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한국어 수업을 위해

많은 생각을 합니다

by Agnes
좋은 수업도 한 편의 좋은 영화, 심금을 울리는 한 곡의 노래와 마찬가지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한동일 <라틴어 수업> 72쪽


한국어 수업 시간엔 주의해야 할 것들이 많다. 여러 국적의 학생들이 모여 있고 각 나라의 문화가 다르므로, 누구 하나 마음 다치지 않게 수업 설계부터 많은 변수를 고려한다. 이것 빼고 저것 빼고 이것 조심하고 저것 조심하고. 조심할 것투성이다. 나라 간 정치적인 상황과 역사적 배경도 조심해야 하고, 나이로 인한 거리감도 조심해야 하고, 여러 차별적 주제들도 조심해야 한다. 물론 젠더 감수성도 포함된다.




한국어 수업은 일단 한국어를 잘 가르쳐야 한다. 어떻게 하면 한국어를 더 잘 말하게 할까, 어떻게 하면 시험을 잘 보게 할까, 어떻게 하면 한국어 듣기 실력이 늘까. 그런 고민들은 기본적이다. 학생들과 사담을 나눌 기회는 거의 없고, 교사 개인의 이야기를 할 기회는 더 없다. 하지만 어떤 주제와 어떤 상황에 학생들이 몰입하는지 알고 학생들이 관심 갖는지 아니까, 우리는 철저한 계산 하에 적당히 사담을 곁들인다.


한 사람의 철학은, 가치관은, 꼭 대화를 해야만 전해지는 건 아니다. 오래 만난 사람과 몇 시간 동안 긴 대화를 나누어도 몰랐던 것이, 어느 날 어느 순간 급작스럽게 깨달아질 때가 있다. 아, 이 사람의 인생은 이렇구나. 아, 이 사람에게는 이게 중요하구나. 그런 것들. 그 여파가 그 사람과 나를 더욱 가까워지게도 멀어지게도 한다.


교실에서 나의 존재도 그렇지 않을까.

한 시간의 수업이 한 편의 영화, 한 곡의 노래까지는 되지 못하더라도. 그래도 나의 철학이, 한국어를 가르치는 한 교사가, 학생들의 하루와 인생에 작은 그 무엇은 될 수 있지 않을까. 친절한 선생님도 좋고 예쁜 선생님도 좋고 재미있는 선생님도 좋다. 사실 잘 가르치는 선생님이 제일 부럽다. 하지만 나는 좋은 선생님이 되고 싶다. 다음 학기에는 "선생님은 좋은 선생님이에요"라는 말을 가르쳐야겠다.


"친절한 한국어 선생님"이라는 딜레마에 빠진 나와 나의 동료들을 위해, "친절한 선생님"보다는 "좋은 선생님"이고 싶은 우리의 마음을 소극적으로 한번 드러내 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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