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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도전, 전국 지구과학올림피아드

해보고 싶은 건 우선 해봐도 괜찮다라는 경험이 쌓이기 시작했던 순간

by 쿠요

시에서 주관하는 올림피아드에서 입상을 하고 나면 전국대회에 나갈 수 있다.


고등학교 3학년.


모두가 수능을 준비하고 있을 때 나는 전국올림피아드를 준비했다.


어쩌면 이때부터였을거다. 스스로 공부를 한다는 건 이런 기분이구나 라는 걸 느꼈던 것은.

알려주는 사람이 없어도, 주위에서 하라고 한 사람이 없어도, 결국 사람은 하고 싶은 게 있고 주위에서 그걸 응원해 준다면 우선 한 번 해보면 된다는 걸, 나는 이 때부터 내 경험적 데이터로 쌓아왔던 게 아닐까.


올림피아드 준비는 쉽지 않았다.

수능과 떨어져있는 공부를 한다는 건 꽤 불안한 일이었고, 좋은 결과를 얻지 못했을 때 나는 어떻게 될까 라는 불안감과 긴장감이 감돌던 나의 고3 여름방학.


그래도 한 번 해보고 싶었다.



드디어 올림피아드 당일. 이 날 차를 타고 고시장으로 가는 길, 아버지가 말씀하셨다.


"효선아. 지금 우리는 여행을 가는 거야. 너무 부담갖지 말고, 그냥 엄마 아빠랑 나들이 간다고 생각하자."


..... 부모님은 어떤 마음이셨을까.

입시를 앞둔 고등학교 3학년 여름방학.

주위에서는 수능이 정말 중요하다고 말하던 이 때에 아무도 하지 않는 지구과학을 공부하겠다고 호기롭게 외치는 딸을 바라보며 결과가 어떻게 되든 응원하겠다는 부모님의 모습은 수많은 걸 끌어안는 어른의 사랑이었다는 걸 서른이 넘어서야 나는 이해하기 시작했다.

정말, 큰 사랑이었다.


올림피아드는 총 이틀에 걸친 시험으로 필기가 통과하면 다음날 실기시험을 볼 수 있는 구조였다.


계속 독학을 해왔기 때문에 필기는 어느정도 자신이 있었다.

다만 내가 가장 자신 없는 게 바로 실기시험이었다.


다른 과학고 아이들은 실기시험에 대해 실험실에서 공부한 경험들이 많다는 걸 알고 있었다.

다만 나는 일반고에서 책을 보며 공부한 게 다여서 실기시험에 대한 어떤 대비도 할 수 없었다.

기껏해야 정말 답답할 때 근처 과학고에 가서 실험실을 구경했던 게 나의 실험 경험의 전부였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실기시험에 대해 이론적인 공부들은 다 했고 시뮬레이션도 해봤지만 기구를 만진 적은 없어서 과연 내가 실기시험을 잘 해낼 수 있을까 라는 걱정을 안고, 시험이 시작되었다.


첫 째날 필기시험을 무사히 마쳤다.


그리고 둘 째날.


갑자기........ 비가 왔다.








모든 실기시험이 필기시험으로 대체되었다.


'어떻게 이럴 수 있지..?'


실기시험에 대한 이론적인 공부를 다 했던 나로써는 기적과 같은 일이었다.

갑자기 비가 오다니? 분명 일기예보에도 그런 말이 없었는데.


정말 기적처럼, 나는 무사히 시험을 마치고 부모님과 맛있는 빵을 먹으며 집으로 돌아왔다.





사실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전국에 잘한다는 아이들이 다 모여있었으니 내 자리는 없을거라 생각했다.

부모님과 좋은 나들이를 한 번 다녀왔다 라는 생각으로 나는 다시 일상을 보냈다.

올림피아드 공부를 하느라 놓쳤던 수능공부와 내신을 잡기 위해 애쓰는, 나는 평범한 고3이었다.


그리고 대망의 발표날.

교무실에 선생님 노트북 앞에 앉았다.


'확인만 해보자. 작은 상이라도 받았으면 좋겠다.'


두근두근 했던 순간.


"선생님!!"

이미 눈에 눈물이 차오르며 말했다.


"저 금상이에요."


교무실이 난리가 났다.

수고했다며 토닥거려 주시던 선생님.


아쉽게도 대상은 아니었다.

대상은 딱 한 명. 국제 지구과학 올림피아드에 나갈 수 있었는데, 그건 나의 것이 아니었던 거다.

그러나 금상이라니.

일반고였던 우리 학교에서, 전국 올림피아드 금상수상은 이전에 없던, 이례적인 일이었다.



고등학교 3학년 8월의 어느날.

나에게 기적같았던 하루.


이 때 나는 확신했다.


"나는..... 천문학자가 될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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