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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gnes Aug 22. 2023

요양병원에 면회를 가면

요양병원에 면회를 가면 


제일 먼저 병원 입구에서 열을 재고 인적사항을 적고, 준비해 간 키트로 코로나 검사를 한다. 실외에서 10분 간 검사 결과를 기다린 후, 마스크를 쓰고 비닐장갑을 끼고 간호사 동행 하에 어머니가 계신 병동으로 이동한다. 병동 로비에서 어머니를 만난다. 그리고 우리에겐, 15분이 주어진다.


어머니를 뵈러 가기 전에 항상 무언가를 준비한다. 만나서 같이 무언가를 먹을 수는 없으니까 가지고 병실로 들어가실 수 있는 개별 포장된 한과라거나, 두유라거나, 뭐든 실온 보관이 가능하고 상하지 않는 것들을 준비해 간다. 지난주 면회를 간 사촌 시누이가 그러는데, 두유는 너무 많다며 '빠꾸 당했다'라고 했다. 그래서 이번엔 한과와 가스활명수 한 박스를 사 가지고 갔다. 다행히 이번 선물은 대번에 고맙다고 챙기셨다. 흡족한 선물을 준비해 가서 다행이다.


어머니를 만나면 먼저 걸음걸이를 살피고, 안색을 살피고, 머리카락과 눈으로 보이는 팔다리 손발을 살핀다. 나는 제일 먼저 종아리를 눌러본다. 신장이 안 좋으셔서 순환이 잘 안 될 때는 누르면 눌린 상태로 푹푹 들어간다. 윗옷을 들춰볼 수는 없으니 겉에서 보이는 팔과 발, 목과 귀 등을 꼼꼼히 살핀 후, 이제 대화를 시도한다. 천식이 있으신 어머니께서는, 상태가 안 좋을 때면 대번에 걷는 소리와 목소리가 달라지신다. 이번에 갔을 때는 목소리는 괜찮았는데 걸을 때 과도하게 숨을 몰아쉬셨다. '이따가 간호사에게 물어봐야지.' 생각한다. 그러고 보니 걸을 때 힘을 줄 때 팔다리가 좀 떨리는 듯하다. 근력 하나는 최고인 분이신데, 밥을 못 잡수시나 아니면 뭔가 힘이 달리나, 이것도 이따가 물어봐야지, 생각한다.


그리고, 안아드린다.


어머니는 귀가 많이 어두우셔서, 대화가 잘 안 된다. 밥 잘 드시는지, 잠 잘 주무시는지, 통증은 좀 조절이 되는지, 등이 최선이다. 어머니는 항상 괜찮다고만 하신다. 여기가 참 좋다고, 다들 친절하다고, 밥도 맛있다고, 넓고 깨끗하다고, 목욕도 시켜주고 빨래도 해주고 의사도 아침저녁으로 다녀간다고, 싹 나으면 집에 가고 싶다고 하신다.


어머니는 우리를 조금 거리를 두고 대하신다. 막내아들 며느리를 마치 손주처럼 대할 때가 있으시다. 큰딸에게는 하는 말을, 사촌 조카에게도 하는 말을, 우리에게는 잘 안 하신다. 우리는 너무 손녀 뻘이라서 그런 것 같기도 하다. 그저 안아주시고 사랑한다고 하고 투정은 잘 안 하신다. 나도 아는데, 그래서 서운할 때도 있었는데, 그래서 감사할 때가 더 많다. 어머니가 우리를 내외하시고 센 척하시는 것은, 어머니의 마지막 자존심 같기도 하다. 나는 그것을 존중해 드릴 마음이다. 끝까지 그러신다면, 끝까지 존중해 드릴 생각이다.


그래서, 그저 안아드린다.


이번 면회 때에는 어머니가 많이 피곤해 보이셨다. 그래서 15분만 딱 채우고 나오면서, 간호사에게 투약 상태와 진통제 투여 상태를 꼬치꼬치 물었다. 의료인도 아니면서, 원인 모를 전신 통증을 제발 아프지 않게 관리해 달라고 어머니를 병원에 모셔 놓고는, 꼬치꼬치 묻는다. 꼬치꼬치 묻고 알았다. 그 새 진통제의 양과 횟수가 더 많아졌구나. 소화기계통 약이 추가 됐구나. 수면제도 추가 됐구나. 약이 늘어서, 약이 너무 강하니까 팔다리에 힘이 들어갈 때 떨리는 듯했고, 얼굴이 몹시 피곤해 보였구나.


요즘 이은주 작가님의 '나는 신들의 요양보호사입니다'를 읽고 있다.


요양보호사가 해주겠지 하고 맡겨버리면 시간을 내서 방문을 하셔도 도울 일이 없기에 금방 일어서는 경우가 있는데 부모님의 손발톱을 깎아드리면서 간단한 스킨십을 해드리는 것도 좋습니다.

이은주, <나는 신들의 요양보호사입니다> 25쪽, 헤르츠나인, 2019


다음에는 손톱깎이를 챙겨 가야겠다.


배워서 된다면, 나는 책으로 배우는 능력이 다행히 충분히 있으므로, 당분간 더 많은 돌봄에 관한 책을 읽어야겠다.

그리고 가서, 충분히 안아드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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