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을 깔아줄 테니 기량을 뽐내길

2026년 커피교육의 시작

by 쿠요

2023년 9월의 어느 날.

퇴사를 하는 라요와 함께 식사를 하고 집에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이런 이야기를 했다.


"결국 지니엄은 교육을 할 거야. 카페 바흐가 커피 교육으로 지역 안에서 연대를 만들었거든. 정확히 어떻게 교육을 하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한 10년 정도 뒤에는 지니엄아카데미라는 이름으로 교육을 해보고 싶어. 서비스 교육이든, 커피 교육이든. 우리가 그걸 다 한다기보다 그걸 잘하는 사람들과 연계해서 하는 방식도 좋을 것 같아서 다양하게 생각하는 중이야."


어쩌다 이런 이야기를 하게 되었는지는 기억이 잘 안 나지만, 내가 했던 말은 기억이 난다.


그 시기 즈음.


커요와 나는 지니엄의 방향성을 놓고 계속 이야기를 하던 중이었다. 2023년이 우리에게는 정말 힘든 해였기 때문에 그럴수록 더 본질적인 질문을 던져야 했고 철학적인 기틀을 우리는 계속 서로 질문하고 답하며 정리해 갔다. 그때 커요는 이렇게 말했다.


"결국엔 교육 쪽을 하게 될 거야."


"교육? 할 수 있을까..?"


"하면 되지."


단발성으로 몇 번 교육은 있었지만 그걸 지속가능한 기획으로 하기까지는 다른 이야기다. 커요의 확고한 꿈에 대해 듣고 그 생각이 계속해서 남아 있어서였을까. '그래 일단 할 수 있다고 꿈을 꿔보자. 그럼 어떻게든 되겠지.'라는 생각에... 라요와의 대화에서 나도 모르게 커요의 꿈을 나의 꿈으로 가져와 함께 이야기할 수 있던 듯싶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흘러 2025년 가을의 어느 날. 내부적으로는 어유유를 정리할 것을 결정했고... 그 공간을 어떻게 사용할지에 대해 생각하고 있던 때였다. 로스터리가 생긴 이야기에 대해서는 이제 차차 이야기하겠지만 그와 함께 동시에 떠오른 것이 바로 교육이었다.


'우리가 이제부터 진짜로 커피경험설계라는 구조로 가기 시작한다면... 교육을 할 때가 되지 않았나?'


마침 어유유의 공간은 홀과 작업장으로 분리가 되어있었고, 홀 쪽을 잘만 활용한다면... 멋진 교육공간이 나올 수도 있겠다 생각했다. 그렇다면 중요한 건, 교육을 진행할 사람이 우리 안에 있는가.


그때 가장 먼저 떠오른 건 마요였다.


2025년 6월 인숙코치님과 함께 진행한 조직강점검사에서 마요의 강점들을 들으며... 인숙님께 물었다.


"그럼 이런 강점은 교육 쪽에서도 잘할 수 있겠네요?"

"그렇죠."


커피에 대해 깊게 파고드는 걸 좋아하고, 그걸 타인과 함께 공유하며 개발시켜 갈 수도 있는 것.

아직은 미숙하더라도 언젠가 판을 만들어주고 이 쪽 부분을 지니엄이 키워간다면... 시도해 봐도 괜찮겠다는 마음이 슬금슬금 들어왔던 순간이었다.


그래서 어유유가 정리되는 게 결정된 가을의 어느 날 점심을 먹고 설거지를 하고 있는 마요에게 말했다.


"마요. 만약에 홈브루잉 기초 원데이 수업을 진행한다면 어떨 것 같아? "


심사숙고가 꽤 높은 마요는 '할 수 있겠지만..'이라는 말을 깔며 우려되는 부분들을 이야기했다.

그 말을 다 듣고 말했다.


