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이 걱정돼요

학생들을 걱정시키는 선생님이 돼 버렸다.

by Agnes

사고 이후 첫 월요일 교실에 들어갔을 때, 학생들이 눈물이 그렁그렁해서 날 쳐다봤다.


우리 학교에서도 희생자가 나왔다.

어떤 학생에게는 제일 친한 친구였고, 어떤 학생에게는 친구의 친구였고, 어떤 학생에게는 같은 나라 같은 고향 친구였던. 꽃 같았던 우리의 학생들. 이런저런 모임과 관계들로 한 다리 건너면 모두 연결되는 사이이고, 그 시각 같은 공간에 있었던 학생들도 여럿이므로, 학생들은 집단 트라우마에 시달렸다. 과호흡이 오고, 패닉에 빠지고, 잠을 못 자고, 울고 울고 또 울고.


한 달 같았던 일주일이 흐르고, 어느 날 교실에서 학생들을 보고 있는데 다른 감정으로 눈물이 날 것 같았다. 이렇게 예쁜 학생들이라니. 다시 조금씩 활기를 찾는 학생들을 보고 있자니 기쁘고도 슬퍼졌다. 그래서 말하기 연습을 하는 학생들의 사진을 찍었다. 정말 오랜만에 '예쁜 너희들을 찍고 싶다'는 생각으로 그냥 찍었다. 집에 와서 학생들에게 사진을 보내 주면서 다시 보니, 정말 예뻤다.


그런데 한 학생이 메시지를 보내왔다.

선생님, 왜 오늘 우리 사진을 찍으셨어요?

뜬금없이 (요즘은 교실에서 초상권이다 뭐다 해서 사진 잘 안 찍는 분위긴데) 왜 찍었나? 궁금했나 보다.


여러분이 너무 예뻐서요 :)

1초의 망설임도 없이 이렇게 답을 보냈는데


선생님도 가슴이 아파 보여서 걱정돼요...

1초의 틈도 없이 다시 이렇게 답이 왔다. 아..... 들켰구나, 주책없이.




인생은 불공평하지만, 불공평한 인생에 손을 내밀어 주는 건 언제나 다시 인간들이다.

이꽃님 <행운이 너에게 다가오는 중> 182쪽


부끄럽지만, 부끄럽게도, 나는 내가 항상 먼저 학생들에게 손을 내민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학생들도 자주 나에게 손을 내민다.


한 학기에 적게는 30명, 많게는 50명까지. 1년이 4학기니까 적게는 120명, 많게는 200명을 만난다. 문득문득 떠오르는 학생들은 있지만 사실, 5년 넘게 연락이 이어지는 학생은 거의 없다. 단 10주, 하루에 두 시간씩 만난 인연이므로. 그리고 그걸로 족하다. 나는 또 다른 학생들을 만나 그들에게 집중해야 하므로.

그런데 이번 학기 학생들은 절대, 잊지 못할 것 같다.

2022년 가을학기에 만난 학생들. 단풍이 꽃같이 붉게 물들었던 이 가을에 만났던 학생들은, 평생 잊지 못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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