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책에서 이 표현이 등장한 날, 나는 학생들에게 이 문장을 외우게 했다. "꼭 외우세요. 이렇게 질문을 시작하면 모든 선생님이 아주 기분이 좋을 거예요." 학생들은 선생님에게 정말 많은 것을 물어본다. 문법, 맞춤법, 단어, 시험, 학교 규칙, 그리고 그냥 궁금한 한국에 대한 모든 것. 좀 말을 배운 뒤에는 "선생님, 질문이 있어요." 또는 "선생님, 문제가 있어요.", "선생님, 이건 공부 아니고 다른 건데 물어봐도 돼요?" 등의 문장으로 허락의 말을 구하지만, 한글부터 배우는 초급반 학생들은 그저 눈으로, 또는 손짓으로 우리를 부른다. 교실 여기저기를 종종걸음으로 걷듯이 뛰어다니는 날 배려해, 내가 자기를 볼 때까지 손을 번쩍 들고 기다리는 학생도 있다.
나는 이 문장이 참 좋다.
"선생님, 뭐 하나 물어봐도 돼요?"
그렇다고 해서 내가 안 된다고 말하면서 질문을 안 받을 건 아니지만, 은근하게 말을 걸어오는 이 질문을 받으면 나는 무장해제 된다(나는 가끔 내가 가르쳐 놓고도, 학생이 너무 찰떡같이 한국말을 사용할 때면 깜짝 놀란다). 시간 여유가 될 땐 "안 돼요" 또는 "하나만 물어보세요." 또는 "두 개도 돼요" 등의 농담으로 받아치는데, 그럼 또 학생들은 아하하하하하 웃으며 그들도 나를 위해 마음을 한껏 연다.
갸웃갸웃
그날도 어김없이 많은 질문을 받았는데, 한 학생이 나를 불러 자기의 노트에 쓰인 문장을 확인해 달라고 했다. "선생님, 이 문장 괜찮아요?" 나는 바로 대답하지 않고 문장을 여러 번 반복해 읽으면서 생각하고 있었다. 그때 그 모둠의 학생들이 아하하하 웃으며, 어떤 눈짓을 주고받으며, 작은 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이상한 것 같아. 이상해. 이상해. 에이, 다시. 다시 해, 다시 쓰자." 나는 아직 아무 말도 안 했는데, 왜들 그러는지 묻자 학생들은 뜻밖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선생님이 머리를 이렇게(갸웃갸웃) 할 때는 이상한 문장이에요.
(그래서) 우리가 질문하고 선생님이 이렇게(갸웃갸웃)하면 마음이 아파요. 슬퍼요.
어머, 내가 그런가? 내가 고개를 오른쪽 왼쪽으로 갸웃거릴 때마다 학생들은 자기가 뭘 틀렸을까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두근두근 기다렸구나.
이번엔 절레절레.
그반 학생들은 마치 남녀 공학 고등학교 같았다. 꺅꺅 소리도 지르고 박수도 치고, 도저히 통제가 안 될 때는 다 같이 박수를 세 번 치게 해서 날 보게하기도 했고, 어느 날은 유치원이나 초등학교 저학년 교실에 있는 학교종을 하나 사다 놓을까 심각하게 고민한 적도 있다. 어쨌든 학생들은 낙엽만 굴러가도 웃었기 때문에 교실 분위기는 시종일관 화기애애했고 서로서로 아는 걸 가르쳐주며 배워가며 그렇게 한 학기가 쏜살같이 지나갔다.
어느 날 학생이 나에게 물었다.
선생님, 선생님이 이렇게 이렇게 (고개를 절레절레) 하면서 눈을 이렇게 (가늘게 뜨거나 감는) 이거 무슨 뜻이에요?
응? 아, 내가 그러나?
몇 초 간 생각하다 깨달았다. 아... 나는 정말 어이가 없어서, 못 말려 못 말려, 그런 마음이 들어서 맥없이 웃으며 고개를 절레절레했나 본데, 이걸 다행히도 못 알아들었구나. 나는 눈을 감으며 웃는 버릇이 있는데, 내 모든 걸 뭔가 시그널로 받아들였구나.
부끄러운 마음이 들어 이걸 뭐라 설명해야 하나 고민하던 찰나 카톡. 작년에 가르친 학생에게 연락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