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의 문장

by 에밀리


강의실은 봄볕이 얇게 비치고 있다. 화이트보드 앞에 강사는 종이 한 장을 들어 올린 채 설명하고, 대여섯 명의 학생들은 길쭉하고 네모난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앉아 있다.


종이컵에 남은 커피 자국, 노트북 화면 위로 비치는 유리창과 버티컬, 손에 쥔 펜 끝에서 멈칫거리는 생각. 모든 것이 또렷하면서도 느리게 흐른다.


벽에는 달력과 작은 포스터가 붙어 있고, 보드에는 동그라미와 화살표로 이어진 문장 도식이 남아 있다. 말은 흘러가는데, 그 말의 뼈대가 눈에 보이는 공간은 조금 더 가까워진다.


서로 다른 자세로 앉은 사람들의 시선이 한 곳으로 모였다가, 이내 각자의 사유 속으로 흩어진다. 어떤 이는 턱을 괴고, 또 다른 이는 물컵을 들어 올리고, 나는 노트북에 쓴 글귀를 붙들고 있다.


강사의 손짓은 문장 안의 호흡을 짚어내듯 천천히 움직인다. 명사적 사고와 동사적 사고, 사물과 현상을 이미지화하여 수필로 구상해서 쓸 것인가, 시로 추상하여 심상을 표현할 것인가.


점심 식사를 마치고 낮 2시, 눈꺼풀이 먼저 반응한다. 많이 걸어서 의자에 앉은 채 무릎에 찌릿한 통증이 번진다. 노트북 키보드를 가볍게 두드리며 글을 받아 적는다. 문장을 세우는 것은, 흐트러지는 감각을 붙드는 일이다.


춘곤증과 통증 사이에서 나는 하나의 문장을 끝까지 밀어붙여 본다. 어디서 시작해서 무엇을 남기고, 어떤 순서로 배치할 것인가. 그 선택의 과정이 흐릿해지는 의식을 다시 끌어올린다.


종종 감정이나 직관을 먼저 말로 표현하지만, 문장은 그 무질서를 견디지 않는다. 문장론은 감성을 감각적으로 살려 글의 윤곽을 세우고, 사고의 경계를 그어 준다.


3월의 봄날, 아지랑이 같은 흐릿함에 머물지 않고, 어제보다 분명하게 쓸 것이다.

수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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