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망친 그 자리에서 연봉 1억이 되었다(1)

by 앤희베르

20대 초반, 나는 잘하는 것도 없었고 자존감은 바닥을 기고 있었다.

그저 ‘부담 없이 시작하고, 부담 없이 그만둘 수 있다’는 이유 하나로 콜센터에 발을 들였다.

익숙지 않은 전화벨 소리에 가슴이 터질 것 같았지만,

언제든 중간에 떠날 수 있다는 생각에 망설임은 없었다.

하지만 그 불안과 두려움이 나를 ‘연봉 1억’의 자리까지 이끌 줄은 누구도, 나조차도 몰랐다.

도망치는 것밖에 모르던 내가 어떻게 그 좁디좁은 콜센터에서 대체 불가능한 성과를 만들어냈을까?

나만 알고 있는 그 비밀을 펼쳐본다.








나는 대학교를 중퇴했고, 이력서에 내세울 만한 학벌이나 스펙도 없었다.

눈에 띄는 재능도, 확신을 가진 꿈도 없었고 어릴 적부터 “뭘 잘하는지 모르겠는 아이”로 살아왔다.



욕심도 없고, 꿈도 없고, 특별한 끈기도 없고, 자존감은 낮고, 자기표현은 서툴고, 남의 마음을 깊이 이해하는 것도 익숙하지 않았다.


친구들과 웃고 떠드는 건 좋아했지만 마음속에는 늘 무기력함이 눌러앉아 있었고,

게으름은 나의 또 다른 이름처럼 따라다녔다.

나의 20대는 그렇게 시작되었다.

평범했고, 조금은 엉성했고, 늘 불안했다.


나는 공부를 잘하지 못했다.

그래서 원하는 과를 가는 건 애초에 꿈도 꾸지 않았다.

성적에 맞춰 남은 자리를 찾다 보니 관광학부에 들어가게 되었다.


관광이 특별히 흥미롭지도 않았다. 무언가를 배우고 싶다는 마음도 없었다.

그냥 어영부영 입학했고, 어영부영 다녔다.


이렇게 마음이 없는 상태로 학교를 졸업한다고 해도 그 학위로 내가 뭔가를 할 거란 생각은 들지 않았다.

나에게 대학교 졸업장은 큰 의미도, 메리트도 없었다.


시간이 지나 생각해 보면, 그런 마음으로 다니는 학교에 매년 학비를 내는

부모님이 조금은 안쓰럽고 미안했다.

결국 나는 그만두었다. 무언가를 하고 싶어서 그만둔 것도 아니고, 열정이 있어서 뛰쳐나온 것도 아니다.


그냥, 아무 의미가 없다고 느껴졌고 내가 왜 거기 있어야 하는지도 모르겠다고 느꼈다.

그게, 내가 대학교를 그만둔 이유였다.





다니던 학교도 중퇴하고

이제 더 이상 나는 학생이 아니었다. 돈을 벌어야 했다.


그런데 나는 아무것도 잘하는 게 없었다.

내가 뭘 할 수 있을지도 알지 못했다. 갈 수 있는 곳은 많지 않았다.


나의 이력서는 늘 휑했다. 이름, 연락처, 학력... 그다음은 적을 게 없었다.

대학 중퇴. 경력 없음. 자격증 없음.

보는 사람도, 쓰는 나도 민망했다.


그러던 어느 날, 한 구인 광고가 눈에 들어왔다.

‘00 콜센터 1기 모집 – 50명 채용’

나는 생각했다.

“ 이력서 한 번 넣어봐야겠다."


대졸이 아니라도 괜찮다고 되어 있었고 고졸만 되어도 지원할 수 있다는 말이 마음에 들었다.

50명을 한꺼번에 뽑는다는 건아마 다 같이 비슷한 교육을 받고 비슷한 일을 하겠구나 싶었다.


그만두고 싶으면 조용히 나올 수 있을 것 같았다. 인수인계 같은 번거로운 절차도 필요 없을 것 같았다.

그래서, 나는 이력서를 냈다. 그렇게 나의 첫 직장이 시작되었다.

00 콜센터, 전화상담 업무였다.


처음부터 열정이나 책임감 같은 건 없었다.

나는 그냥, 살아야 했고, 돈을 벌어야 했고, 그게 전부였다.

무책임으로 시작한, 나의 첫 직장이었다.




첫 직장에 들어가고 나서 한 달 동안 교육을 받았다.

그 시간은 정말 재미있었다.

처음 듣는 용어, 처음 접해보는 사회생활, 그리고 나처럼 모인 50명의 사람들과 함께하는 하루하루.


내가 뭔가 어른이 된 것 같았다. 책상에 앉아 열심히 필기를 하고, 마음이 맞는 언니들과 점심을 먹고, 쉬는 시간엔 서로 눈을 마주치며 웃었다.


“우리 진짜 퇴사하지 말고 오래 다니자.”그 말이, 진심이었다.

그때는 정말 오래오래 같이 다닐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문제는, 이제부터였다.


교육이 끝나고 실전에 투입된 자모 든 게 달라졌다.

전화벨이 울리는 소리만 들려도 간은 콩알만 해졌고 어디라도 숨어버리고 싶었다.

말주변도 없고 눈치도 빠르지 않은 내가 고객 앞에 서 있다는 게믿기지 않았다.


“고객님, 죄송합니다…”하루에도 몇 번씩, 내가 무슨 큰 잘못이라도 한 사람처럼 사과했다.


잘못된 안내를 하고, 재콜을 해야 했고, 내 실수로 누군가는 다시 전화를 걸어야 했다.

나는 항상 고객에게는 죄인이었고 실장님에게는 무능력한 직원이었다.

생각보다, 아니 상상 이상으로 힘들었다.


“내가 너무 쉽게 생각했나?”“원래 직장은 이렇게 혼이 나야 되는 곳인가?”


이전에 다녔던 학교와는 완전히 다른 세상이었다.

그 여리고 약했던 내가 겪기엔 충격, 그 자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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