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에서 제일 큰 고정 지출, 렌트비
3년간의 유학생활과 3년 차에 접어드는 직장 생활을 하며, 비행기표를 끊고 한국으로 돌아가지 않는 이상 "내가 갈 곳이 아예 없다"라는 사실을 인지하자 저 말이 그렇게나 마음에 와닿았다. 별로 한 것도 없는데 1인 가구의 생활비는 뭐가 그렇게 많이 나가는지. 각종 통신비를 비롯해 하다못해 샴푸, 린스, 휴지 등 이 모든 게 부모님 집에서 살면 '당연하게 있는 것' 들이 밖에 나오니 '스스로 구비해야 되는 것'들이 되어버렸다.
이런 사실을 인지한 후 대학교 때부터 어떻게 해서든지 생활비를 아낄 궁리를 하게 됐다. 그중에서 가장 큰 지출은 바로 매달 고정적으로 나가는 렌트비. 나의 생활비 아끼기 여정은 대학교 1학년 때부터 시작된다.
셰어하우스(share house). 말 그대로 방은 따로 쓰고 공용 화장실, 공용 키친을 사용하는 곳이었다. 나는 학부 때 도움을 준 선배 덕분에 대학교 1학년 때부터 셰어하우스에서 지내면서 렌트비를 절약할 수 있었다.
내가 살았던 셰어하우스는 1층은 거실, 스텝들이 있는 사무실, 그리고 피아노실 등 공용 공간이 있었고 2층은 여자방, 3층은 남자 방으로 되어있었다. 각 층마다 방이 4-5개씩 있었는데 이 중 독방, 이층 침대 방, 트리플룸이 마련되었었다. 트리플룸(triple room)이라고 해서 방 안에 공간이 따로 마련되어 있진 않고 한마디로 큰 방에 침대가 3개 놓여 있는 구조였다.
나는 바로 이 트리플룸을 중국인 룸메와 미국인 룸메와 함께 사용했는데 이때 한 달 렌트비가 $250(방) + $100(Utility=water+electricity+ 인터넷+각종 생필품(휴지 등)) 으로 총 $350 (약 50만 원)이었다 (약 1년 뒤에 약 $100이 오르긴 했다. 아마 지금은 인플레이션으로 약 $500-600 사이 정도 하지 않을까 예상해 본다).
당시에는 한국 물가로만 기준을 세워서 이 마저도 렌트비가 너무 비싸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주변 기숙사에 사는 친구들이나 다른 아파트에 사는 지인들의 말을 들어보면 한 달 렌트비가 (그때 당시) 기본 $600였어서 내가 비교적 저렴하게 산다는 걸 알게 됐다. 뿐만 아니라 각종 그릇, 팬, 컵, 수저 모든 게 다 공용이었어서 나는 식기구 사는데 쓰는 모든 돈을 절약했다. 이때 당시 셰어 하우스 내에서 제공하는 디너도 있었다. 덕분에 첫 학기에는 이걸 신청하고 한 끼당 $4로 저렴하게 저녁을 해결할 수 있었다. 즉, 렌트비뿐만 아니라 식비와 같은 생활비에 드는 지출도 많이 아낄 수 있었다.
아, 나중에 셰어 하우스를 놀러 온 지인이 "다 쓰러져 가는 곳에서 사네"라는 얘기를 우스개 소리로 하긴 했다. 물론 단점도 있긴 했다. 내가 살 때는, 2층에는 여자들이 살고 3층에는 남자들이 살았는데 층마다 화장실이 1개였다. 보통 한 층에 대략 5-8명 정도의 사람이 살기 때문에 가끔 샤워시간이 겹치는 경우가 있었다. 또한 집 자체가 확실히 오래된 건물이어서 이곳에서 살면서 난생처음 박쥐도 보고 여름에는 하루가 멀다 하고 천장 각 모서리마다 거미줄이 생겨서 매일매일 거미와 거미줄을 치우는 일이 하루 일과였다.
