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순간 인생이 끝났다고 생각했습니다 - 마츠코
“누구나 어릴 때 백설공주 나 신데렐라, 그런 동화같은 얘기를 동경 하지. 그러다 어디서부터 잘못 되었는지 백조가 되고 싶었는데 눈을 뜨면 새까만 까마귀가 되어 있다나 뭐라나, 오직 한번 뿐인 두번 살 수 없는 인생 인데 이게 동화라면 너무 잔혹해”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 이라는 영화에 나오는 대사 중 하나이다.
문암초등학교 1학년 1반, 삐뚤빼뚤 글자가 쓰여진 일기장에는 14살의 나, 18살의 나, 23살의 내 모습이 반짝반짝 그려져있다. 내가 동경한 소녀시대와 디즈니 공주들의 모습이 그대로 투영되어 있는 반짝거리고 늘씬하고 ‘빛나는 미래의 나’ 그 자체다.
나는 늘 내가 동화같은 인생을 살 줄 알았지, 어느 시골마을에 신데렐라는 왕자를 만나지 못한 채 불행하다 느끼며 살아갈 줄 몰랐지
어른이 되면 내 뜻대로 되는거 없이 인생의 가치를 끊임없이 찾으며 고통속에서 희망을 동경하거나 원망하며 살고는 한다. 8살 연필을 겨우 움켜잡은 양갈래 꼬마에게 정말 미안한 마음이 든다.
너는 동화에 나오는 공주가 아니란다. 그래도 괜찮아 동경했던 모습이 아니지만 이게 너의 동화라고 말하고 싶다. 나는 아직 왕자를 만나지 못하고 무대의 서기 전이라고 말해준다. 20살에 26살에 정말 짧은 인생에 여러가지 일을 겪고 별 것 아닌것에 인생이 끝난 것 같았던 때가 얼마나 많은가?
나의 동화는 아직 진행형이라고 말하며, 8살이 아닌 26살의 나를 안아준다.
동경하던 모습은 아니지만, 나의 동화를 써가고 있다고 지금의 나를 꼭 안아준다. 무대의 서기 전 그 까만 사이드에서 침을 꼴깍 삼켜가는 모습과 왕자를 만나지 못한 채 시련을 겪는 공주님도 사실은 나이가 꽤 많았을지도 모른다. 나만의 동화로 동경하던 내 모습을 그려내본다. 그리고 위로한다. 안아준다.
그리고 지금, 또 다시 동경하는 30살, 40살의 나를 그려간다. 불행을 삼켜 고통스러운 고해에 빠져 하늘에 뜬 닿지 않는 빛, 그 희망을 잡으려 터무니없는 동경을 했다. 그 작고 소중한 마음이 고해에 떠밀리게 되던 지난날에 빛나는 희망은 하늘이 아니라 내 안에서 찾아야 함을 깨우쳐야 했다
난 그렇게 터무니 없는 희망이 원망스러워 지는 사건들에 내 인생이 끝난 줄 알았다.
그러나 마츠코 처럼 어긋난 톱니바퀴 같은 인생도 삐걱삐걱 아프게 굴러는 간다. 시간은 참 앞만 보고 달린다. 어긋난 톱니바퀴는 제 자리를 찾고 싶어 삐걱삐걱 굴러간다.
동경하며 반짝반짝 빛나는 상상을 하던 어린 내게 사과하며, 또 다시 미래를 동경하는 26살의 9월 15일