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장
소설 <어린 왕자>에서 어린 생텍쥐페리 (Antoine de Saint-Exupéry, 1900-1944)는
종이에 덩그러니 커다란 모자(비슷한 형태)를 그린다. 그리고 어른들에게 보여주며 무섭지
않으냐고 물었다. 어른들은 조금도 무섭지 않다고 했다.
코끼리를 통째로 삼킨 보아뱀이 모자 속에 있다는 것을 어른들은 상상하지 못한다. 어른들에게
모자 속에 무엇이 있는지 따위는 쓸데없는 문제다. 중요한 것이라면 당연히 눈에 보여야 하고,
눈에 보이지 않는다면 그들에게는 쓸데없는 것이다. 소설 중반에 여우는 어린 왕자에게
그 반대로 가르쳐준다: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라고. 중요한 것은 마음으로만
볼 수 있다고.
'코끼리를 통째로 삼킨 보아뱀'이나 '보호용 유리 덮개가 씌워지고 네 개의 가시 발톱을 가진
작은 꽃'뿐만 아니라, 슬픔, 우정, 사랑, 동정, 연민, 고통도 마음으로만 볼 수 있다. 어린 왕자가
구멍 뚫린 상자의 그림을 보고 그 상자 속에 있는 것이 양(羊)이며, 그 양이 작은 꽃을 보호하기
위해 바오바브나무를 먹어 없애 줄 양이며, 사랑하는 작은 꽃이 있는 소행성으로 함께 돌아갈
양이며, 고향에 돌아간 뒤에는 작은 꽃을 먹어 치우지 못하도록 입에 부리망을 씌워야 할 바로
그 양임을 알아본 것도 마음으로 보았기 때문이다.
어떤 이들은 '어린이가 그린 것 같은 그림'을 아주 잘 그린다. 눈으로 볼 수 없는 중요한 것을
생생하게 표현해 낸다. 쉽지 않은 일이다. 피카소도 어린이처럼 그리는데 평생이 걸렸다고
하지 않았나! 동심으로 돌아가서 상상력을 키우고 마음의 눈을 감지 말아야 정말 중요한 것을
볼 수 있다고 그들은 말한다. 하긴, 어린이가 그린 것 같은 그림에만 해당되는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아래는 각각 고양이와 어린 무희들을 주제로 그린 그림이다.
<Fish Bone and Cat (생선뼈와 고양이), Oil on Canvas, 61.81 x 70.42 cm, 2023>
<Young Dancers, Oil on Canvas, 65.1 x 80.3 cm, 2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