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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gnes Apr 21. 2022

유별난 구석이 있는 나는

모든 것에 의미가 부여되고

나는 조금 유별난 구석이 있다.


애틋하고 뭉클하고 애처롭고 처참하고 헛헛하고 따스하고, 온갖 감정들을 자주, 일상생활에서 느낀다.

그냥 좀 지나갔으면 좋겠는데, 모든 것이 눈물겹다.

그래서 비록 반나절. 오전이 끝났을 뿐인데 하루치 마음 에너지를 다 써 버린 기분이다.

 

그래서 나는 무던한 사람이 정말 부럽다.

한결같이 무던한 그들. 지난함을 견디는 그들. 아니, 도도하게 그냥 살아내는 그들이 고고한 학처럼 우러러 보인다. 의미 부여가 잦지 않으니, 일상이 (나보다는) 가볍고 산뜻해 보인다. 아니 적어도 찰나마다 멈추게 되지는 않을 것 같다. 진정으로 부러운 건, 그들은 무던하려고 노력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들은 그냥 살아가는 중이고 순간순간 멈춰지는 센서가 없다. 노력하지 않아도 그냥 지나가게 된다고 하니 더욱 진정으로 부럽다.


이게 마음이 꼬여서 그런가, 문제의식이 많아서인가, 고까움이 마음속 깊은 곳에 있어서인가 많은 생각을 해 봤는데. 잘 모르겠다.




포장을 잘해 보면,  감각적이라거나 감성적이다. 약간 중립적으로 말해 보자면 예민한 편이고, 그냥 부정적 뉘앙스를 그대로 살려서 말하면 까칠하고 심사가 뒤틀린 사람이다. 나 또한 (다른 사람을 보며) 매 번 사사 건건 왜 저렇게 문제를 삼고 걸고넘어지나, 그냥 좀 넘어가지. 그런 생각을 한 적이 더러 있기 때문에 나 또한 유별남에 대해 양가적 감정을 갖는다.


하지만 오늘 아침 산 일회용 커피 컵의 종이 뚜껑이 말간 하얀색인 것을 보고 한 줄 글귀를 쓰고 싶어진 것. 교실에서 내려다본 캠퍼스의 수다 떨며 지나가는 학생들이 너무 예쁘면서도 동시에 세월이 무상함이 느껴져 눈물이 날 것 같은 것. 50명이 모인 세미나 중 모두 나와는 다르구나. 외롭구나, 느끼며 아무 말도 하기 싫어지는 것. 이런 것은 아무에게도 해가 되지 않으니, 나의 유별남이 아무에게도 해가 되지 않는다면 이대로 살아도 되지 않을까.

나에 대한 변(辯)을, 한번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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