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벗 도르테아님에게서, 2022년 봄
나에게 줄곧 시(詩)는 눈으로 읽는 것이었다.
듣는 시는 글자수를 맞춘 우리 시조나 평측이 엄격한 중국의 정형시 같은 옛날 시가에 적합하다고 생각했고, 비교적 자유로운 현대시 낭송은 낯설었다. 예외로 백석 시인의 시는 듣는 맛이 있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그 외에는 견문이 좁아 그 진의를 체오하지 못하고 살았던 것 같다.
그러던 중 지인 가족이 시낭송 무대에 선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흔쾌히 서래마을 은행나무 공원으로 달려갔다. 코로나로 인해 야외무대에서 작게 치러진다고 했다. 시를 듣기에 봄날의 초록, 봄날의 바람, 봄날의 햇살보다 더 좋은 무대 배경이 있을까.
지인의 두 딸들이 엘가의 '사랑의 인사'를 바이올린 첼로 듀엣으로 연주하면서 시작을 열었다. 리플렛에 나와있는 차례로 낭송이 시작되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공연의 옥에 티였던 공원 옆 공사장 소음마저 잊어갔다. 나는 초록 햇살 속에서 공간과 시간, 그리고 시(詩)가 내 안에서 교차되어 만나는 어떤 순간을 마주하게 되었다
돈오(頓悟)라고 했던가. 풍경이 화가의 눈과 붓을 통해 예술이 되듯, '낭송가의 열정과 목소리 온도를 통해 이렇게 마음을 울릴 수 있구나.' 무대에 오른 그들이 모두 전문 낭송가는 아니라고 한다. 시어 하나하나마다 실린 진심 어린 감정들과 삶의 무게, 궤적들이 나의 내면에서 산사의 종소리처럼 울려 퍼졌다
오월의 그날, 시와 음악과 햇살과 바람은 나에게 낭송이란 무엇인지를, 일생 시를 놓지 않고 문학과 함께하는 것이 얼마나 따뜻하고 풍성한 여정인지 알게 해 주었다. 좋은 공연에 초대해 주신 에밀리 님 가족과 모든 출연자 분들께 서툰 글로 감사를 드린다.
- 2022년 5월, 서래마을 파리 15 지구 공원(구. 은행나무 공원) 시낭송힐링콘서트에 아침부터 도와주고 공연을 지켜본 오랜 벗, 도르테아 님 글을 에세이로 재구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