"음. 그렇겠다. 그런데 아직 구체적으로 짜인 건 없지만.. 지금 내가 확인하고 싶은 건 너가 하고 싶으냐야. 너가 하고 싶을 때, 내가 판을 짤거거든."


그 말에 마요는 망설임도 없이 바로 대답했다.

"저는 하고 싶습니다!"


"오케이. 그럼 내가 판을 짤게."


그래서 본격적으로 판을 깔기 시작했다.




어떻게 판을 깔았는가? (사실... 마요도 이렇게까지 내가 밑작업을 했는지는 몰랐을지도.)


교육을 한다는 건 기획의 일종이다. 어떤 내용들을 어떤 카테고리로 담아낼 것인가. 그리고 그 카테고리들은 연결되었을 때 하나의 그림을 만들어 내는가?


그래서 가장 처음은... 지니엄의 매뉴얼을 맡겼다.

학생을 가르치기 전에 새로 들어오는 구성원들을 가르치는 일.

이 일에서 교육매뉴얼이란 하나의 큰 틀을 잡는 걸 경험하게 해보고 싶었다.


처음엔 대략적인 가이드를 주고 스스로 생각하게 했다.

그 가이드에 따라 마요가 여러 가지 브레인스토밍을 해왔다.

그걸 토대로 카테고리만 잡아줬다.

그 카테고리에 또다시 마요가 자신의 생각들을 붙였다.

그 생각들을 다시 정리해 하나의 서사로 연결했다.

그 서사에 다시 마요가 풍부한 살을 붙였다.


그렇게 9월. 우리에게는 교육용 매뉴얼이 등장했다.


그 매뉴얼을 토대로 실제로 교육을 진행하는 과정을 계속 체크했다. 어유유가 마무리 되어가는 2025년 12월까지는 우선 이 작업을 계속 탄탄하게 하는 것에 집중했다.


그리고 2026년 1월. 본격적으로 교육에 대해 마요에게 말했다. 수업의 대상, 시간, 가격, 내용, 인원을 먼저 결정하게 했다. 그걸 같이 논의하고 2시간 수업의 내용 전개 카테고리를 잡게 했다.


"학습목표를 먼저 설정하고, 그 목표에 따라 무슨 내용들이 들어갈지를 대략적으로 목차로 만들어와요."

대략적인 가이드만 줬다. 그리고 그 내용들을 마요는 자신의 생각들로 꾸준히 채워갔다

그러고 나면 각 내용에 대한 시간을 정하게 했다.

어느 곳에 힘을 주고 어느 곳에 힘을 빼야 하는지 또다시 스스로 정리했다.

그렇게 카테고리만 결정되면? 그다음부터는 강사의 재량이다.


그리고 1월 월례모임 때, 마요는 첫 프레젠테이션을 했다. 이렇게 이렇게 교육을 할 거다.

오케이. 내용이 잡혔다.


약 두 번의 전체적인 카테고리를 잡는 훈련을 해봐서인지, 가장 처음 교육매뉴얼을 만들 때만 하더라도 보이지 않던 마요의 생각 흐름들이 좀 더 명료하게 정리되는 게 보이기 시작했다.



내용을 잡았으니 그다음부터는 오픈할 적절한 때를 찾으면 될 뿐이었다.

그게 4월이었다.

강사가 준비되었으니 4월에 홈브루잉클래스를 오픈하고 이를 지속적으로 운영해갈 준비를 했다. 주 7일 근무제로 바꾸었고 손님들의 수요를 파악했고.... 이제 4월 클래스가 지니엄의 시스템 안에서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판은 다 깔았으니, 이제 마음껏 기량을 뽐내길.

첫 커피 강사로 서는 일이 긴장되기도 하겠지만, 앞으로 이 시간들이 충분히 쌓여 바리스타로 살아갈 수 있는 또 다른 길을 제시하는 사람이 되기를. 너와 지니엄이 함께 성장해 갈 수 있는 무대를 앞으로 계속 만들어 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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