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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gnes May 12. 2022

강아지가 가장 보고파요

고향에 두고 온 것 중에서

"우리는 요즘 '애완동물'이라는 단어보다는 '반려동물'이라는 더 많이 단어를 사용해요. 왜냐하면 요즘은 강아지나 고양이를 친구나 가족처럼 생각하기 때문이에요. 여러분도 '반려견', '반려묘' 등의 단어를 많이 들어봤을 거예요." 여기까지 설명하고 나면-나는 초급이 아니라 중급 수준의 한국어 학생들을 가르치기 때문에-이런 표현이 생긴 것에 격하게 공감하며, '입양하다'라는 단어가 학생들의 입에서 나온다.

언어는 렇게 시대에 따라 바뀌고 변한다.




요즘은 고양이나 강아지 가족이 있는 학생들이 정말 많다.

온라인 수업을 하는 2년 동안 학생들의 집에 고양이나 강아지가 있는 경우가 정말 많았는데, 학생들은 한국사람들보다는 확실히 마인드가 자유롭기 때문에 수업 중 종종 그들이 화면에 등장하기도 했다. 어떤 고양이는 꼭 특정 시간이 되면 꼬리를 세우고 화면 앞을 유유히 가로질러 갔고, 또 어떤 고양이는 내 목소리만 들리면 카메라 쪽으로 다가와 학생과 나란히 얼굴을 들이밀기도 했다. (진짜인지 모르겠지만) 유독 내 목소리를 좋아하는 고양이도 있었는데, 여러 명의 선생님이 시간마다 바뀌는데 그 고양이는 유독 내 목소리에 반응을 한다고 했다. 그래서 나는 수업 중에 고양이가 카메라에 얼굴을 들이밀 때면 고양이 이름을 두어 번 불러 주고, OO 씨 공부해야 하니까 좀 기다리라고, 다정하게 농담을 (고양이와) 주고받기도 했다. 또 다른 고양이는 너무 아기였기 때문에 학생이 수업 중에 (카메라에 보이지는 않지만 사실은) 다리 위에 앉혀 놓고 수업을 하는 것 같기도 했다. 쓰고 보니 고양이를 본 기억이 강아지를 본 기억보다 훨씬 많다. 아마 강아지는 보통 짖을 위험 때문에 학생들이 방 바깥에 있게 하기도 했고, 강아지 특성상 책상이나 키보드 위를 유유히 거닐지는 않았던 것 같다.

아무튼 반려동물을 키워 본 적이 없는 내가 느끼기에 그들은 정말 '가족 구성원 같았다'는 것이었다.




가끔 학생들에게 이런 질문을 한다. "여러분, 고향의 가족 중에 누가 제일 보고 싶어요?"

그럼 '강아지요', '고양이요'라는 대답이 꼭 나온다. 처음 그 답을 들었을 때에는 (머지않아 내 곁을 떠날 청소년 아들을 둔 엄마 입장에서) 그게 그렇게 서운할 수가 없었다. 엄마도 아니고 아빠도 아니고, 심지어 형제자매나 단짝 친구도 아니고 강아지와 고양이라니. 정말 진짤까?라는 생각도 한 것 같다. 그런데 그 후 우리에게 '반려동물'이라는 단어가 생겨났고 이제는 나도 그 대답이 전혀 낯설지가 않다. 그렇게 난 반려동물의 존재에 익숙해졌는데.....

이번 학기에 "내가 좋아하는 사람"을 소개하라고 했더니 한 학생이 글쎄, 애니메이션 캐릭터를 소개했다. 그가(아니 그녀였을 수도 있다, 내가 자세히 못 들었기 때문에) 어떻게 생겼고 뭘 좋아하고 취미가 뭐고 앞으로의 진로가 어떻게 되는지까지 어찌나 나에게 정성 들여 설명을 하는지, 나는 또 당황했다.

학생들은 를 자꾸 놀라게 만들고, 신박한 이야기를 내게 해 주고, 나를 웃게 한다. 그래서 나는, 이 직업이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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