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릎에 치는 번개

by 에밀리

무릎 앞쪽이 번개 같은 찌릿한 통증으로 움찔한다. 올라갈 때보다 내려갈 때가 힘겨워 발을 딛으면서 큰 저항을 느낀다.


계단을 내려가면서 체중을 고스란히 관절에 실어 보내고, 천천히 위치를 바꾼다. 한 칸, 한 칸을 내딛을 때마다 하루의 피로와 시간의 밀도를 감당한다. 무릎이 견디는 압력은, 통증이 오고 나서야 여실히 드러났다.


찌릿찌릿한 감각은 축적된 시간의 흔적을 보여준다. 어제와 그제, 그리고 그 이전의 무수한 걸음들이 눈에 보이지 않는 층을 이루고, 어느 날부터 신호를 보내온다. 이제 더는 아무 일 아닌 듯 지나칠 수 없다고, 삶의 태도를 바꿔야 한다는 소리가 메아리친다


언제든지 맘껏 걸을 줄 알았다. 당연히 그럴 수 있을 것이라, 여겼다. 언제부터였을까? 나는 통나무처럼 뻣뻣하게 굳은 다리로 걷고 있었다. 걸음을 내딛기 전에 몸의 균형을 살피고, 힘이 어디에 실리는지를 의식하게 된다. 그저 단순하게 여겼던 동작 하나도 이제는 사소할 수 없다.


내려오는 일은, 어쩌면 삶의 후반부와 닮아 있다. 올라갈 때는 속도와 방향이 중요하지만, 내려올 때는 무게를 어떻게 나누어 갖는지가 중요해진다. 덜 무리하고, 덜 욕심내고, 몸이 감당할 수 있는 만큼 움직이기로, 그것은 건강하게 살기 위한 선택이다.


천천히, 스스로를 다독이며 한 칸씩 내려간다. 이렇듯 걸어가는 것은, 계속 균형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나에게 통증은 멈춤의 신호가 아니다. 다른 자세로 천천히 움직이라는 메시지인 것을 알아간다.


내려갈 때마다 치는 번개가 오래 걷기 위한 몸의 언어라고 믿는다. 날마다 쌓이는 작은 아픔과 덜어내야 하는 무게, 삶의 속도와 방향을 새롭게 읽는다.

수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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