 입었다. '존 도우' 이름으로 굶주린 도시의 심장처럼 뛰기 시작한다. 정리해고를 당하고 홧김에 쓴 기사는 침묵하던 군중의 외침이 된다.


뮤지컬은 1929년 미국 대공황기를 배경으로, 신문에 실린 한 줄의 가짜 기사에서 출발한다. 사회에 항거하는 의미로 성탄절에 시청 옥상에서 뛰어내리겠다는 ‘존 도우’가 절망 속에 신음하는 대중 전체의 얼굴로 확장된다. 배우들의 노래와 군무는 불안에 흔들리는 시대의 맥박 같았다. 환호와 분노가 뒤섞인 합창 속에서 '절망은 언제 희망의 목소리를 갖는가. 우리는 그 외침을 어디까지 믿어야 하는가.' 메아리쳤다.


무대는 신문과 방송, 군중의 열기로 가득 찬 도시를 리드미컬하게 그려낸다. 개인의 조작된 이야기가 어떻게 집단의 신념으로 변모하는지를 보여준다. 배우들의 에너지 넘치는 군무와 빠른 장면 전환으로 흐름에 빠져들었다. 군중이 ‘존 도우’를 신화처럼 떠받드는 과정은 현대 사회의 여론 형성과도 맞닿아 있어서 현실적으로 다가온다.


뮤지컬 [존 도우]는 희망을 만들어내는 이야기이면서 동시에, 그 희망이 얼마나 허술하게 조작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가짜로 시작된 외침이 진짜 목소리가 되는 과정에서 우리는 무엇에 귀 기울이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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