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만에 내려버린 결정
지난 몇 년간 꿈꿔왔지만 나한테는 신기루와 같은 꿈의 목록 중 하나였다.
그렇기에 처음으로 부동산 중개인에게 연락한 그날도, 여느 때와 같은 평범한 날이었다. 몇 시간 뒤에 내가 무슨 행동을 할지 전혀 알지 못한 채.
모처럼 평일에 일찍 일어나 재택으로 일을 시작하기 전 집 근처 카페에 왔다. 주문한 에스프레소와 스파클링 워터를 테이블 위에 두고 습관처럼 zillow 앱을 켰다.
당시만 해도 이제 곧 끝나가는 집의 렌트 기간에 맞춰 다른 아파트의 렌트를 알아보고 있었다. 그러나 내 예산으로는 찾고 있던 방 1개, 화장실 1개의 집을 찾기 어려웠다. 원하는 집의 기준을 낮추거나 무리해서 렌트비를 더 내야 되는 양자택일의 상황이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차라리 이 가격으로 렌트비를 내면서 살 바에야 집을 사는 게 낫겠다"는 소망은 더욱 간절해지기만 했다.
원래 내가 주시하고 있던
지역들은 햇살이 따사로운 서부여서
집 가격이 원체 비쌌다.
그런데 웬걸. 눈을 돌려 내가 사는 지역 근처로 넘어오니 집 가격이 현저히 낮아지는 것 아닌가. 이 정도 가격대면 내가 원하는 예산의 집을 찾을 수도 있겠다 싶었다. 물론, 햇살 쨍쨍한 서부에서 사는 나의 바람은 후일로 미뤄야 했다.
호기심이 동해 근처 지역에 나와있는 집의 목록을 쭈욱 훑어보다가, 운명의 이끌림처럼 눈에 띄는 곳이 딱 하나 있었다.
매물로 나온 그 집의 가격은 2년간 내가 모아 온 종잣돈으로도 다운페이를 했을 때 충분히 살 수 있을 것 같았고, zillow 사진에 나와있는 집 내부 모습은 내가 항상 꿈꿔왔던 그것과 비슷했다.
창문이 크고
햇빛이 잘 들어오며
고층의 뷰에
마룻바닥
놓치고 싶지 않았다.
집을 구하던 안 구하던 일단 여느 사람들이 하는 것처럼 부동산 임장이라도 다녀와보고 싶었다.
그래서 재빠르게 request a tour 버튼을 누르고 내 핸드폰 번호와 간단히 알고 싶은 사항들을 적어 보냈다.
약 30분 후, request를 받은 부동산 중개인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대략적인 요지는 "언제 집을 보러 가고 싶냐", "대략적으로 어떤 집을 원하냐", "다른 집도 알아봐 줄까?" 등이었다. 짧게 대화를 나누고, 다시 오후쯤 부동산 중개인에게 문자가 왔다.
오늘은 셀러 쪽에서 시간이 안 될 것 같으니 내일은 괜찮냐는 거였다.
Yes that would work!
그렇게 해외에서 나의 첫 부동산 임장 날짜가 정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