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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gnes Jul 04. 2023

이제 다시는 그런 날로 돌아갈 수 없겠구나

재잘대는 아이들과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젊은 부부들을 보면, 놀이공원에 물놀이에 산으로 바다로 바삐 돌아다니는 인스타그램 속 지인들을 보면, 이제 나는 다시 그런 날들로 돌아갈 수 없겠구나, 망연히 아쉽다. 내 아이는 이제 훨훨 세상 속으로 날아갈 준비를 하는 중이어서, 부모 보다 가족 보다 친구들이 최고인 시절을 보내고 있다. 다시 오지 않을 시간들이 정말 아쉽지만, 어떻게 해도 다시 오지 않을 것을 아니까 당장 오늘과 내일을 감사히 충실히 보내자 그렇게 결론짓고 있다.


나는 요즘 카톡과 전화로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 멀리 제주도에 여행 가서 조차도 가는 날과 오는 날 많은 시간을 메신저에 코를 박고 장시간 전화 통화를 했다.


우리 어머니는 한 달 전의 그 어머니가 아니다. 지금의 어머니는 대체 누굴까.

사람의 성격이 이렇게 바뀔 수 있을까. 연세가 아주 많으신 우리 어머니께서는 최근 몸의 많은 부분들이 돌아가며 고장 나는 중이었다. 하지만 밥을 잘 잡수시니까 회복기에 접어들고 있었다. 그런데 우리가 우려했던 심장이라던가 폐라던가 허리라던가 그런 것이 아니라 전혀 생각지도 못한 부분이 탈이 나고 말았다.


어머니는 급격히 아이가 되셨다. 90이라는 나이는 노인성 치매가 오지 않은 것이 이상한 나이라고들 하지만, 치매라는 것이 이런 것인가. 가족들이 느끼는 당혹감은 어머니의 상태만큼이나 감당이 안 된다.


그러면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며느리의 지난한 직장생활이 안타까워 혀를 끌끌 차시던 어머니, 김장 김치를 어떻게 담그나 걱정해 주시던 어느 가을날의 어머니, 사돈 갖다 주라며 호기롭게 10만 원을 용돈으로 주시던 귀여운 어머니, 끝도 없이 메밀 전을 부쳐 쌓는 것이 풍경 같았던 어머니. 이제 나는 그런 날들로 돌아갈 수 없겠구나.


내 아이의 경우처럼 '그러니까 오늘을 감사히 충분히 아끼며 살자'라고 결론짓기에는 좀, 문이 닫혀버린 기분이어서. 막차가 출발해 버린 기분이어서. 책 속의 문장이 눈에 들어오지 않는 나날들이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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