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4 뚜야의 담즙이야기
[잘 살고 싶은 뚜야]
어제 퇴근길에 마트에 들러 장을 보면서 주방세제 산다는 걸 깜빡 잊었네. 오늘 아침 간단한 컵을 설거지하고 나니 퐁퐁이 완전히 똑 떨어져 버렸는데. 저녁으로는 하필 또 삼겹살을 먹어서 접시가 기름 범벅이란 말이지. 뜨거운 물로 어떻게 안될까 싶어서 쓱쓱 닦아보지만, 기름이 번지기만 하고 여전히 미끌미끌해.
이런 상황을 겪고 있자니 이 참에 ‘담즙’에 대해서 설명이나 하면 딱 좋겠다 싶어. 이건 마치 ‘담즙이 제대로 분비 안되고 있는 상황’이랑 똑 닮았거든. 자 봐, 쓸개즙이라고도 불리는 담즙은 간에서 만들어지고 담낭에 저장되는, 마치 퐁퐁 같은 액이야. 24시간 내내 식사 여부와 상관없이 간에서 생성되는데, 밥을 안 먹고 있을 땐 사용될 일이 없으니 담낭에 고농축 세제처럼 농축되어 저장, HOLD되어 있지.
그러다 지방이 장에 들어오면 담낭을 꽉 짜게 하는 신호, 콜레시스토키닌을 받아 장으로 콸콸 배출 돼. 담즙은 음식 속 지방을 잘게 쪼개서 우리 몸이 잘 흡수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하는 소화액이야. 담즙의 주요 기능은 ‘H’, ‘O’, ‘L’, ‘D’ 약자로 쉽게 기억할 수 있어.
첫 번째 키워드 ‘H’는 Hormone, 호르몬이야. 여러 호르몬 중 특히 ‘에스트로겐’은 간에서 대사 후 담즙으로 배출되기도 하고, 간기능 저하 시 독성 에스트로겐이 축적되기도 해. 또한 담즙이 제대로 분비될 때는 ‘인슐린 민감성’이 높아지고 포만감 신호를 주는 ‘GLP-1’ 분비가 촉진돼. 맞아, 요즘 다이어트 보조약물로 인기를 끌고 있는 위고비가 바로 이 GLP-1 수용체를 강화하는 거야.
두 번째 키워드 ‘O’는 Out, 배출이야. 우리 몸 속에 쌓인 독소를 깨진 유리조각에 비유한다면, 이게 곳곳을 돌아다니며 상처를 입히지 않도록 둥글둥글하게 잘 다듬어서 쓰레기봉투에 넣는 게 간의 해독과정이라고 할 수 있어. 그런데 만약 쓰레기봉투에 유리조각을 넣어서 묶어 두고 그저 방치만 한다면 소용이 있을까? 제때 밖으로 내다 버려야지. 담즙이 바로 쓰레기봉투를 내다 버리는 역할을 해. 담즙이 잘 나와야 해독한 노폐물들을 마지막까지 깔끔하게 잘 처리할 수 있어. 독소나 호르몬, 노폐물을 배출하는 담즙은 이 뿐만 아니라, 오래된 적혈구 분해산물인 ‘빌리루빈’이나 콜레스테롤의 과잉분을 배출해서 균형을 유지하는 데에 도움을 주기도 해.
세 번째 키워드 ‘L’은 Lipid, 지방이야. 신체로 들어오는 지방은 담즙산에 의해 잘게 쪼개지는 유화 과정을 거치고 이후 췌장 효소 ‘리파아제’가 나머지를 분해해. 지용성 비타민들, 예를 들면 Vit A, D, E, K의 흡수에도 담즙이 필요하다는 사실. 이렇게 쓰임을 다 하고 난 담즙산은 재흡수 후 간으로 돌아가. 얼마나 중요하면 다시 또 쓰이기 위해 회수되겠어.
마지막 키워드 ‘D’는 Defend, 항균이야. 담즙산은 유해균을 억제하고 유익균 환경을 조성해. 또한 위산 중화로 장내의 약알칼리성을 유지하기도 하고, 면역세포에 작용해 장점막 방어를 강화해서 장내면역을 지켜주는 일까지도 담당해. 만약 장내 유해균이 많다면 하루 종일 배가 부글대고, 가스가 가득차고, 방귀도 잦고 참 힘들 거야. 담즙이 있다면 이런 고통은 없을 텐데 말이야. 더러워지고 기름진 접시를 깨끗하게 해주는 주방세제랑 담즙, 역할이 비슷하지 않아?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진짜 주방세제를 마시는 건 안돼...
담즙은 지방 소화, 지용성 비타민 흡수, 해독, 항균 작용까지 하는 필수 요소야. 콜레스테롤에서 만들어져 호르몬 대사와도 연결되고 말이야. 이렇게 많은 역할을 담당하는 담즙이 부족하면 물로만 설거지한 접시가 미끈거리고 냄새나는 것과 비슷한 증상들이 우리 몸에서 나타나게 돼. 배가 자주 부글거리고 피부 트러블이 올라오고 호르몬의 불균형이 생기고 이런 문제들을 겪고 있다면 담즙이 부족하거나 잘 흐르지 못하는 것이 원인일 수 있어.
그런데 이 담즙을 만들어내고 독소 해독, 에너지 생성까지 담당하는 건 다름아닌 ‘간’이야. 간 관리, 정말 중요해. 케일, 브로콜리, 양배추, 비트, 레몬, 올리브오일, 각종 식이섬유, 밀크시슬, 글루타티온, NAC, 비타민B, 커큐민, 타우린, 아티초크, 레시틴. 이런 것들이 담즙의 생성과 흐름에 도움이 될 수 있으니, 챙겨 먹어 봐. 말이 나온 김에 내일은 장 보러 가서 브로콜리랑 양배추 사야지. 아, 물론 주방세제도! 우리 건강하게 잘 한 번 살아 보자.
잘 살고 싶은 우리들의 건강 이야기.
내가 앞으로 쉽게 알려줄게.
궁금한 건 언제든 물어봐.
이 글은 건강을 이해하기 쉽게 풀어낸 이야기로, 실제 의학적 진단이나 치료를 대신하지 않습니다. 설명 과정에서 사용된 비유와 예시는 이해를 돕기 위한 것이며, 개인의 상황에 따라 다르게 적용될 수 있습니다. 정확한 판단과 치료는 전문가 상담을 통해 이루어지길 권장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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