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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레솔도
02화
문득
원하지 않는 호의가 친절인가?
by
에밀리
May 15. 2025
아래로
아침 6시 30분, 사우나에서 아래쪽에 위치한 라커를 열어 옷을 꺼내고 있었다.
다가오는
그
몸짓이 무안해서 라커를 급하게 닫아버렸다. '도대체 무엇을 돕겠다는 것인가?' 당황한 마음이 고스란히 거친 소리로, 쿵! 둔탁하게
울렸다.
집으로 돌아와서도
뒤가 개운치 못해서....
그 작고 야위고 꼬부라진 할머니의 어깨와 등이
생각나고 음성이 귀에 쟁쟁히 울렸다.
"도와줄까?
무엇을 찾고 있는 거야? 내가 찾아줄게"
느릿한 말투, 친절을
가장한 불필요한 관심이
소름 끼치게 거슬렸다. 집에 와서도 자꾸만 신경이 쓰였다. 그러나 하루 첫 시간에 급히 닫힌 라커
앞에서 느꼈을 냉대와 무시와 황망함을 생각하였다.
이른 아침 시간대에
운동 삼아 간단하게 뛰어 다녀오는지라, 눈인사 외에는
거북스럽고 불편한 마음에 문을 급하게 닫는 것으로 표출이 되어버렸다.
오늘따라 먹잇감을 찾듯 불쑥 나에게 다가오는 여유로운 말투, 어서 뛰어가서 식구들 챙겨야 하는 긴박감으로, '오지 마세요, 한가로운 다른 분이랑 얘기 나누셔야지요!' 나는 소리 없이 계속 밀어내고 있었다.
그
어르신이 입주민 커뮤니티에서
대화의 물꼬를 트면, 자신의 이야기에 푹 빠져서
장황하게 이어가는 것을 보아왔다. 한 번 인사를 하면 계속 다가올 것을 알기에 어느새 시선을 피하고 있었다.
나는 이른 아침이 제일 바쁜 때라, 늘어질 수 없어서 언제부터인지 그 시선을 외면했다.
아이들을 각각의 시간대별로 3단계에 걸쳐 깨우고 챙겨야 해서 제때에 돌아가야 한다.
'어쨌든, 다가오는 사람 목전에서 라커문을 세차게 닫아버린 것은 무례한 행동이다.' 온
종일 지옥 속으로 타자의 마음과 내 속의 개운치 못한 괴로움을 끌고 갈 수는 없었다.
다시 사우나에 돌아가서 그 분을 한증막에서 찾았다. "당황해서 문이 세차게 닫혀 버렸고, 그 소리에 민망해서 아무 말도 못 했어요.
아침부터 죄송합니다." 마음이 불편해서 다시 왔노라고 고백했다. 비로소 구겨진 마음은 풀렸다.
하지만 온종일 나를 따라다니는 화두, 원하지 않는
호의가 친절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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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unch Book
라레솔도
01
늦은 저녁, 스페셜 참치회
02
문득
03
인사동 나들이
04
창포향
05
모두가 잠든 새벽 2시에
라레솔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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