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을 어렵고 진지하게 생각하지 말자
"내가 왜 친절해야 하는데?" 요즘 제일 많이 드는 생각이자 듣는 말이다. 내가 왜 친절하게 해줘야 하냐고 되묻는 일들이 흔치 않게 벌어진다.
그래, 친절이 뭔데? 배려와 관심으로 비롯된 윤리적인 행위? 그걸 내가 왜 굳이 해줘야 하는거지?
친절이 의무가 아닌 시대, 친절이 바보가 되는 시대.
친절을 베풀어준 '대가' 혹은 '성의'에 대한 부담이 생기기도 하다 보니 '친절할 이유'에 대해서 근본적으로 의문을 품는 일이 많아지는 것 같다.
근데 어려울거 없는데, 친절했다가 거절당하는게 두려워서 일까? 우리는 친절을 대가성으로 지불하는 자판기 커피쯤으로 여기는것일까?
아이나 노인이 시내버스 하차벨을 제대로 누르지 못하여 내릴 곳을 지나치거나, 하차벨을 눌렀음에도 기사가 알아차리지 못해 앞문에서 탑승만 받고, 뒤에 하차 문은 열어주지 않는 경우가 있다. 그들의 문 열어달라는 목소리가 기사에게 닫지 않으면, 나는 나의 큰 목소리로 '기사님 내리시는 분 계세요' 라던지 문 열어달라 던 지 큰 목소리를 활용한다
그건 그들에게 어떠한 대가를 받기 위한 친절이 아니다. 하차상황에서 감사인사받는 건 무의미한 기대이다. 다만, 동동 발 굴리며 곤란해하는 모습을 보면 나도 곤란하고 속상하기 때문에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니까 도와준 것이다. 그러니까 타인에게 베풀었지만, 나를 위한 친절인 것이다.
처음 버스를 탈 때, 내가 경험했던 일이면서, 나 또한 받아본 배려이기에, 나를 도와주기 위해 낸 타인의 용기에서 배운 친절을 나도 나를 위해 쓰는 것일 뿐이다.
어렵게 생각하거나, 불공평하다고 생각하지 말자. 억지로 친절하려도 노력하지도 말자. 다만, 내가 해줄 수 있는 것을 하다 보면 그게 친절이 되는 것 같다.
기분 좋게 가라고 웃어주고, 수고했다고 고맙다는 인사를 건네고, 내가 도움이 필요해 보여서 도와주는 게 친절이지 친절하려고 웃어주고 고맙다고하면 보상심리 때문인지 마음이 찝찝해질 때도 있다.
그래서 내가 해줄 수 있는 것을 해주고도 욕을 먹거나 불평을 당할 때, '친절하기 위해서'를 빼버리면 마음이 덜 상하는 것 같다. 혹은 '필요 없었으면 다행이지'라고 생각할 수 있는 것 같다. '친절'해 보이고 싶었던 게 아니니까. 그래서 더욱 상처받을 이유가 없다.
내가 그냥 해주다보니 친절이 되면 그게 뿌듯함이고, 내가 할 수 있는 일로 도와주다보면 그것이 감사를 부른다. 친절은 친절해야겠다고 만들어지는게 아니다. 친절은 하다보면 자연스럽게 하게 된다는 의미가 정리되는 9월 12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