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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gnes Jun 25. 2022

온 택트라 했는데, 결국 언 택트였다

마스크만 벗으면, 누구세요?

팬데믹 기간 동안 우리는 카톡과 정말 친해졌다. 모든 소통을 카톡으로 하다 보니, 모든 업무에서 카톡은 베이스캠프가 됐다. 만나서 함께 의논해야 하는 경우는 줌 화상 미팅 프로그램을 사용했지만, 그 외 모든 것은 카톡으로 이루어졌다. 이쯤 되니 '카톡'이 고유 명사가 돼 버렸다. '톡 주세요', '톡이 왔어요', '톡으로 하죠', '톡 봤어요?'. 아침 인사부터 업무 중에 이루어지는 사담까지, 우리는 모두 카톡으로 했다. '톡이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톡으로는 매일 만나잖아요.' 이런 이야기도 종종 주고받았다. 그래서, 텅 빈 교실에서 혼자 개인 유튜버처럼 목이 쉬어라 수업을 해도 외롭지 않았다.


처음에는 카톡으로 업무 하기에 여러 가지 불편이 있었다. 하지만 오픈 프로필과 오픈 채팅이 활성화되고 서랍 기능이 생기고 이제 정말 모든 게 가능해졌다. 이제 우리는 3개월 단위로 만나는 수십 명의 학생에게(1년이면 금세 수백 명이 되는) 내 개인 프로필 공개하지 않아도 된다. 뭐든 의도한다면, 방법이 있다.


우리는 이것을 온 택트 상태라고 불렀다. 항상 연결된 상태. 비대면(Untact)이 아니라 항상 연결된 상태(Ontact). 우리는 직접 만나지 못하지만 언제라도 소통할 수 있다. 깨어있기만 한다면 언제든지.


2년 만에(아니 햇수로는 4년 만에) 연구실에서 동료들을 만나기 시작했다. 이제 내 옆에 누군가 앉아 있는 게 다시 자연스러워졌고, 아직은 연구실에서 당당히 뭔갈 먹을 수는 없지만 사소한 간식들은 자기 자리에서 살짝살짝 먹기 시작했다(무려 2년간 우리는 자기 교실에서 혼자 도시락을 먹었다). 그런데, 뭔가 낯설다는 걸 알아챘다. 2년간 끊임없이 매일매일 톡을 주고받던 사인데, 가끔 화상 미팅도 한 사이들인데, 우리는 한 건물에 매일 함께 출근했는데...... 조금 낯설다. 가끔 마스크라도 벗고 마스크 없는 맨얼굴을 보게 될 때는, 진심으로 낯설었다. 옆에 있는 동료의 눈까지는 그렇다 치더라도, 눈코입을 함께 보며 이야기하는 건 실로 낯설었다. 그러니까, 다른 사람의 표정을 보며 이야기하는 것이 왜 이렇게 이상한지. 아는 사람인데 아는 사람 같지 않은 상태. 알지만 모르는 사람인 것 같은 상대방.

그리고 표정을 보이고 싶지 않다는 바람. 그래, 그게 생겨 버렸다. 내 표정과 기분을 보이고 싶지 않은 마음. 그게 얼마나 편한지, 그것 또한 알아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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