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버 취준생 분투기>의 그분

7. 이순자 님 : 예순 살, 나는 또 깨꽃이 되어

by Agnes

이순자 작가님의 글 <실버 취준생 분투기>는 2021년 매일신문 시니어 문학상 논픽션 부문에 당선됐다. '시니어'부문이니만큼 당선 당시의 나이를 찾아보니 69세다. 현재도 노동 중이신지 궁금했는데, 조금 더 기사를 찾아본 후 알았다. 당선 직후 돌아가신 것을.


나는 우연히 이순자 작가님을 그리워하는 많은 독자들의 이야기를 먼저 들었고, 그래서 책을 구입하게 됐고, 당선작인 <실버 취준생 분투기>는 책을 주문한 후 읽게 됐다. 우연인지 모르겠는데 브런치를 하면서 나보다 젊은 사람들의 글도 많이 접하고 나보다 나이가 많은 분들의 글도 많이 접한다. 브런치의 여러 가지 좋은 점 중의 하나가, 오로지 글에만 집중할 수 있는 것이다. 나와 연령대가 다른 사람의 인생은, 보통 유명인을 통해 본다. 하지만 브런치에서는 수많은 다른 인생들을 오직 글을 통해서 보니, SNS로 보는 것 또는 미디어로 보는 것과는 다르게 몰입이 된다. 그리고 보는 사람인 내가 다소 순수한 상태인 것 같다. 그래서 나는 요즘 다른 사람의 인생을 글로 보는 것에 매우 익숙해졌고 이순자 작가님의 글 또한, 그렇게 이웃 브런치 작가님의 글을 읽는 마음으로 읽게 됐다.


이순자 작가님이 <실버 취준생 분투기>에서 말한 여러 가지 직업들을 정리해 보니 다음과 같다. 62세부터 65세 사이에 있었던 일이라 하는데, 시니어의 취업 도전 르포를 보는 느낌이었다.


1. 수건 개기

2. 백화점 지하 식품부 청소

3. 건물 청소

4. 어린이집 주방 선생님

5. 아기 돌보미

6. 요양 보호사

7. 장애인 활동 지원사


모두 몸으로 하는 노동이고, 모두 60대의 (건강이 별로 좋지 않은) 여성이 하기엔 벅찬 일들이다. 이후 이순자 작가님은 요양 보호사 일을 좀 더 길게 하신 것 같고, 건강이 안 좋아지시면서 일을 정리하신 것 같다. 나는 작가님의 글을 읽으며 몇 년 전 읽은 조정진 작가님의 <임계장 이야기>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그때 나는 <임계장 이야기>를 읽고, 어쩌면 우리 모두는 비정규직으로 시작해 한동안 정규직으로 일하다가 종래에는 다시 비정규직으로 노동의 삶을 마감하는 게 아닐까, 라는 생각을 했었다.


대학에는 항상 청소 노동자가 있다. 회사에도 항상 청소 노동자가 있었다. 우리는 그분들을 여사님이라 부르기도, 이모님이라 부르기도, 미화원이라 부르기도 한다. 어느 날 아침 청소하시는 이모님을 유심히 본 적이 있다. 마스크를 써서인지 모르겠지만 세련된 보브컷에 늘씬한 체격에 매우 젊어 보였다. 확실히 내 또래로 보였다. 그때까지 내 머릿속에서 청소 이모님의 이미지는 나이가 다소 있는 할머니였는데, 요즘은 젊은 분들도 청소를 하시나 보네,라고 생각하다가 다시 생각했다. 아니구나, 내 나이가 많아진 것도 있겠구나.


대학 졸업 후 줄곧 직업에 귀천이 없다는 마음으로 일했다. 하지만 나의 60세 이후를 아직 구체적으로 상상해보지 못한 나는, 무서운 게 사실이다. 그리고 60세 이후에 내가 가난하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그래서 씩씩하고 담담하게 노동에 뛰어든 작가님이 위대해 보인다.


문학에 대한 목마름으로 54세의 나이에 문학창작과 대학생이 된 작가님은, 정말 솔직하고 정말 정갈하고 정말 용기 있게 글을 잘 쓰신다.


이 삶의 답답한 경계를 허물 수 없어 오늘도 글을 쓴다. 글은 나의 탈출구다. 나의 슬픔, 나의 한탄, 나의 목마름, 나의 안타까움. 하지 못한 많은 말을 글로 토해내며 글로나마 나를 위로한다.

<예순 살, 나는 또 깨꽃이 되어> 39쪽 중


나에게도 글이 탈출구일까, 나는 아직이다.


작가님의 글을 읽으며 글이 선선히 읽혔다. 나보다 30년은 더 사신 것 같은데 인생을 바라보는 시선은 나와 같았다. 내가 세대 차이를 느끼지 못한 것은, 내가 고루한 사람이어서가 아니라 작가님의 생각이 세련되셔서다. 그리고 내가 글에서 그냥 종갓집 맏며느리의 고단했던 삶 그리고 노년의 노동이 주는 고단함뿐이 아니라 여러 가지 이야기를 읽은 것은, 작가님의 혜안이 담긴 세상에 대한 시선이 있어서다.


유고 수필집 외에 유고 시집도 있다던데, 다음엔 그 책을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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