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험과 책임

그중 나를 성장시키는 것은?

by 쿠요

주 7일로 변경되면서 아직 시스템이 완벽하게 자리 잡은 건 아니다.

미처 놓쳐버린 재고표로 디카페인 원두가 바닥이 났고, 결국 토요일에 남편은 모든 일정을 다 마치고 밤 11시에 집에 돌아와 씻고 다시 로스터리로 나갔다.


피곤한 몸을 이끌고 다시 로스터리로 가면서 남편이 팔을 번쩍 만세하며 말했다.


"다양한 경험은 나의 시선을 넓게 해 주고, 책임은 나를 성장시킨다!!"


그리고 그 뒤에 나간 남편은 새벽 2시쯤 집에 들어왔다.


그래. 돌이켜보면 나를 성장시킨 건 언제나 책임이었다. 한 걸음 내딛는 건 호기심과 경험해보고 싶단 마음 때문이었다면 그걸 꾸준하게 몇 년이나 하게 해 왔던 건 언제나 책임이었달까. 해내고 싶은 마음과 해내야 한다는 마음이 서로 뒤섞여서 나는 좋아하는 일을 지금까지 꾸준하게 지켜오고 있다.


사실 책임지고 싶지 않았다.

사람은 책임감의 무게를 버거워한다.

누구나 책임지는 일은 피하고 싶어 한다.

그만큼 무겁기 때문이겠지.

아니, 어쩌면 내가 이렇게 무거운 짐을 지었는데 그게 부당한 건 아닐까 내가 손해 보는 건 아닐까 라는 두려움도 있을 거다. 사람은 누구나 손해 보는 것을 싫어하니까.


그런데 책임이 주어졌을 때에만... 깊어질 수 있는 것들이 있더라.


이번에 사업계획서를 쓰면서 지난 9년 간의 쌓아왔던 것들이 꽤 많다는 것을 새삼 깨닫는다. 처음에 새로운 메뉴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을 때는 그 부담감이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처음 몇 번은 잘 만들어져서 기분이 좋았지만 그게 1년, 2년이 되어갈수록 점점 스스로의 한계를 느꼈다. 처음에 새로운 것을 만들어서 반응이 좋았는데 다음은 그렇게 반응이 안 좋으면 스스로 땅굴을 파고 들어갔던 때도 있었고. 그럼에도 계속 무언가를 만들어야 한다는 중압감이 늘 있었다. 그런데 그럴 때 내가 더 깊이 있게 들어갈 수 있던 건 결국.. 책임감 때문이었다.


그때는 그게 참 힘들었는데, 그 책임감을 통해 내가 성장한다는 것을 느끼는 시간이 1년... 2년... 3년... 그렇게 8년이 쌓이다 보니, 지금은 그때만큼 중압감을 느끼지 않는다. 그 책임감이 나를 손해 보게 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나를 더 깊어지게 만들었다는 사실을 매우 매우 체감했기 때문이다.



다양한 경험들은 나의 시선을 넓혔다.

그러나 넓어진 시선을 깊이 있게 파고 들어갔던 건 결국 책임감과 시간이었다.


경험을 토대로

책임감이 부여되는 것.


어릴 적에는 내가 다칠까 봐 무서워 섣부르게 나아가지 못했던 것들이 지금은 일단 부딪혀 보는 거로 시작한다.



나는 여전히 책임감이 무겁다.

아마 남편도 그럴 테지.

그런데 이제는 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책임감이 나를 성장시킬 것이라는 걸.

그렇다면 나는 계속해서 깊어지는 사람이고 싶다는 걸.




나는 마음이 온유하고 겸손하니 나의 멍에를 메고 내게 배우라 그러면 너희 마음이 쉼을 얻으리니 이는 내 멍에는 쉽고 내 짐은 가벼움이라 하시니라
마태복음 11:29-30





이전 04화5일만 열던 카페가 8년 만에 7일을 열게 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