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연소 팀장, 그리고 두번째 도망

by 앤희베르






일을 할수록, 동료들이 점점 나에게 의지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들의 눈빛에서 내가 필요한 존재라는 느낌이 들었고,

그것이 점점 더 나를 성장하게 만들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팀장님도 나를 좋게 보시기 시작하셨다.

많은 것을 알려주셨고,나는 그 기대에 부응하고자 더 열심히 일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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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나는 그저 노는 것을 좋아하는 직원’이라고 스스로 생각했지만,

이제는 ‘일도 잘하는 직원’으로 바뀌었다.

그 변화는 내게 매우 중요한 의미였다.처음으로 누군가에게 인정을 받았다는 사실이 정말 큰 기쁨이었고,

그 기쁨은 마음 속 깊은 곳에서부터 따스함을 느끼게 해주었다.


그동안 내가 느끼지 못했던 직업의 의미나 내 역할에 대한 자부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처음으로 내가 이 일을 하면서 묘한 기분을 느꼈다.

뭔가, 나도 할 수 있다는 확신이 생긴 순간이었다.


그날, 회사 게시판에서 팀장 공고문을 보고 나는 잠시 멈춰 섰다.

그동안 내가 경험한 일들과 작은 성취들이 떠올랐다.그리고 그 순간, 내 안에서

"나도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처음으로 피어났다.

살면서 무언가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처음으로 드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여전히 용기가 없었다.내가 팀장이 될 수 있을까?

"나 같은 사람이, 그런 자리에 어울릴까?"이런 생각이 떠오르며,

나는 그 마음을 스스로 지워버리려 했다.

"내가 팀장이 될 수 없다."그런 결정을 내리기엔 내가 너무 작고 부족하다고 느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료들이 나에게 다가왔다."한번 도전해봐!"그들의 응원이 내 안에 있던 작은 불씨를 키워줬다.그동안 내가 얼마나 그 자리를 꿈꾸고 있었는지, 스스로도 몰랐다.


팀장님조차도 나를 응원해 주셨다."너라면 잘 할 거야."그 말이 내게 큰 용기가 되어주었고,

나는 조금씩 내가 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지게 되었다.


그리고 나는 조용히 생각했다.

"나, 나를 한번 믿어봐도 될까?"그 순간, 내 안에서 믿음의 씨앗이 자라기 시작했다.





나는 우리 센터에서 제일 나이가 적은 최연소 팀장이 되었다.

그 순간, 그 기쁨과 뿌듯함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그동안의 고생이 헛되지 않았음을 느끼며,

뭔지 모를 뭉클함이 가슴 깊숙이 밀려왔다.

“나 진짜 잘 해봐야지.”그 다짐은 단순한 말이 아니라, 내가 이 자리에 서기까지의 모든 경험이 만들어준 다짐이었다.


부모님도 너무 기쁘셨는지, 본인들 옷은 저렴한 곳에서 사시면서도,"딸내미 첫 승진이라며 백화점에서 고급옷을 사주셨다."그 순간 나는 너무 행복했고, 마음 속에서 "내가 진짜 팀장이 되었구나"하며, 앞으로의 성공을 예감하는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그 행복도 잠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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턱없이 부족한 관리 역량,

아직 다듬어지지 않은 리더십,

회의마다 나를 조여오는 발표 울렁증이 나를 괴롭혔다.

매일이 고되고 힘들었다.


가장 큰 문제는 내 안의 목소리였다.

“내가 있어야 할 자리가 아니었어.”

“나는 아직 턱없이 부족한 사람이었어.”그런 생각들이 마음을 휘어잡았다.

“난 못해. 난 안돼.”라는 의심이 나를 계속 괴롭혔다.

자존감은 다시 흔들렸고, "내가 이 자리에 있어도 괜찮은 걸까?"라는 질문이 끊임없이 떠올랐다.

억지로 끌어올린 믿음이었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커져갔다.자신을 향한 믿음은 다시 무너져 내렸다.


나는 그렇게 내 자신을 다시 포기해버렸다.

세상에서 나만은 나를 포기하지 않아야하는데, 나마저 나를 포기해버리니 나는 금방 무너지고 말았다.

두 번째로 도망치듯 퇴사를 했다.

이전과는 달리, 더 이상 내 안의 기운은 없었다.

부모님은 내가 방에서 나오지 않는 모습에 아무 말씀도 없으셨다.

왜 그런지 묻지도 않으셨고,"왜 그러니, 도대체 너란 애는..."라는 말도 없이,

그저 침묵 속에서 나를 기다려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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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나는 내가 너무 싫었다.끈기도 없고, 포기는 빠르고,

자존감은 낮은데 자존심만 부리는나 자신을 보며,나는 패배자라는 말밖에 떠오르지 않았다.

패배자.........................

내게 이 단어는 그 당시, 전부였다.세상이 끝난 것 같았고, 내 인생은 끝이라는 상상이

나를 점점 지옥으로 밀어 넣었다.


신이 ‘시간’이라는 약을 줬다고 했다.그런데 내게 그 시간은 약이 아니라, 독이었다.

생각할수록 더 외로워지고, 견딜수록 더 미워졌다.

나 자신을....그렇게 나는 한동안, 나를 아주 깊게 잃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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