그럼에도 셰어하우스는 첫 유학생활의 로망을 실현시키기엔 충분했다. 아무것도 모르던 시절이라 셰어 하우스에서 제공하는 여러 프로그램들(워십 나잇 Worship night, 스태프분들이랑 1:1 멘토링 1:1 Mentoring meeting, 스몰그룹 Small Group Program )이 더 미국 문화에 쉽게 적응하고 즐거운 추억들을 만들 수 있었다. 셰어 하우스 내에 스터디할 공간도 있고 피아노, 거실도 마련되어 있어서 즐겁게 지냈을 뿐만 아니라, 같이 사는 사람들이랑 짝을 지어서 공용 시설(거실, 화장실, 스터디룸 등)을 매주 청소하는 루틴이 있었는데 덕분에 이때 화장실 청소는 어떤 식으로 하는지 등을 배웠다. 더불어 스태프분들이 다 기독교인이었는데 한 명 한 명 다 친절하고 가족처럼 대해줘서 첫 유학생활을 따뜻하게 보낼 수 있었다.
서블렛(Sublet)이란?
미국은 보통 집 렌트 계약이 1년인 경우가 많다. 이때 만약 개인적인 상황으로 더 이상 계약한 집에서 살 수 없는 경우, 남은 계약 기간을 다른 사람에게 현재 내는 렌트비보다 조금 저렴한 가격으로 양도하는 것이 바로 서블렛이다. 급매로 나온 서블렛의 경우, 많게는 기존 렌트비의 50%까지 절감한 가격으로 살 수 있다. 주로 대학가 근처 학생들이 사는 아파트에서 이런 경우를 많이 볼 수 있다.
유학생활 2년 차에 접어들면서 주변 친구들을 통해 서블렛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처음 서블렛을 구할 땐 어떤 식으로 구해야 되는지, 어느 정도까지 가격을 흥정해야 되는지 잘 몰라서 헤맸었다. 특히 서블렛을 구하는 주된 방법인 페이스북 마켓플레이스(facebook marketplace)에는 워낙 사기꾼이 많기 때문에 특히 주의, 또 주의를 기울여야 했었다.
서블렛을 구한 방법
다다익선이라고, 서블렛을 구할 때는 한 곳에만 물어보지 말고 마켓플레이스에 나온 여러 아파트에 물어보는 것이 좋다. 나의 경우, 서블렛 구할 때 기본 20 군데 이상은 물어봤던 것 같다. 좋은 아파트는 인기가 많기 때문에 보통 아예 답이 오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페이스북 마켓 플레이스에서 서블렛 구하는 방법>
'내가 살고 있는 도시 + sublet'을 치면 여러 개의 그룹이 바로 나온다. 이때 활동이 활발하고 비교적 멤버수가 많은 곳을 위주로 고르면 된다.
나는 1) 대학교 때와 2) 학부 졸업 후 일을 하러 시애틀로 이사 와서 서블렛 구할 때 모두 페이스북 그룹페이지를 이용했다.
*참조: 페이스북 그룹 페이지는 워낙 사기성 글이 많고 그 안에 실제로 스팸이나 사기 치려는 분들이 있어서 주의해야 한다.
이런 식으로 학부 때도 서블렛을 구해서 원래 렌트비의 50% 가격으로 비교적 저렴하게 살았을 뿐 아니라, 직장생활을 시작한 후에도 서블렛으로 룸메이트 2명과 함께 거실을 셰어 하는 조건으로 약 $750에 살았다 (내가 살았던 곳 렌트비는 기본 룸메이트와 같이 살아도 $1000가 넘는 곳이 많았다).
다른 곳에서 더 수입을 얻으며 종잣돈을 모았다면 좋겠지만, 학생의 신분에서, 그리고 직장생활을 막 시작했을 무렵에는 무조건 생활비를 아끼려고 했었다.
물론 이렇게 생활하는 것이 마냥 쉽지만은 않았다. 중간에 서블렛을 잘못 구해 계약한 방을 제때 못 들어가며 다른 곳에서 지내야 되는 상황이 있었고, 그 과정에서 룸메이트와의 트러블도 있었다. 심지어 내가 원래 들어가기로 한 방을 기존에 살고 있던 미국인이 계절성 우울증을 호소하며 차지해 나는 방을 2번이나 바꿔야 되기도 했다.
그럼에도 지난 6년간의 홀로서기하려 했던 시간들은 나에게 어디에서든 살 수 있다는 자신감 장착과 동시에 바퀴벌레와 같은 끈질긴 생명력을 키울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딸을 유학 보내게 해 주신 부모님께 감사한 마음을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