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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gnes Apr 13. 2022

선생님, 코로나 검사가 긍정적이어서 학교에 못 가요.

긍정적인 코로나라니

선생님 죄송한데요,
코로나 검사를 했는데 긍정적이에요 ㅜㅜ. 학교에 갈 수 없어요.


이게 무슨 말인지... 3초쯤 생각하고 알았다. 아, 코로나 검사에 양성이 나왔구나. 또 한 명이 확진됐구나. 외국인 학생들은 가끔 양성(+)을 긍정적으로, 음성(-)을 부정적으로 번역한다. 초급 학생들이기 때문에 얼마든지 있을 수 있는 일이다. 사전에서 찾아보면 positive는 긍정, negative는 부정이니까.




지금이야 주위에 코로나 검사 한번 안 받아 본 사람이 없는 지경이고, 검사를 해 주는 곳도 매우 많지만 팬데믹 초기에는 검사받으러 가는 건 정말 큰 일, 큰 이벤트였다. 우리도 그러한데, 타국에 유학 온 외국인 학생들 입장에서는 정말 매우 큰 사건이었을 거다.

학교 근처 선별 진료소 직원들은 아마 일반 진료소보다 몇십 배 지난한 세월을 보냈을 것 같다. 말도 안 통하는 외국인들이 우르르... 몰려들고 게다가 결과 문자를 해석하지 못하는 그들은 빗발치듯 보건소에 전화를 건다. "선생님, covid19 메시지를 받았어요. 그런데 이게 무슨 말이에요?" 라며 문자 내용을 캡처해 나에게 보낼 정도이니, 답답한 학생들은 발신 번호로 전화해 영어로 자국어로 막 말을 쏟아냈을 듯하다.


몇 달 후 진료소에서 외국인 전용 발신 멘트를 만들었다(아마 그런 것 같다. 보건소에 확인해 보지는 않았지만). 학생이 보내 준 메시지는 통상적으로 내가 받는 메시지와 달랐기 때문이다. 요렇게.


OOO님은 코로나 환자가 아닙니다
(코로나 검사 결과 음성(negative)입니다)



코로나 때문에, 코로나 덕분에, 교실에서 가르치는 필수 어휘가 달라졌다. 나는 첫날 코로나 관련 필수 어휘를 가르쳤다. 마스크를 쓰다 / 마스크를 벗다 / 손을 씻다 / 열이 나다 / 기침이 나다 / 양성이다 / 음성이다 / 코로나 의심 증상이 있다 / 자가진단키트 / 신속항원검사 / 재택격리 ......

학생들의 한국어 수준에 따라 앞의 단어만 가르칠 수도, 뒤의 단어까지 빠르게 리뷰할 수도 있다.


아침마다 학생들의 안부를 묻는다.
여러분 괜찮아요? 열이 나거나 아프지 않아요? 머리가 아프면, 기침이 나면 학교에 오면 안 돼요. 만약에 학교에 온 다음에 몸이 안 좋으면.....


아침마다 학생들의 안부를 묻고 시작하는 수업, 익숙해졌고 나는 괜찮다. 학생들도 물론 괜찮다. 우리는 빠르게 적응했고 모든 건 나아지고 있다. 아마, 올여름에는 더 나아질 것이다.

주문을 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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