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라레솔도 18화

무지개 속에 녹아내리다

by 에밀리


찔레꽃 엄마 / 유이정



하얀꽃

찔레꽃

엄마엄마 흘러내리네


내일이 오늘이 되어

어제가 날 부르면

하냥 엄마엄마 깨우겠네


한 번이라도 오신다면

하이얀 꽃잎 따라

엄마엄마


슬픈 날에

소낙비로 오실까

기쁜 날에

바람으로 오실까


아니 아니

꿈길 따라

엄마엄마 흐르겠네



대학 4학년 졸업논문 발표 전 날에 갑작스럽게 엄마가 떠났다. 우리가 달려갔을 때 엄마는 이미 의식이 없었고, 인공호흡기에 의존해 간신히 숨만 쉬고 있었다.


갑작스럽게 마음의 준비도 없이, 슬픔과 상실감으로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 '왜왜왜 하필 내 엄마인가?' 하느님을 원망하며 온몸으로 울부르짖었다.


차디찬 언 땅에 나의 피와 살이, 내 몸의 반인 엄마가 그렇게 소멸되고 있다는 것, 다시는 따스한 손을 느끼지 못한다는 것, 달려가 안길 존재가 없다는 것....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하지!' 황망하고 깜깜하고 숨 쉬는 것조차 힘들었다, 그렇게 한동안 먹지도 못하고, 잠들 수 없었던 날들이 통곡하며 지나갔다.


2남 3녀 중에 늦둥이인 나는 2남 2녀 어미로 살아가고 있다. 그러면서 마음으로, 눈으로, 손길로 진하게 엄마의 헌신과 사랑을 느끼며 알아가고 있다. 천천히 터울 지는 사 남매의 엄마가 되고서야, 서서히 엄마를 가슴에 품을 수 있었다.


마흔 줄에 낳은 늦둥이, 두 아들을 보며 '우리 엄마도 이런 시선으로 날 바라보았지!' 스무 살이 넘은 큰아이와 치열하게 대입을 준비하는 둘째를 안쓰럽게 지켜보면서, 살아생전 엄마가 나에게 품었던 그 간절함을 마주한다.


이웃에게 아버지에게 오빠들에게 수용하고 헌신하는 엄마의 추레한 모습을 향해 "나는 절대로 엄마처럼 살지 않을 거야!"라고 몇 번이나 대못을 박았다.


엄마가 그랬듯이 아이들을 바라보고, 안아주고, 간절함 담아 빌고 빈다. 시간이 지날수록 내 엄마를 받아들이고 알아가고 깨달아간다. 어릴 때는 알 수 없었던, 형언할 수 없는 기쁨과 아픔, 그리고 나를 향해 보고자 했던 엄마가 바라던 세상을 알아차리게 되었다.


무조건적인 엄마의 사랑은, 어린 날의 반발, 상실, 상처가 폭포수로 흘러내리고 나를 감싸는 꿈이 되었다. 사랑은 상처를 치유하고 무지개 속에 녹아내린다.


시간과 공간의 한계를 넘어, 초월적인 마음이 흐르고 흘러 내 아픔를 어루만지고 치유한다. 그 사랑의 힘이 내 삶에 통합되어 온기를 나누며 선순환으로 연결됨을 깨닫게 되었다



photo by 김혜윤 엘리자베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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