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산을 씌워주고 싶은 마음을 꾹꾹 누른다
교복을 멀끔히 차려입은 두 아들이 책가방을 메고, 운동화를 신고 현관문을 열었다. "지금 비 내려" 우산을 건넸다. “괜찮아요. 금방 그칠 거야” 그들은 거추장스러워하며 시선은 핸드폰에 머물렀다.
아파트 창가에 서서 건널목을 내려다본다. 신호등 앞에 선 아이들의 어깨가 젖어갈 것이다. 교복 위로 빗물이 떨어지고, 발끝은 물웅덩이를 피하려 보폭을 넓힌다. 우산 없이 뛰어가는 등 뒤로 책가방이 흔들린다.
비는 그저 내리는 것이 아니라, 마음을 적신다. 젖은 것은 바람에 마르고, 흐르는 시간 속에 기억도 흐려진다. 어린 날의 비는 금세 마르지만, 가슴에 스며드는 물기는 오래오래 남는다.
늦둥이 두 아들들과의 사십 년 간극은 생각보다 깊다. 아이들이 서 있는 자리와 내가 서 있는 자리는 같은 공간이면서도 다른 풍경이다. 나는 수없이 많은 비를 맞아왔고, 그들은 몇 번의 비를 겪는 중이다.
우산을 들고 내려가고 싶은 충동이 일렁인다. 그러나 움직이지 않는다. 대신 창문에 맺힌 물방울을 따라 눈동자가 움직인다. 보호하고 싶은 마음과 놓아주어야 한다는 이치가 끌어당기고 밀어내며 흔들린다.
아이들은 젖은 채로 길을 건넌다. 나는 그 모습이 사라질 때까지 바라본다. 우산을 씌워주는 싶은 마음을 꾹꾹 누른다. 때로는 비를 맞는 시간을 지켜보는 일이 모정이라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