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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채한리 Chae Hanlee Feb 21. 2024

의지 (意志)에 대하여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하였다> 읽기 44

의지 (意志)에 대하여 


" 일찍이 (청춘 시절에) 나는 여태껏 추어보지 않은 춤을 추려고 했다.  ……그런데 …… 내 최고의 희망은 논의되지 않고, 실현되지 않은 채 끝났다. “(1)


청춘 시절의 내가 추어 보려고 한 새로운 춤들이 추어지지 못하고 끝나버렸다. 청춘만이 꿀 수 있었던 대부분의 신선한 꿈들이 이뤄지지 못한 채 세월의 흐름에 따라 흩어지고 사라져 버린다.  그러기 마련이다.  예외 없이.  청춘이 사라진 자리에 꿈들의 무덤이 남아 있다. 우리는 어떻게 이 무서운 상실과 좌절들을 견뎌 늙도록 살아남을 수 있었을까! 세월이 파괴한 꿈들을 기억하면서, 꿈들의 무덤을 지켜보면서 어떻게 이렇게 여전히 살아있는가? 니체는 이 세월의 파괴력에 대항할 수 있는 힘, 꿈들의 무덤 사이에서 꿈꾸었던 자가 살아 서있을 수 있는 힘을 ‘의지(意志)’라고 말한다. 나의 육체, 정신이 아니고, 나의 의지가 바로 세월의 폭력을 거슬러 ‘버텨온 힘’이라는 것이다. 


“나의 의지(意志)…… 이것이 세월 속을 묵묵히 뜻을 굽히지 않고 나아가고 있다. “(2)


이쯤에서 이런 질문이 생겨난다: 꿈이 실현된다는 것은 꼭 좋은 일일까?  종종 사람들은 성공이나 꿈의 실현 후에 오히려 허망함을 느끼지 않은가? ‘의지가 그 용도를 잃을 때’ 삶이 공허해지는 것 아닐까?  그렇다면, 꿈이 실현된다는 것보다 의지를 잃지 않는 것이 더 중요한 것 아니겠는가!


청춘의 꿈을 견지하며 오랜 세월 애쓰는 과정이 성공 그 자체보다 삶을 더 풍부하게 한다.  의지가 세월의 파괴력에 대항하면서 삶의 내용을 살 찌우기 때문이다.  그러고 보면, 의지는 지략을 발휘하는 탁월한 능력이나 저돌적이고 야심 찬 추진력이 아니다.  의지는 꿈을 간직하고 키워나가는 굳건함이다.   죽는 순간까지 의지가 사그라들지 않는다면, 죽음에 직면해서도 그 의지는 부활의 희망으로 이어진다.  다음 생의 희망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그래서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한다: 


" 내 청춘에서 아직 이루지 못한 것이 여전히 그대 (의지) 속에 살아있노라. 이리하여 그대는 생명으로서 청춘으로서 희망을 가지고 이 누런 분묘의 폐허 위에 선다. ……나의 의지여!  무덤이 있는 곳에 부활이 있을지니! " (3)


의지가 일궈내는 삶의 풍부함에 비쳐볼 때, (과장해서 말하자면) 성공이란 오히려 가소로운 소소한 사건일 따름이다. 


(1)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하였다, pp. 129-130

(2)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하였다, p. 130

(3)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하였다, p. 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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