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한국 어학연수 전성시대다.
외국인 학생들이 물밀듯이 밀려오고 있다, 한국어를 배우러. 코로나 팬데믹 동안 많은 한국어 교사들이 일자리를 일었었는데. 많은 어학당이 학급 수를 줄이고 강사 수를 줄였었는데. 조금씩 조금씩 회복되더니 이제, 회복을 넘어 성장하고 있다.
주당 수업 시수가 늘었다는 소식, 오전 오후로 가용 교실을 모두 활용해 클래스를 늘린다는 소식, 한 반에 꽉 차게 최대한의 학생 수를 배정한다는 소식, 짧게는 2주 길게는 한 달 단기 과정을 운영해야 하는데 이를 담당할 강사가 없어 백방으로 구한다는 소식 등등등.
모두 한국어 교육 업계가 성장하고 있는 징후들이다. 내실 있게 크면 좋겠지만 일단은 큰다면 축소되는 것보다는 좋을 테니.
내가 강의를 하는 학교도 학생 수가 점점 증가하고 있다. 국적도 다양해지고 있고 프로필도 다양해지고 있다. 일반 목적의 학습자가 많으니 3개월 짧게 공부하고 돌아가는 학생 수도 많다. 3개월만 공부하고 돌아가는 학생들의 경우 학기 시작 전과 학기 마무리 후 기간을 최대한 활용해 서울 여기저기를, 제주도와 강원도를, 전주와 부산을, 한국의 곳곳을 누비며 알차게 보낸다. 최대한 즐길 준비를 하고 와서, 준비한 만큼 즐기다 간다.
뭔가 빗장이 풀린 기분이다. 한국어 공부의 진입장벽이 낮아진 기분. 우리가 해외여행을 가기로 마음먹을 때 친구도 가고 동료도 가고 이웃도 가니까 나도 이제 가자, 어느 날 훅 비행기표를 예약해 버리는 것처럼. 유학도 어학연수도 그런 게 아닐까. 20년 전 내가 대학 다닐 때 친구들이 너도나도 영어 어학연수를 갔었는데, 그때는 어학연수라고 말하면 당연히 그 언어는 영어였는데.
얼마 전 기회가 있어 유럽 어느 나라의 방송업계에 있는 분과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통역이 잘못되지 않았다면, 그분은 나에게 이런 질문을 했다. 한국 정부에서 이렇게 한국어 수업을 늘린 것이, 한국 경제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느냐. 한국어 수업을 늘려서 한국 유학생이 많아져서, 한국 대학들에 큰 도움이 되고 있지 않냐.
나는 순간 황당한 표정을 숨기지 못해 속사포처럼 내 생각을 말하고 말았다. 이 또한 제대로 그분에게 통역이 되었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이렇게 말했다. 경제효과라거나 그런 거창한 거시적 관점에서 나는 생각해 본 적이 없다. 다만 내가 아는 것은 이것이다. 모든 것은 수요와 공급의 원리로 돌아간다. 한국어를 배우고자 하는 사람이 많아지니까 한국 내 어학당이든 학원이든 온라인 수업이든 생성이 되는 것이고, 그 결과 우리는 지금 이렇게 됐다. 10년 전 내가 이 업계에 들어올 때와 지금의 파이는 몰라보게 달라졌는데, 그건 모두 수요가 만들어낸 공급이다. 왜 그렇지 않겠는가? K드라마와 K팝이 쏘아 올린 K열풍이 K푸드, K패션, K문학, K...... 등등으로 확장되는 과정에서 한국 어학연수의 열풍이 분 것이다.
대학에 들어가서 처음으로 영어 원어민 선생님을 접했을 때, 생각해 보면 그들은 매우 당당했다. 영어로 잘 말하지 못하는 우리가 송구하고 민망해했을 뿐. 나도 한국어 원어민 선생님이다. 결론이 이상하지만 나는 항상 생각한다. 당당하게 가르치자, 학생 앞에서건 그 누구 앞에서건. 나는 한국어 원어민 선생님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