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30일 토요일에 줌바댄스 대회 나가실 분 계신가요?"
3주 전쯤, 줌바댄스 수업 쉬는 시간에 강사님의 안내가 있었다. 정확히는 '제10회 대한체육회장기 생활체육 전국 체조대회'였다. 매번 줌바댄스 강좌에서 하는 행사와 나의 개인적인 일정이 겹쳐 한 번도 참석하지 못했지만 이번에는 대회 당일 아무런 일정이 없어 참석할 수 있다는 의사를 표현했다. 대회나 공연이라는 생각보다 사실 아무 생각이 없이 단순하게 스케줄이 비어있어서 하는 것이었다. 평소 수업시간에 연습한 곡으로 하고 아직 연습할 시간이 충분히 있었으므로 즐겁게 참여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동 행정복지센터에는 다양한 주민자치프로그램이 있다. 이 중 줌바댄스는 작년 4월부터 접한 나의 흥겨운 취미이다. 내가 처음 시작할 때는 지역의 유명한 댄스스쿨 원장님이 직접 수업을 해주셨는데 지금의 줌바댄스 강사님은 그 원장님의 제자이다. 원장님 특유의 부드러운 카리스마와 열정이 가득한 에너지를 제자 강사분이 그대로 닮아 지금도 재미있게 일주일에 2번씩 스트레스를 날려버리고 있다. 이번 대회는 원장님의 댄스스쿨에서 5명, 우리 줌바댄스 강습에서 5명이 협업하여 총 10명이 출전한다. 각자의 공간에서 연습을 한 후 대회 전 4회는 합동 연습을 하였다. 댄스스쿨의 다섯분은 처음 보았지만 다들 춤에 진심이고 인생을 즐겁게 사시는 분들이라 별다른 말은 하지 않아도 금방 원팀이 될 수 있었다.
원장님의 지도 아래 첫 번째 합동 연습이 시작되었다. 동선이 바뀌어야 하는 규칙이 있고 이는 점수에 영향을 끼친다고 하셨다. 새삼 전국대회라는 것이 인식되었다. 처음부터 즐기려는 마음이 강했기에 별로 부담은 되지 않았지만 민폐는 끼치고 싶지 않아 열심히 연습을 하였다. 동작도 다 못 외우고 중간중간 동선도 바꿔야 했으며 나를 포함한 몇몇은 그동안 연습했던 동작에서 조금씩 변형되어 헷갈렸다. 노련하신 원장님 덕분에 연습은 착착 진행되었다. 연습이 끝난 후 대한체육회에 일반부 선수 등록을 하였다. 증명사진도 올리고 생활체육에 대한 동영상을 보면서 간단한 연수도 들었다. 복잡한 과정이었지만 선수로서 참석을 한다니 재밌는 기분이었다.
그 후 3번의 합동연습 후에 우리 10명의 동작이 더 잘 맞게 되었고 동선 바꾸는 것도 좀 더 자연스러워졌다. 동영상을 찍고 모니터링을 하면서 잘못된 점을 알고 그 부분을 더 집중적으로 연습하여 좋았다. 원장님의 콕 찍어 주는 원포인트 레슨이 개개인에게 많은 도움이 되었고 활기찬 분위기에서 더 집중할 수 있었다. 확실히 경험이 많으신 분이라 30대부터 70대까지 섞여 있는 팀을 잘 끌어가시는 리더십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처음에는 거울을 보며 연습했으나 방향을 바꿔가며 연습을 하는 게 많은 도움이 되었다. 입장과 퇴장을 비롯하여 인사하는 법까지 알려주시니 오랜만에 내가 학생이 되어 학예회를 연습하는 것 같은 기분도 들었다.
마지막까지 짧고 굵게 열심히 연습하고 드디어 대회 당일이 되었다. 의상을 입고 약속된 시간인 11시에 맞춰서 가니 벌써 많은 분들이 와계셨다. 입구에서부터 다른 팀들은 연습을 하고 있었고 전국 각지에서 모인 버스들로 행사장에 열기가 가득하였다. 오전에는 어르신부, 오후에는 일반부가 경기를 한다. 줌바댄스를 한 덕분에 40대 아줌마가 난생처음 대회를 나가보는 기분이 매우 새로웠다. 개회식이 시작되고 내빈이 소개되었다. 여홍철 대한체조협회 이사(정확한 직함은 모른다)와 같은 유명한 사람들도 볼 수 있었고 전국대회라 각 시도에서 모여 규모가 생각보다 커서 눈이 휘둥그레졌다. 이후 최고령 선수에게 시상을 하였는데 그 주인공은 무려 88세 할아버지였다. 그 연세에도 허리가 꼿꼿하시고 정정하시어 생활체육의 힘을 느낄 수 있었다.
