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장
바르트 (Roland Barthes, 1915-1980)는 사진 감상과 관련하여 '푼크툼 (punctum)'을 강조했다.
푼크툼은 송곳처럼 뾰족한 것으로 마음이 찔린듯한 느낌이다. 사진을 찍었을 때는 분명 살아있었을
(사진 속) 사람이 사진을 보는 이 순간에는 죽고 없다는 사실이 감상자에게 푼크툼을 느끼게 한다.
사진이 전달하는 '존재 진실 ('있었다가 더 이상 없다'는 진실)'의 날카로움이 푼크툼을 유발한다.
그림을 볼 때 감상자는 '어떤 진실'에 뭉툭하게 부딪치는 느낌을 받는다. 이 '어떤 진실'은 사진의
경우처럼 존재 진실이 아니고, 투박한 '삶의 진실'이다. 삶의 진실에 뭉툭하게 부딪치는 느낌은
찌르는 듯한 푼크툼과는 다르다. 그림을 보면서 감상자는 "그때도 이랬었는데" 하는 데자뷔를
체험한다. 그림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발견하는 것이다. 애매했던 '어떤 진실'의 정체가 데자뷔
체험을 통해 삶의 구체적인 모습들로 드러나기 시작한다.
그림 감상은 두 단계로 나눠 생각할 수 있다. 우선은 주제, 규격, 재료, 스타일, 색채, 형태 등의
신비한 조합으로 형성되는 '그림 자체'를 만나는 단계다. 작가의 작업노트, 평론, 도슨트의
작품해설, 세상의 평가, 작품가격, 작가의 이력이나 그를 둘러싼 에피소드, 전시공간의 규모나
수준, 액자, 조명 같은 그림 외적 요소들이 그림 자체의 존재성을 부풀리거나 위축시킨다.
그림 감상은 대부분 여기서 끝난다.
두 번째는 그림을 통해 데자뷔를 체험하는 단계다. (드물지만 첫 번째 단계를 거치지 않고 곧장
데자뷔를 체험할 수도 있다.) 자신의 과거, 예상되는 미래, 또는 현재의 모습을 만난다.
극히 사적이고 내밀한 체험이다. 이 단계에서는 첫 단계에서 중요했던 그림 외적 요소들 중
어느 것도 감상자에게 영향을 주지 못한다. 그가 방해받지 않고 집중하며 그림 앞에 머물 수
있도록 사위(四圍)를 고요하게 해주는 것이 필요하고 또 그것으로써 충분하다.
아래 첫째 그림을 보며 감상자는 어머니와 관련된 자신의 어린 시절을 회상할 것이다.
두 번째 그림을 볼 때는 특별히 쓸쓸했던 가을의 어느 오후가 떠오를 것이다.
<A Woman with Large Cloth, Oil on Canvas, 76 x 66 cm, 2016>
<A Man with Hands in Pocket, Oil on Canvas, 116.8 x 80.3 cm, 2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