찔레꽃 엄마 / 유이정
하얀꽃
찔레꽃
엄마엄마 흘러내리네
내일이 오늘이 되어
어제가 날 부르면
하냥 엄마엄마 깨우겠네
한 번이라도 오신다면
하이얀 꽃잎 따라
엄마엄마
슬픈 날에
소낙비로 오실까
기쁜 날에
바람으로 오실까
아니 아니
꿈길 따라
엄마엄마 흐르겠네
대학 4학년 졸업논문 발표 전 날에 갑작스럽게 엄마가 떠났다. 우리가 달려갔을 때 엄마는 이미 의식이 없었고, 인공호흡기에 의존해 간신히 숨만 쉬고 있었다.
갑작스럽게 마음의 준비도 없이, 슬픔과 상실감으로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 '왜왜왜 하필 내 엄마인가?' 하느님을 원망하며 온몸으로 울부르짖었다.
차디찬 언 땅에 나의 피와 살이, 내 몸의 반인 엄마가 그렇게 소멸되고 있다는 것, 다시는 따스한 손을 느끼지 못한다는 것, 달려가 안길 존재가 없다는 것....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하지!' 황망하고 깜깜하고 숨 쉬는 것조차 힘들었다, 그렇게 한동안 먹지도 못하고, 잠들 수 없었던 날들이 통곡하며 지나갔다.
2남 3녀 중에 늦둥이인 나는 2남 2녀 어미로 살아가고 있다. 그러면서 마음으로, 눈으로, 손길로 진하게 엄마의 헌신과 사랑을 느끼며 알아가고 있다. 천천히 터울 지는 사 남매의 엄마가 되고서야, 서서히 엄마를 가슴에 품을 수 있었다.
마흔 줄에 낳은 늦둥이, 두 아들을 보며 '우리 엄마도 이런 시선으로 날 바라보았지!' 스무 살이 넘은 큰아이와 치열하게 대입을 준비하는 둘째를 안쓰럽게 지켜보면서, 살아생전 엄마가 나에게 품었던 그 간절함을 마주한다.
이웃에게 아버지에게 오빠들에게 수용하고 헌신하는 엄마의 추레한 모습을 향해 "나는 절대로 엄마처럼 살지 않을 거야!"라고 몇 번이나 대못을 박았다.
엄마가 그랬듯이 아이들을 바라보고, 안아주고, 간절함 담아 빌고 빈다. 시간이 지날수록 내 엄마를 받아들이고 알아가고 깨달아간다. 어릴 때는 알 수 없었던, 형언할 수 없는 기쁨과 아픔, 그리고 나를 향해 보고자 했던 엄마가 바라던 세상을 알아차리게 되었다.
무조건적인 엄마의 사랑은, 어린 날의 반발, 상실, 상처가 폭포수로 흘러내리고 나를 감싸는 꿈이 되었다. 그 사랑은 상처를 치유하고 무지개 속에 녹아내린다.
시간과 공간의 한계를 넘어, 초월적인 마음이 흐르고 흘러 내 아픔를 어루만지고 치유한다. 그 사랑의 힘이 내 삶에 통합되어 온기를 나누며 선순환으로 연결됨을 깨닫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