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주과장 Sep 13. 2024

나의 흔적이 작품이 될 때

빛이 되는 흔적들

나는 그림 그리고, 노래하고, 시 쓰는 것을 좋아하는 아이였다.

중학교2학년 마지막 날, 국어교사셨던 담임선생님은 '순간의 꽃' 시집을 단체로 선물하고 내게 따로 시 쓰는 책을 선물하셨다. 그때는 의미를 알지 못했었다. 그러나, 학교에서 학생들이 쓴 시를 골라 전시할 때 내 시도 올라갔었는데, 내 시에서 재능이나 가능성을 보셨을지도 모르겠지만, 아마 시 쓰기에 재미를 느낀다는 것을 알아채셨던 것 같다. 


부부가 모두 국어교사로, 그의 아내가 아이를 낳으러 가면서 본인이 새 국어교사이자 담임을 대신 맞은 것으로 기억한다. 그게 가능한지는 모르겠으나, 나는 도서관 청소 담당일 때, 도서관에서 전 담임선생님께 '빨래한 양말을 걷을 때 포근한 햇살 향기가 난다'라고 그 향을 좋아한다고 말했다가 표현력에 대해 칭찬을 잔뜩 받았었다. 그 말씀을 서로 나누셨을지도 모르겠다.


사춘기의 돌풍과 찢어지는 듯한 아픔을 글에 부어내며 자연스럽게 시를 쓰고 있었고, 대학교에 들어가서야 그 책을 다시 열어보게 되면서 그제야 선물의 의미를 알아챘던 것 같다. 나를 알아봐 주는 사람 하나가 있었다는 것을 그제야 알아챈 것에 괜히 울컥했었다. 내게 용기를 주고, 계기를 남겨준 선생님의 사랑과 관심으로 남겨진 흔적이었다.


텔레비전에서 스트레스받는 일을 글로 써서 찢어버린다는 사람을 봤었다.

고등학교 국어 선생님은 등산가서도 일기를 쓰셨다고 했다.

그래서 나도 글을 쓰기 시작했다. 너무 힘들어 어디에라도 호소하고 싶은 맘과, 늦겨울 피어난 꽃의 향기와 벅참을 남기고 싶을 때 무조건 핸드폰 메모장을 켰다. 그렇게 써놓은 글들은 시가 되었다. 시라고 생각하고 쓴 것은 아니었는데 써놓고 보니 시였다. 


이 흔적을 남길 수 있었던 선생님의 사랑, 그 흔적이 이렇게 이어졌다.

나의 흔적들은 그렇게 작품이 되었고, 오늘도 그렇게 작품이 되는 흔적을 남기는 9월 13일


이전 12화 친절이라는 건 뭐예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