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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gnes May 06. 2024

사소한 일로 울고 싶다

사람들이 자꾸 운다. 물론 나도 종종 울어서 할 말은 없다.


두 달 만에 요양병원에 방문했더니, 휠체어를 타고 오시면서 복도에서부터 어머니가 우신다. 눈물을 양손으로 닦아 가며 엉엉, 아이처럼 우신다. 우리는 깜짝 놀라 무슨 일이냐고, 어머니에게도 묻고 휠체어를 밀고 오는 간병인을 붙잡고도 묻는다. 간병인은 조선족이어서 자세히 대답을 못 하고, 이런 상황이 별스럽지 않은 눈치다. 어머니 귀에 대고 큰 소리로 물으니 답하신다.


"보고시펐어, "


남편이 두 달간 해외 출장을 다녀왔다. 가기 전에 한 달이라고 말씀드렸는데, 가서 출장이 연장 됐다. 딱 한 달째 되는 주 주말에, 어머니께 핸드폰으로 연락이 왔었다. 남편 없이 나 혼자 어머니를 뵈러 갈까 생각도 해 봤는데, 그럼 어머니께서는 분명 남편에게 무슨 일이 생긴 건 아닐까 걱정을 하실 게다. 잘 있는 거 맞냐고, 계속 물으실 거다. 그래서 어머니 뵈러 가는 자식들에게 막내 곧 온다고, 전해 달라고 했고 병동 간호사 분께도 메모를 전달해 달라고 했었다. 막내아들 곧 간다고. 그런데 이렇게 펑펑 우실 줄은 정말 몰랐다.


얼마 전 만난 이모가 술 마시던 끝에 엉엉 우셨다. 못 배운 회한이 너무 크다고. 이제 배울 수 없는 나이라는 게, 너무 슬프다고. 농담으로라도 이제라도 배울 수 있다고 말할 수 없는 나이가 됐다고.


이모는 곧 일흔이 되신다.


물론 일흔 나이에 한글부터 배우는 학생들도 많다는 걸 나는 잘 안다. 하지만 나는, 이모의 삶이 아직도 돈을 벌어야 하는 노동으로 고단하다는 것도 안다. 아직도 바깥 노동과 집안 노동에 고달픈 이모에게 그럴 겨를이 없을 것임을 잘 안다. 이모가 배우지 못한 한을 말하게 된 이유도 나는 잘 안다. 똘똘한 손주, 이제 갓 학교에 들어간 손주가 수학 문제를 물을 때, 계산기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를 가져올 때, 세상 그렇게 답답할 수가 없다더니. 그래 그런 가 보다.


어릴 적 눈물들을 생각해 본다.

어릴 적 눈물들은 슬픔이라기보다는 억울함, 창피함, 시샘, 고단함. 그런 것들이었다. 비 오는 날 엄마가 오지 않아 서운함에 울고, 받아쓰기 100점을 못 맞아 억울해서 울고, 너무 덥고 힘든 날 짜증 나서 울고, 사랑과 이별의 아픔에 울고. 나의 전부인 엄마와 아빠에게 무슨 일이었는지 기억은 안 나지만 혼나서 서러워서 울고.

그런 울음들이 그립다.

사소한 눈물. 너무 작고 흔해서 기억조차 나지 않는 그런 눈물.


이제 나와 내 사람들의 대부분은 그런 이유로 울지 않는다. 노화의 두려움과 헤어짐의 슬픔, 참을 수 없는 고통. 그런 것들 때문에 운다. 극한의, 눈물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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