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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gnes Feb 19. 2023

어머니에게 빚져 지켜지는 나의 일상

매주 비슷한 일상이 반복된다.

아침 6시에 일어나 출근해 하루 업무를 보고, 늦은 오후 퇴근을 하면 다시 또 다른 하루가 시작된다. 아이를 챙겨 학원에 보내고, 저녁을 먹고 집안일을 하고, 시간이 되면 운동을 하고 아니면 책을 보고, 늦은 저녁 아이가 학원에서 돌아오면 간식을 함께 하며 각자의 하루를 이야기하고, 내일을 기약하며 잠자리에 든다. 주말엔 주중엔 할 수 없는 쇼핑이나 미뤄뒀던 일들을 챙기고, 늦잠을 자고, 성당에 다녀오고, 다음 한주를 다시 준비한다. 만약 내가 시어머니와 함께 살았다면, 함께 살지는 않더라도 지근거리에 90이 넘은 시어머니가 계시다면, 이런 일상이란 상상할 수 없었을 것임을 나는 잘 안다. 가끔 어머니 댁에 찾아가고, 멀리서도 이런저런 돌봄에 내가 관계하고 있긴 하지만, 아직 내 일상에 어머니가 들어오지 않았음은 명백하다.


가끔 이런 내 안온한 일상이, 어머니를 깊게 돌보지 않아 지켜지는 것은 아닐까 미안한 마음이 된다. 90 어머니에게 빚져 비로소 지켜지는 내 안온한 하루. 아직 70대이신 친정 부모님께는 항상, 감사한 마음이다. 아직 정정하시고 두 분의 할 일을 찾아 이런저런 즐거움을 챙기시며 오순도순 살아주셔서 정말 감사하다. 그리고 아직까지도 일하는 딸을 위해 직접적인 도움을 주고 계시니 더욱 감사하다.


어릴 때는 부모님이 고마운 줄 몰랐다. 이제 내 아이가 10대를 넘어가니 부모님께 매우 감사한 마음이 절로 든다. 그리고 (먼저) 90대가 되신 시어머니께 드는 마음은 이제, 미안함이다. 그저 받기만 하다가, 비로소 고마움을 알게 되고, 더 나중에 마지막에는 미안함이 되는 부모에 대한 마음들. 아이를 낳았을 때 처음부터 빚진 마음이었다. 내가 뭘 어떻게 해도 미안하고, 더 잘해주지 못해 마음이 탄다. 그러고 보면 부모자식 관계란 처음에는 부모만 빚진 마음이다가, 어느 순간부터 서로가 빚진 마음이 되어, 결말을 겪어 낸다. 해피엔딩도 새드엔딩도 아닌, 누구나 겪어야 할 엔딩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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