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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밍풀 Aug 10. 2023

처음으로 미국 부동산 임장을 가다

미리 받아야 되는 서류가 있다니


처음 부동산 중개인과 연락하고 하루가 지났다. 오늘은 대망의 부동산 임장 날이었다.



한국에서도 안 해본 부동산 임장을 미국에서 하다니.



어떤 준비가 필요한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만만해 보이고 싶지 않았다. 서양인들 사이에서 더욱 동안으로 보이는 동양인에 키도 작은 여자이니, 괜히 한 번 더 바지도 빳빳이, 상의도 정장 느낌의 옷으로 입었다. 이게 뭐라고. 흡사 어디 패션쇼를 가는 모양새 같아 거울 앞에서 피식 웃었다.



20분 뒤, 침착한 걸음걸이와는 엇박자를 이루는 떨리는 마음으로 부동산 중개인과 만나기로 한 아파트 로비에 도착했다. 저 멀리서 흰색 와이셔츠에 금색 손목시계를 차고 꽤나 체격이 다부진 중년 남자가 보였다. 어렴풋이 짐작하기를 어제 전화한 부동산 중개인 같았다.



가까이 다가가니 내 예상이 적중했는지 "You are 00? hi, how are you?"라는 말과 함께 환한 얼굴로 그가 악수를 청했다. 나 또한 “I am doing alright, thanks”라는 중학교 영어 교과서에 빠짐없이 등장하며 나오는 미국 인사말로 화답했다.



재빠른 인사와 함께 주위를 둘러보니 아파트 로비에는 24시간 상시대기하는 도어맨(door man)이 있고 엘리베이터로 가는 길목에는 fob key로만 열리는 문이 가로막고 있었다. 부동산 중개인 분이 도어맨에게 우리가 집을 보러 왔다고 하니, 도어맨분이 자동문을 열어주셨다.



그 문을 따라 엘리베이터 앞으로 갔다. 오늘 보기로 한 아파트는 수영장과 실내 체육관, 라운지 등의 공용 시설이 있는데 공용시설을 먼저 둘러봐도 되고 아님 집을 보러 가도 된다고 하셨다. 얼른 집을 구경하고 싶었기에 우리가 보기로 한 아파트 층수를 먼저 눌렀다. 엘리베이터 안에서 5분 같은 5초간의 적막이 흐르고 ‘띵-” 문이 열렸다.



저벅저벅,
보기로 한 아파트 문 앞에 도착하니
이미 안에는 세 명의 사람들이 와 있었다.



집 안은 말끔히 정리된 상태였고 3명의 사람 중 두 명은 나와 같이 집을 보러 온 사람 같았다. *한 명은 흡사 우리 중개인처럼 집에 대해 다른 2명에게 설명하고 있는 중이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이 분이 셀러(seller) 쪽 부동산 중개인이었다. 나랑 같이 간 부동산 중개인은 buyer’s agent로 미국은 파는 사람과 사려는 사람의 중개인이 보통 따로 있다. 종종 한 사람이 양쪽에서 같이 하는 경우도 있지만 웬만해서는 추천하지 않는다고 하는데, 미국은 셀러(seller) 쪽에서 양쪽 중개인의 수수료를 다 지불하기 때문이다. 부동산 중개인 입장에서는 셀러 쪽 입장에 맞춰서 나중에 더 높은 수임료를 받으려 할 수 있기에. 이것도 부동산 임장 이후에 알게 된 사실이었다. 왜 미리 공부를 안 하고 갔는지 으휴.



확실히 직접 보니,  zillow 사진에서 봤던 것과는 달리 집이 생각보다 크지 않았다. 오히려 아담한 사이즈라고 할까. 그러나 고층이어서 남향이 아님에도 집 안이 전체적으로 밝았다. 집을 쭈욱 둘러보는 순간, 오히려 처음 사진으로 봤을 때보다 더 마음에 들었다.



그렇게 흡족한 마음으로 동영상을 찍으며 둘러보는데 집을 보려는 그룹이 하나 더 들어왔다. 부동산 중개인이 일부러 다 같은 시간에 잡았나?



꽤 얕은 술수가 보임에도 이미 마음에 든 집이어서 그런지, 공용 시설을 보러 가기 전에도 내 마음은 50% 정도는 집을 사고 싶다는 쪽으로 기울어졌다. 약 20분 정도 ‘화장실 문은 잘 열리나’, ‘물은 제대로 틀어지나’, ‘전원은 잘 들어오나’, ‘환풍기는 작동되는지’ 등을 이미 아파트 안에 있었던 다른 부동산 중개인에게 물어보고 확인한 다음, 다시 2층으로 내려가 공용 시설을 보러 갔다. 수영장과 체육관은 내가 렌트로 알아본 다른 아파트보다 훨씬 깨끗하고 넓을 뿐만 아니라 전체적으로 조용하고 깔끔했다.



이쯤 되니
부동산 첫 임장이 벌써부터 마음에 들어도 되나? 
더 아리송해졌다





사람들이 없는 조금 더 조용한 곳으로 가 부동산 중개인에게 질문 폭탄을 던지기 시작했다. 이 집을 사고 싶다는 의사표시와 함께 앞으로 우리가 어떤 걸 준비하면 되는지에 대해서.



그랬더니 부동산 중개인의 첫 대답이,

“So you already have the pre-approval letter, right?”

“그럼 너 이미 사전 융자 승인은 받은 거지?”



음? pre-approval letter? 그게 뭐지? 처음 듣는 내용인데?


어벙벙하게 보이고 싶지 않았던 나의 첫 임장은, 부동산 중개인의 대답에 와장창창 깨져버렸다.




*TIP

미국에서 부동산 임장을 가기 전 은행에서 사전 융자 승인서(loan pre-approval letter)를 미리 받기를 추천드린다. 문서에 실제 어떤 효력은 없지만 pre-approval letter을 받았다는 것만으로도 중개인들과 셀러 쪽에 집을 살 의지가 강하다는 것을 의사를 보여줌과 동시에 은행 대출 승인에 있어 문제가 없다는 신뢰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참조: pre-approval letter은 보통 승인받은 날을 기준으로 3개월 정도의 유효기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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