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Agnes Sep 13. 2024

요양병원에서 어머니의 일상은

어떨까

어느 날이던가, 나는 어머니가 계신 요양병원의 SNS를 찾아봤다. 


코로나로 방역 수칙이 수시로 바뀌던 시절이었는데, 사회가 코로나 이전으로 돌아간 후에도 요양병원은 꽤 오랫동안 자가진단키트를 사용해야 면회가 가능했다. 지금도 발열체크와 마스크 착용은 필수고 코로나와 상관없이 독감이라도 도는 시기에는 바로 비대면 면회로 전환이 다. 고위험군이 모여 있는 시설이니 그럴 수밖에. 그날도 그런 면회 수칙을 확인하기 위해 검색하다가, 나는 병원 블로그를 찾아냈다.


블로그에는 자주는 아니지만 일주일에 한두 번쯤 꼬박꼬박 병원 소식이 업데이트되고 있었다. 각종 예방접종 소식, 방문 규정 변경 소식, 이런저런 어르신들의 교육 및 활동 소식 등이 차곡차곡 쌓여 있어서, 진작 찾아서 살펴보지 않은 것이 후회될 정도였다. 나는 어린이집에 아이를 보낸 엄마의 마음으로 게시물을 뒤로, 뒤로, 넘겨 가면서 한참 동안 블로그를 살폈다.


이런저런 병원 소식글에는 종종 어르신들의 사진도 있었다. 대개 어르신들의 손모습이나 뒷모습, 멀리서 단체 활동 하는 모습들이었다. 간혹 어르신들의 얼굴이 나오는 경우도 있는데 얼굴은 모자이크 처리되어 있다. 혹시 어머니도 있으려나 눈여겨보았지만, 똑같은 병원복에 비슷한 머리 스타일을 한 어르신들은 모두 다 비슷해 보였다. 그래도 나는 내 어머니가 사진에 찍혔다면 (얼굴이 안 보여도) 알아볼 수 있을 것만 같아서, 한참 동안 사진들을 둘러봤다. 하지만 막상 모자이크 처리된 어머니를 내가 발견해 낸다면, 얼마나 망연한 마음이 될까 그런 생각도 했다.


요양병원에서 올리는 게시물들은 몇 가지로 유형화된다. 손으로 하는 소근육 활동들로 색칠 공부나 미로 찾기 등이 종종 시행 됐고 계절 과일과 제철 음식 먹기 등이 이벤트로 이루어졌다. 어머니는 거기서 다른 어르신들과 함께 올여름에 옥수수와 수박을 드셨다. 그리고 주기적으로 봉사를 나오는 한 미용 아카데미 직원들에게 머리를 자르셨다.


이런저런 사진들 중 의료진의 해외연수 사진이 올라왔을 때는, 병원이 종사자들에게 좋은 직장이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종사자들에게 좋은 곳이라면 내 어머니에게도 좋은 곳일 확률이 높으니까. 그리고 내가 글 쓰는 요양보호사가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것과 같은 맥락인데, 나는 요양병원이 더 많은 사람들의 입에 회자되었으면 한다. 그냥 사람들의 많은 직장 중 하나로 요양병원이 사람들의 대화에 올랐으면. 요양병원이라는 장소가 우리 모두에게 익숙해지고 자연스러워졌으면.


이런 소식도 있었다.

처서가 지나고 나서, 모든 어르신들은 요양병원 밖으로 나와 "햇살 보는 날"을 즐겼다. 그동안 더워서 여름 내 병원 안에만 있었는데, 일렬로 쪼르르 앉아 햇살을 즐기는 어르신들의 모습을 보았을 때 나는 말로도 글로도 표현하기 어려운 감정이 들었다. 너무나 복잡한 기분이 되어 몇 장의 사진을 대충 보아 넘기고 스크롤을 아래로 아래로 내리니, 이번에는 침대와 함께 밖으로 나온 어르신들의 사진이 보였다. 사진 아래에는 침상을 이동하느라 다소 시간이 걸렸지만, 모두가 나와서 기쁘게 햇살을 즐겼다고 쓰여 있었다. 그 많은 침상을 착착 순서대로 밀고 세우고 층을 올라가고 내려갔을 텐데, 의료진의 노고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 글을 쓰고 있는데, 요양병원으로부터 안내 메시지가 왔다. 추석을 맞아 전 나눔 행사를 했다고. 어머니는 거기서 산적꼬치도 먹고 동그랑땡도 드셨다고. 이번 추석에도 어머니를 외출시키려던 우리의 계획은 무산되었다. 2박 3일간 근처 시누이 집에서 명절 음식도 먹고 자식들도 보고 어쨌든 집에서 명절을 지내시게 할 계획이었는데, 주치의가 허락하지 않았다. 면회 시 음식 취식도 금지던데, 그럼 우리는 이번 명절에도 빈손으로 어머니에게 가야 하는 건가.


명절이 되면 특히 더, 마음이 복잡해진다.

매거진의 이전글 책장을 넘기던 어머니의 모습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