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각역 3-1번 출구를 향해서 계단을 올라갔다. 한 달에 한 번 둘째 주 화요일에 마을공정여행 나들이가 있는 날, 이번에는 인사동 탐방이다.
템플스테이 통합정보센터
조계사 맞은편으로 템플스테이 통합정보센터 1층에 무료체험 프로그램이 매일 진행 중이다. 요일에 따라 부채, 컵받침, 단주 만들기, 전통채색 연꽃등 만들기 체험이 있고, 상시 프로그램으로 사경 쓰기 (Writing along the words of the Buddha)가 있다.
통합정보센터 안을 둘러보고 조계사 경내에 들어갔다. 석가탄신일이 지난주 월요일이었다. 연등이 화사하게 피어난 꽃처럼 줄지어 달려 있다. 마치 커다란 차양을 펼친 것처럼, 노랑 파랑 분홍 빨강 하양으로, 머리 위에서 바람에 출렁이고 있다.
부처님이 세 분, 대웅전에 나란히 앉아 계신다. 불공드리는 신도들의 자세가 엄숙하고 경건해서 그 간절함의 깊이가 느껴졌다.
간절한 염원 담다 조계사는 불교의 자주화와 민족자존 회복을 염원하며 창건되었다. 근대 한국불교 첫 포교당이고 사대문 안에 최초로 자리 잡은 사찰이다.
서울시 도심, 종로 한가운데 위치한 유일한 절이다. 휴식과 여유를 누릴 수 있는 공간으로 하루 종일 경내 개방하고 있다.
조계사 경내 풍경
조계사 대웅전 이른 아침부터 외국인 단체 관광객들이 조계사 경내를 거닐고 있었다. 사월 초팔일 지나, 한껏 치장한 절집을 경이롭게 바라보았다.
화려한 경내 풍경 속으로 목탁을 두드리는 스님의 독경 소리가 쩌렁쩌렁 울렸고 마음이 편안해졌다. 틱낫한 스님의 <최상의 행복에 이르는 지혜>에 나오는 글귀를 새기며 연결됨을 생각했다.
간절한 염원 담은 연등
공예품과 볼거리가 넘치는 쌈지길에서 두리번거리며 훑어보고 지나왔다. 외국인 손님, 지인, 자녀에게 선물하고픈 감각 있는 디자인, 실용적인 가방류, 소품이 즐비해서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쌈지길은 복합문화공간으로, 전통과 현대 공예품점들이 모여있다. 쌈지는 '주머니'를 뜻하는 순우리말이다. '길'이 더해져 인사동 골목에 여러 문화적 재미요소를 더하게 되었다.
길을 걷다가 납청놋전을 보고 무척이나 반가웠다. 무형문화재 방짜 유기장인 이봉주 선생의 그릇을 20여 년 매일 쓰고 있어서 자부심으로 아는 체를 했다.
나는 '통인'을 이삿짐 업체로만 알고 있었다. 통인가게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고미술품 판매점이자, 인사동에서 가장 오래된 고미술품 전문 갤러리다.
'통인'하면 떠오르는 호랑이 로고가 품위 있고 멋스러워 유심히 봐왔다. '예술상점을 상징하는 호랑이'라니 참으로 근사하다. 통인이 더 친밀하게 느껴진다.
전시관 곁문으로 작은 한옥 뜨락이 있어서 '유년의 따스했던 날'이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아버지 엄마 외조부모님께서 젊고 건강한 얼굴로, 어린 나를 바라보고 있다.
'범, 내려온다' 통인의 상징 호랑이
통인가게 중정, 뜨락
박영효의 옛집, 한옥 갤러리 경인미술관을 들어서면 멋드러진 커다란 장독대가 나란히, 먼저 눈길을 끌었다.
초록 나무와 한옥이 조화롭게 어우러진 마당에서 한가롭게 다담 나누고 싶다. 바람도 햇살도 좋은 날, 한옥 정원을 떠나기 못내 아쉬워 기념촬영을 했다.
한옥 정취 그윽한 경인미술관
경인미술관 마당에서 탑골공원은 한국인이 세운 첫 근대식 공원이다. 원래 사찰이 있었던 자리였다. 화강암에 정교하게 조각을 새긴 원각사지 십층석탑을 우러러보았다.
탑골공원은 모두의 쉼터이다. 곳곳에 어르신들, 외국인들, 행인들이 망중한을 누리고 있었다. 공원을 나오면서 길게 늘어선 무료밥집 대기줄을 지나왔다.
탑골공원 석재유구
탑골공원, 오른쪽 손병희 선생 동상
원각사지 십층석탑 섬세하고 정교한 조각
원각사지 십층석탑
낙원악기상가는 오가는 길에 경유하며 오랫동안 봐왔다. 드디어 오래되고 꽉 찬 건물에 발을 들였다.
1970년 대부터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낙원악기상가 건물 내부가 오밀조밀해서 눈 닿는 곳마다 인상적이다.
1969년에 완공되었고, 한국 최초의 주상복합 건물 중 하나이다. 지상에는 상가와 주거 공간이 있고, 지하에는 시장이 위치하고 있다.
낙원악기상가 (사진출처 네이버) 지하에 꽤 큰 시장이 형성되어 있다. 식료품 가게, 수건 가게 그리고 곳곳에 맛있는 음식 냄새 폴폴, 외관은 허름하지만 곰삭은 세월이 보이는 많은 식당이 있다.
4층으로 올라가면, 입소문으로 들어왔던 실버극장, 낭만극장이 있다. 흘러간 고전 영화를 감상할 수 있다. 관람료도 저렴하고 80년대 느낌이 물씬 풍겼다.
낙원상가 4층 실버영화관, 낭만극장 마치 시간여행을 온 듯 8090 감성이 그대로 남아있는 이곳이 정겹게 느껴진다. 영화 보고 시장 밥집도 맛보면서 급한 마음 가라앉히고 싶다.
낙원악기상가는 전문악기상가, 극장, 지하시장, 사무실과 주거공간으로 반백 년이 훌쩍 지났다. 수많은 사람들의 설렘과 기대감으로 함께하는 공간이 애틋하다.
인사동 골목골목에 역사와 문화와 이야기가 더해져 걷는 재미가 있다. 그 길에서 천천히 걸으며 추억 속의 나를 돌아보고 '새로운 나'를 마주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