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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gnes Apr 14. 2022

이그잭틀리 금지 선언

한국어 교실에서의 규칙

나는 오늘, 학생들 모두에게 '이그잭틀리:exactly' 금지 선언을 했다.


더불어 '위치 페이지:which page'도 금지, '난까:なんか'도 금지, '라익:like'도 금지......

아무리 교실에서는 한국어만 사용하기로 해도, 급박한 순간에 나오는 감탄사, 예를 들면 '오,마이,갓'같은 감탄사는 사용하지 않기가 매우 어렵다.


이번 학기에 친구들의 말을 아주 잘 들어주는 영어권 학생이 한 명 있다. 그 친구는 쉬는 시간에 그리고 가끔은 말하기 연습 시간에 선생님의 눈을 피해(아니 정확히 말하면 귀를 피해) 소곤소곤 영어로 여러 가지 이야기를 하며 모두를 즐겁게 해 준다. 그는 친구들의 어려움을 들어주고 공감해 주고 종종 크게 웃는다.


작은 소리로 말하기도 하고 나에게 영어는 그냥 외국어일 뿐이니까 내용은 잘 들리지를 않고, 반복적으로 '이그잭틀리'만 들린다. 어느 날은 학생들에게 '이그잭틀리'가 누구 이름이냐고, 자꾸 그러면 OO 씨 이름 대신 '이그잭틀리 씨'라고 부를 거라고, '이그잭틀리' 좀 안 듣고 싶다고 말하니까, 다들 크게 웃으며 죄송하다고, 한국말로 하면 '맞아요 맞아요'쯤 된다고, 영어를 사용하면, 일본어를 사용하면, 자기 나라 말을 사용하면 안 되는데 이게 멈춰지지가 않는다고 해맑은 웃음들을 지었다.


나는 어떤 말을 반복적으로, 말끝마다 붙일까. 그렇지, 그치? 그럼요, 맞아요, 그러니까요, 그래요? 등등.

모두 동의할 때, 동의를 구할 때, 상대방도 동의함을 확인하고플 때 사용하는 말들인 것 같다. 예전에 한 학생이 이런 말을 했다. "선생님, '--죠?' 이게 무슨 말이에요?" 버스에서 앞자리 앉은 아줌마가 오랫동안 통화를 하는데 말 내용은 너무 빠르기 때문에 하나도 들을 수 없었고 다만 "--쬬","--쪼" 이것만 기억이 난다고 했다.




학생들이 가끔 나에게 묻는다. "선생님은 몇 개 국어를 할 줄 알아요?" 그럼 나는 "한국어 1 + 영어 0.5 + 일본어 0.3 ......" 이렇게 말한다. 그리고 나는 학생과 절대 다른 나라 말로 이야기하지 않는다. 사석에서라도. 완전한 초급을 가르칠 때, 한글을 가르칠 때, 너무나 기본적인 의사소통이 안 되면 가끔 영어로 이야기한 적이 있었다. 그때 알았다. 완전하게 외국어를 말할 수 없다면, 외국어를 하지 못하는 것과 별반 다를 게 없구나. 어차피 "밥 먹었어요? 학교에 와요?" 등은 짧은 한국어로도 의사소통이 가능하고, 굳이 내가 영어나 다른 언어로 소통을 시도하는 것은 더 깊은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인데, 내 짧은 외국어 실력은 사실 확인 외 마음을 나누기는 어려웠기 때문이다.


한국어를 가르치면 가르칠수록, 언어는 대화와 소통을 위한 것이라는 것을 반복 확인하게 된다. 정보 전달을 넘어서야 하기에, 문자가 굳이 음성으로 발화되게 된 것이다. 그래서 공감을 위한 감탄사들, 이를 테면 '맞아요, 그래요, 그렇죠?' 이런 단어들은 진심으로 습득된 것이기에 마지막까지 모국어 사용이 멈춰지지가 않는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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