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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에누 Dec 19. 2024

[길과 길 사이]              제주명랑운동회

고교동창 네 친구의 이박삼일 골프투어

2월 13일 (첫째 날)

​아침 8시 15분. 김포공항에서 상배를 만나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제주항공 비행기에 올랐다. 경주신라 cc 회원님 진국이 자주 초대하는 절친 5인회 라운딩 때 기획된 2박 3일 투어 이벤트다. 아덴힐 리조트 회원특전을 함께 누리자는 상배의 특별 배려다.

​대구와 부산에서 오는 진국, 광수는 제주공항에서 합류하기로 했다. 50년 지기 고교동창 친구들과의 오랜만의 여행이라 시작부터 설렘이 가득하다. 비행기는 약 한 시간 정도 걸려 제주에 도착했다.

​9시 30분쯤 우리 네 명은 드디어 완전체로 뭉쳤다. 함께 캐리어를 끌고 렌터카 셔틀 정류장으로 향하며 시작부터 웃음이 끊이질 않는다.

차는 최신형 싼타페로, 구정이 지난 비수기 할인 덕에 반값에 예약할 수 있었다. 하얀색 SUV가 반짝이며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쌩쌩한 하얀 차를 보자마자 서로 감탄하며 사진도 찍고 신나게 떠들었다.

​베테랑 드라이버지만 술 안 마시는 상배가 운전대를 잡고 첫날 여정을 시작했다. 원래 호주가였던 상배는 봉화에서 농장을 하면서 술을 끊었단다. 옻나무도 가꾸고 참깨 들깨를 짜는 방앗간을 하면서 인생의 새 장을 열고 있다.

​첫 번째 목적지는 인터넷에서 검색한 제주 명물 갈치조림 식당이었다. 아점을 하기 위해 아담한 식당 문을 열고 들어섰다. 반갑게 맞아주는 주인아줌마와 싹싹한 종업원 아가씨가 우리를 안내했다.

​갈치조림의 매콤하고 구수한 냄새에 다들 군침을 삼켰다. 운전을 맡은 상배를 빼고는 모두 막걸리 한 잔씩을 기울이며 여행 시작을 자축했다. 제주 감귤의 그윽한 향이 제주의 정취를 그대로 전해준다.


2월 14일 (둘째 날)

아덴힐 리조트

아덴힐 리조트에서의 상쾌한 아침. 기대에 부푼 마음으로 티샷을 향해 첫 발을 내디뎠다. 골프장엔 사람이 적어 우리만의 여유로운 시간이 이어졌다. 아덴힐 cc의 한적한 풍경 속에서 여유롭게 라운딩을 즐기며, 우린 서로를 놀리기도 하고 간만의 회포를 풀기도 했다.

각자의 장난스러운 기질이 발동했다. 광수의 티샷이 페어웨이를 훌쩍 벗어나자 “고등학교 때 도망갈 때 속도가 이 정도였나?” 하며 낄낄댔다. 코스를 돌며 오랜 세월 함께 쌓아온 추억과 정이 다시금 가슴에 맴돌았다.

상배의 티샷이 호쾌하게 멀리 뻗어나가자 모두가 박수와 환호를 보내며 웃음꽃이 피었다. 진국의 샷은 홈구장 경주신라 cc 에서만큼 위용을 발하지 못했지만 숏게임은 그 어느 때보다 정교했다. 어릴 적 순수했던 모습이 그대로 묻어나는 이 순간들이 오래도록 마음에 남을 듯하다.

코스 중간에 자리 잡은 클럽하우스에서 제주 흑돼지 바비큐로 아점을 해결했다. 묵직하고 고소한 흑돼지 특유의 맛에 감탄하며 맥주 한 잔씩 나눠 마셨다.

점심은 제주의 별미 보말칼국수를 찾기로 했다. 검색을 해서 가긴  했는데 도로 하나를 잘못 들어서서 그 마을을 세 바퀴쯤 돌았다. 끝내 칼국수 집을 찾았을 때 모두 “이제야 먹는구나” 하며 안도하며 웃었다. 보말 칼국수는 깔끔하면서도 진한 맛이 일품이었다. 한 숟가락 떠서 입에 넣자마자 다들 “그래 이거야!” 하며 만족감을 표했다.

저녁 식사로 다시 제주 흑돼지 구이를 먹으러 갔다. 기름진 흑돼지에 제주특산 막걸리를 종류별로 다 시켜 맛을 봤다. 특히 세종 조껍데기 막걸리는 그 자리에 끼지 못한 세종이를 소환하게 했다. 굳이 전화를 걸어 "네가 보내준 조껍데기 막걸리 잘 마시고 있다!"라면서 키득거리기도 했다. 하지만 발음에는 살짝 신경을 썼다.

​각 한통씩을 기울이니 하루의 피로가 말끔히 씻기는 기분이었다. 옆에서 지켜보던 종업원도 대화에 맞장구치면서  살갑게 챙겨줘서 더없이 흥겨운 분위기였다.


2월 15일(셋째 날)

​마지막 날 아침이다. 화창한 제주의 하늘과 포근한 날씨 속에 마무리 라운딩을 나섰다. 우리 네 명은 언제 다시 이 순간을 맞이할 수 있을까 싶어 한층 애틋한 마음으로 서로를 바라봤다. 50년 세월이 지나도 변치 않는 우정, 이제는 가족과도 같은 정이 오롯이 느껴졌다.

​라운딩을 마치고 나서는 제주의 유명한 해산물 식당을 찾아갔다. 손맛 좋은 주인아줌마가 갈치조림을 푸짐하게 내주셨다. 종업원 아가씨도 싹싹하게 우리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며 웃음을 터뜨려 주었다.

공항으로 돌아갈 시간이 다가왔다. 하지만 출발 시간까지 여유가 있어 가까운 용두암을 잠시 들렀다. 겨울바람이 차갑게 부는 와중에도 우리는 오랜만에 놀러 온 기분으로 기념촬영을 하며 웃음소리가 끊이질 않았다. 매서운 바람을 맞으며, 서로 장난을 치고 찍어준 사진을 보며 또 한 번 크게 웃었다.

그리고 아쉬운 마음을 뒤로한 채 공항으로 향했다. 차 안에서 돌아가는 아쉬움을 씻어내려는 듯, 또다시 제주에서의 에피소드가 계속 이어졌다. 돌아가는 비행기에서의 아쉬운 침묵과 마음 깊은 곳에 쌓인 추억들. 평생 간직할 우정과 제주에서 보낸 소중한 시간들을 마음에 담고 우리는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다.




상배는 봉화 방앗간 사장님으로, 광수는 안양대학교 총장님으로 수고하고 있다.
진국과 나는 대학을 퇴직하고 또 다른 인생을 살고 있다. 세종 사장님도 사업 잘 되고 있지?

 




30화를 끝으로 [참견과 오지랖]의

글 연재를 마칩니다.


쉼 없이 달려온 여정...

구독과 응원, 관심 덕분에 여기까지 왔습니다.


감사합니다.

새로운 연재로 다시 만날 것을 약속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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