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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gnes Oct 17. 2023

요양병원에 대한 말말말

많은 매체에서, 많은 지인들이, 요양 시설에 대한 이야기를 전한다. 상상하는 것도 힘들어 외면하게 되는 사실들도 많고, 반대로 기대해 봐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소식들도 많다. 여기서 기대한다는 것은, 희망이라기 보다는 차악을 선택해야하는 입장에 놓였을 때를 말한다. 집에서 가족들과 있으면서 통증이 제어되지 않아 고통스러운 날들을 보낼 것인가, 아니면 요양병원에 들어가 진통제를 최대한 쓰면서 정신이 혼미하고 외롭더라도 고통만은 없게 마지막을 마무리할 것인가 그런 갈림길에 놓인 경우.


요양병원에 대하여 야무지고 영리하게 보호자의 태도를 갖추어야 한다는 조언. 집에 혼자서 계시게 하느니 병원에 들어가 안전하게, 비슷한 또래들과 여러가지 취미를 하며 아침 저녁으로 건강 관리를 해 주는 게 차라리 덜 외로우실 거라는 위로. 다 괜찮고 다 좋다는 보호자 마음 편하라고 하는 말들을 믿으면 안된다는 충고. 그리고 잊을만 하면 매체에 나오는, 요양원에서 일어나는 많은 사건 사고들.


나에게 있어 가장 마지막까지 남았던 말은, 거기 들어가면 죽는 날만 기다리게 된다는 그것이었다.

우리 어머니의 경우 살던 집도 정리하고 들어가셨으니, 그리고 3개월 후인 지금은 나오기 힘들다는 것을 본인이 받아들이시게 되었으니, 예고된 수순인지.


요양병원에 들어가신지 불과 한 달 남짓 지났을 때, 어머니께 소변줄을 꽂아야 겠다는 연락을 받았다. 그리고 나는 나쁜 생각이 들었다. 어머니의 안전을 위해 꽂겠다는 의도는 이해했지만, 그것은 관리하는 사람들의 안전을 위한 것이기도 하니까, 과연 그 판단이 옳은 것인가. 소변줄을 꽂으시면 급격히 거동의 제약이 있으실 테고, 그렇다면 누워만 계실 테고, 결국 움직임이 줄어들면 근육량도 줄어들고, 점점 침대에만 붙어 계시게 되는 건 아닌지. 이건 굉장히 큰 결정이 아닌가.


인지가 좋으신 어머니께서는 본인이 거부하셨고, 그 고비도 이겨내셨고, 씩씩하게 본인이 직접 화장실에 다니시기로 했고 그렇게 됐다. 그 소동이 일단락 되고 나서, 나는 또 검색할 것과 자문을 구할 것이 늘어났다. 그런데, 그렇게 검색의 검색을 거듭하며 지내던 어느 날. 여기 브런치라는 플랫폼에서 요양보호사 분들의 글을 접하면서, 나는 다소간 마음이 놓였다.


어머니가 요양병원에 입소하시면서 읽었던 이은주 작가님의 책 <돌봄의 온도> <나는 신들의 요양보호사입니다>로, 처음 요양보호사의 말들을 듣게 됐다. 그리고 찾아보니 브런치에도 요양보호사로서 글을 쓰는 분들이 계셨다. 그리고 요양보호사들을 위한 글쓰기 수업이 있다는 것도 알게 됐다. 자신의 직업인으로서의 삶을 글로 쓰는 사람들이라면, 나와 비슷한 사람들 아닌가. 그들은 나처럼 본인의 직업에 애정이 있었고, 관계하는 사람들과 울고 웃었고, 그리고 요양병원 안에서 본인의 인생의 어느 날을 지내고 있었다. 그렇다면, 좀 마음이 놓일 것도 같다.


나의 낙관이 어느 날은 또 순식간에 비관으로 바뀌겠지만, 일단 오늘은 이렇게 낙관하려고 한다.


오랫동안 어머니를 돌봐 주신 시누이와 오랜만에 통화를 했다. 일하면서 주말마다 내려오기 힘들 텐데, 너무 애쓰지 말라며 이런저런 말을 해 주셨다. "어머니가 보고싶어서 가요." 시누이가 울컥 하길래, 나도 울컥 했다.


요즘 그런 날들이 지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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