경기가 시작되고 다양한 분야의 생활체육 선수들이 그 기량을 뽐냈다. 에어로빅, 점핑, 라인댄스, 한춤, 외국민속춤, 줌바댄스 등 볼거리가 많아 긴 기다림도 지루하지 않았다. 중간중간 팀원들과 이야기하며 많이 친해지고, 연습도 하면서 긴장감도 늦추지 않았다.
점심을 먹고 시간이 남아 팀원의 한 언니가 감사하게도 나에게 무대 분장을 해주었다. 아이라인도 길게 빼고, 반짝이도 듬뿍 발라주었다. 아이라인을 눈 아래에도 하니 갑자기 최근에 재밌게 본 '정년이'드라마가 생각났다. 어색해하는 나를 위해 무대에서는 이렇게 해도 하나도 진하지 않다고 하면서 용기를 주셨다. 진한 주황색 새도우는 난생처음으로 얼굴에 발라보았다. 오늘 태어나서 처음으로 한 게 참으로 많다. 화장실에 가서 얼굴을 보았을 때 아주 깜짝 놀랐으나 이 또한 정말 재밌는 경험이었다.
드디어 우리 줌바댄스 차례가 왔다. 리허설은 한번 해보았지만 이렇게 큰 무대에 서는 것은 처음이라 살짝 긴장이 되었다. 하지만 즐기는 마음이 더 강해 심사위원들 앞에서 최대한 웃는 표정을 지어 나중에는 입술이 메말라 안 다물어지는 지경까지 와버렸지만 너무나 신선하고 재밌는 경험이었다. 후회 없는 경기를 치르고 시원하게 무대에서 내려왔다. 나중에 경기 영상을 보니 실수한 부분도 보이고 어설펐지만 또 하나의 인생 추억이 생겨서 너무나 좋았다. 중 3 아들은 억지로 아빠의 손에 이끌려 엄마의 경기를 보러 왔지만 그래도 와준 게 어디냐? 엄마의 무대가 끝나자마자 꽃다발만 안겨주고 서둘러 자리를 떴지만 보러와준 남편과 아들에게 고마웠다.
무엇보다 짧은 기간 동안 열심히 연습한 우리 팀원들에게 감사했다. 다른 팀들과 달리 나이 범위가 30대부터 70대까지 넓었지만 춤으로 하나가 되는 모습이 멋졌다. 또한 지도를 잘해주신 원장님 덕분에 시상식을 할 때 우리 팀의 이름이 불려 너무나 감격했다. 전국대회에 참여하는 것만으로도 좋았는데 장려상이라는 상까지 받을 수 있어서 더 뿌듯한 하루가 되었다.
대회에 참석해 보니 다양한 생활체육을 엿볼 수 있었고 나이를 떠나 인생을 즐기면서 사시는 분들이 많다는 것에 새삼 놀랐다. 하나의 취미를 꾸준하게 하기 위해서는 재미와 의미가 있어야 한다. 운동을 바탕으로 하는 취미는 건강이라는 의미가 있고 자연스레 재미도 따라온다. 건강한 몸에 건강한 마음이 따라온다. 너무나 당연한 말이지만 실천하기가 쉽지는 않다. 오늘 같은 행사를 통해 활기차고 건강한 인생의 한 부분을 가질 수 있어서 감사함을 느꼈다. 요즘에 직장도 별로 재미가 없고 번아웃이 살짝 온 느낌이었는데 다시 한번 힘을 낼 수 있는 계기가 된 것 같아 대회에 참여하기 정말 잘한 것 같다. 수상 여부를 떠나 전국에서 모인 각 선수들의 에너지와 열정이 앞으로도 계속되길 바라본다.
생활체육 파이팅!
줌바댄스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